최근에 법정스님의 책을 주로 읽다가
법정스님께서 어린왕자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소유] 책 중에 '미리쓰는 유서' 편에는 입적 후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 같은 곳에 가고 싶다고 하셨고, '영혼의 모음'편에는 어린왕자에게 손수 편지까지 쓰셨어. 인연을 맺었던 많은 책 중에서 단 2권을 고르라면 [화엄경]과 [어린왕자]를 선택하실 정도였지.
▷이건 이 책의 저자인 생떽쥐베리가 직접 그린그림이야
잠깐 법정스님의 말씀을 소개해 볼게.
[무소유] '미리쓰는 유서'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 같은 곳이다. 의자의 위치만 옮겨 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런 별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런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필요 없을 것이므로 한번 가보고 싶다.
법정스님의 인연으로 [어린왕자]를 마음으로 읽어보고 싶었어. 예전엔 유명한 책이니까 그냥 한번 읽어볼까하고 글자를 읽었다면 그 동안 마음도 많이 자라서인지 어린왕자를 읽는 내내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질 수 있었어. 동심을 찾았다고 할까?ㅋ;; 예전 같았으면 아마 유치하다고 그냥 접어버렸을거야^-^;;;
이 그림 뭔지 아니?
너도 ‘모자’라고 대답했을까? 실제로 [어린왕자]책은 이렇게 시작돼.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린아이일 때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단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것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 이해하지 못하지.
어른들은 보아뱀 따위의 그림은 집어치우고 지리, 역사, 산수 같은 것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충고해. 그리고 그 아이는 어린 시절 이 단 2개의 그림만을 그리고는 화가 대신 비행기 조종사가 돼. 하지만 늘 이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정말로 무언가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을 찾지.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진정 어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찾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 어린왕자를 만나기전까지 말이야.
그 사람은 비행기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해. 그때 어린왕자를 만나게 돼. 어린왕자는 소행성 B612에서 왔어. 그 별은 작아서 몇 발자국만 뒤로 가면 해지는 것을 볼 수 있지.
또 그 별에는 바오밥나무라고 있는데 나무가 자라면 너무 커서 뿌리를 뽑아 낼 수 없고 별에 구멍을 뚫어버려. 그래서 어린왕자는 항상 바오밥나무 씨앗을 찾고 싹이트면 별을 삼켜버리기 전에 뽑아버려야 했지. 그냥 방치해두면 바오밥나무 뿌리 때문에 별이 산산조각 날 테니까.
아, 어린왕자의 임무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화산을 청소하는 일이야. 어린왕자는 휴화산이건 아니건 열심히 청소해. 휴화산이라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 별에는 어린왕자 친구가 있는데 바로 장미꽃이야. 어린왕자는 장미꽃을 위해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줘.
이건 어린왕자에 나오는 부분인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해.
길들인다는 뜻을 알아차린 어린 왕자 너는 네가 그 장미꽃을 위해 보낸 시간 때문에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임을 알고 이렇게 말한다.
“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천수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어 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이 그 장미꽃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혹은 점잖게 있는 것까지라도 다 들어 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
어린왕자는 이런 자신의 별과 친구인 장미꽃을 남겨두고 별을 떠나 여행을 하게 돼. 여러 별을 돌아다니면서 어른이란 존재들을 만나지. 그러나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지구란 별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행조종사를 만나게 되지. 어린왕자는 그 비행조종사가 그린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 그림을 알아봐주는 유일한 존재이기도해. 그렇게 둘은 마음으로 친구가 돼. 몇 일 뒤 조종사는 비행기를 고치고 자신의 별을 떠난지 1년만에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시간내고 마음내서 직접 알길 바래^-^
나는 특히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부분이 여운을 길게 남기더라.
"아저씨는 이해하겠지. 그곳은 너무 멀어. 그래서 이 육체를 가져갈 수가 없어. 육체는 너무 무겁거든."
(중략)
어린왕자의 발목 근처에서 노란 한 줄기 빛이 반짝였을 뿐이었다. 어린왕자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울지도 않았다. 마치 나무가 넘어지듯 어린왕자는 천천히 쓰러졌다. 모래 때문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너(어린왕자)를 읽고도 별 감흥이 없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나와 치수가 잘 맞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다. 어떤 사람이 나와 친해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너를 읽고 난 그 반응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너는 사람의 폭을 재는 한 개의 자尺度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너에게는 어린왕자가 어떨지 모르겠다.
어린왕자의 아버지인 생텍쥐베리는 책 앞부분에 이 책을 아이가 아닌 어른에게 바친다고 썼어. 우리도 이제 어른이잖아. 잊고 있었던 아이의 눈을 다시 뜨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 오늘은 너에게 어린왕자 별의 초대권을 선물할게.
다시 법정스님의 말씀으로 편지 마무리한다.
그리고 네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누워서 들어. 그래야 네 목소리를 보다 생생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야.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날아다닐 수 있는 거야. 네 목소리는 들을수록 새롭기만 해. 그건 영원한 영혼의 모음이다.
아, 이토록 네가 나를 흔들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건 네 영혼이 너무도 아름답고 착하고 조금은 슬프기 때문일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샘물이 고여있어서 그렇듯이.
▷이게 실제로 있는 바오밥 나무래. 나도 오늘 알았어^-^
다음날 어린 왕자는 다시 여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게 더 좋을거야.”
여우가 말했다.
“이틀 테면,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네가 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4시가 되면 흥분해서 들뜨고 셀렐거야. 그렇게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나는 언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지 모르잖아. 의식이 필요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