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JTBC 뉴스9의 앵커 손석희는 “JTBC 뉴스9이 추구하는 것은 한 걸음 더 들어간 뉴스입니다. 모든 뉴스를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더 알아야 할 뉴스는 있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고 개편 이후 그런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남겼다. 그의 멘트는 뉴스의 가치도 없는 잡다한 보도들로 가득한 타 방송사 뉴스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클로징 멘트를 하는 손석희ㅡJTBC 뉴스9 화면 캡처
현대의 TV뉴스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청자가 주요 이슈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만든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뉴스 꼭지를 배정해 시청자로 하여금 ‘자 다음은’이라는 앵커의 말에 앞의 꼭지 내용을 기억 속에서 밀어내도록 유도한다. 인간의 기억능력은 연속해서 흘러나들어오는 수십 개의 보도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 다음은’이란 말에 따라 머리를 비워둔다.
TV뉴스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 닐 포스트만은 《죽도록 즐기기》에서 이를 이렇게 묘사했다. “여러분께선 앞의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대략 45초 동안) 생각하셨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그 문제에 병적으로 집착하실(대략 90초 정도라 하자)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다른 뉴스 쪼가리나 광고로 관심을 돌리십시오.” TV뉴스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자살행위다.
이밖에도 TV뉴스는 시청자의 판단을 마비시키기 위해 교묘한 순서로 이슈들을 배치하고 의도적으로 보도꼭지에서 배제하거나 멘트를 조작해 시청자의 판단을 특정 세력에게 유리하도록 이끈다. 특히 현 정권이나 광고주에 불리한 보도 앞에 북한 뉴스를 다루거나 우리와 상관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를 배치함으로서 시청자의 가치 판단에 혼란을 야기한다.
11월 6일 JTBC 뉴스9의 주요뉴스
이런 면에서 볼 때 손석희의 뉴스9는 타 방송사의 메인뉴스에 비해 국민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이슈에 몇 꼭지를 집중한다. 준조세인 시청료를 강제징수하고 있는 KBS 9뉴스와 아직도 삼성공화국의 일원으로 의심받고 있는 JTBC 뉴스9의 오늘 뉴스를 비교하면 특정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지향이라는 손석희의 클로징 멘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KBS 9시뉴스의 편성표를 보면 도대체 오늘의 주요뉴스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보도꼭지마다 연관성이 없고 지극히 흥미 위주의 오락성 짙은 꼭지들로 넘쳐나 시청자의 판단을 흐려놓는다. 가장 중요한 이슈들은 뉴스가 끝날 때쯤이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시청자들의 판단은 흐려지기 일쑤며 선정적인 꼭지만 흐릇하게 남는다.
11월 7일 JTBC 뉴스9의 주요뉴스
이에 비해 JTBC 손석희의 뉴스9은 오늘의 주요 이슈에 대해 집중적인 배치와 연속성으로 시청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함으로써 TV뉴스가 갖는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청자의 판단을 흐리고, 흥미 거리 위주의 보도를 내보내는 KBS 9시뉴스(MBC 8시뉴스는 비교의 가치도 없어 생략했음)에 비교할 때 손석희의 뉴스9은 시청자들이 ‘더 알아야 할 뉴스’에 집중함으로써 정치권을 압박한다.
JTBC의 뉴스9은 시청자가 ‘더 알아야 할 뉴스’에 집중함으로써 권력과 자본 편향적으로 흘러가기 일쑤인 한국적 방송생태계에서 올바른 현실인식을 가능하게 도와줌으로써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실천한다. 모든 것이 재미가 있어야 하는 시대에서 TV뉴스가 행정·사법·입법부를 감시하는 제4부로써 기능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손석희는 클로징 멘트로써 분명히 했다.
탐사보도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뉴스타와 함께 손석희의 뉴스9이 권력과 자본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대한민국 뉴스의 생태계를 정의와 공정으로서의 민주주의로 이끌고 있다. 뉴스9은 전통의 미디어인 TV에서, 뉴스타파는 뉴미디어인 인터넷에서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