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인문, 문학
이유 없는 다정함:김연수의 문장들
민정호 지음|푸른사상 교양총서 21|145×210×13mm|208쪽
19,500원|ISBN 979-11-308-2153-5 03810 | 2024.6.29
■ 도서 소개
소설가 김연수의 문장에서 출발하여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독서 일기
민정호 교수(동국대 국어국문학과)의 『이유 없는 다정함』이 푸른사상의 교양선 21로 출간되었다. 소설가 김연수의 문장에서 발견한 사랑과 친구, 가족, 그리고 청춘과 이해 등 우리네 삶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의 한 문장 한 문장을 깊게 음미한 이 독특한 독서 일기를 읽다 보면 저자 특유의 다정함에 매료된다.
■ 저자 소개
민정호
울산에서 태어났고, 일곱 살 이후로 파주에서 자랐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틈틈이 책을 읽어 #북스타그램을 올리는데, 이 책의 글들은 모두 그로부터 출발한 것들이다. 꾸준히 책을 읽고 다정한 글들을 써볼 생각이다.
■ 목차
■ 작가의 말
1 다정함
2 놀이공원
3 무드
4 미래
5 기도
6 쓸모
7 유심
8 생채기
9 MBTI
10 재능
11 여행
12 난쟁이
13 인생:할머니
14 노인
15 끝:농담
16 틈
17 대척지
18 자비
19 가스라이팅
20 눈물
21 진실
22 외로움
23 쓰레기통
24 시간
25 사랑
26 판단
27 엄마
28 여자친구:아내
29 기린
30 파란색
31 변화
32 위안
33 딸아이
34 필연
35 친구
36 스스로
37 이해
38 추억
39 모험:어른
40 고백
41 짐작
42 독고다이
43 충만
44 습관
45 곡선
46 자폐
■ 참고자료
■ ‘작가의 말’ 중에서
언젠가 이해, 사랑, 친구, 가족, 청춘 등을 주제로 에세이를 쓰게 된다면, 나에게 강력한 영향을 준 김연수의 작품 속 문장에서 출발해보기로 다짐했었다. 또한 그런 연유로, 이 책의 제목, ‘이유 없는 다정함’은 김연수의 단편소설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에 나오는 문장에서 가져오게 되었다. 책의 구성과 내용, 그리고 제목까지, 가히 김연수 때문에 결혼했다는 사람답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분명히 밝혀두는 건, 이 책의 상당 부분은 김연수의 작품에 대한 내 오독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김연수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은 이 오독이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김연수의 작품 속 문장에 매달리며 자신의 삶을 아나토믹하게 이해하려고 몸부림쳤던 누군가의 독서 일기라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준다면, 괘념치 않고 넘어가주시리라 믿는다.
사실 나는 꽤나 다정하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다정하게 다가가려고 하면, 다정함의 ‘이유’를 근거로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꼭 있었다. 나에게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김연수의‘ 이유 없는 다정함’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내가 되고자 했던 건, 정말 이유 없는 다정함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다. 이 말을 제목으로 달고 에세이집을 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다정함이라는 말이 이 책에 담긴 내용 전부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을 독자가 내가 생각했던 다정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래서 이 문장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네, 뭐 이렇게만 생각해준다면, 내가 더 바랄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
■ 추천의 글
제 작품을 읽어주시고 이렇게 글까지 쓰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로 사는 건 외로운 일인데, 이럴 때마다 외롭다는 말은 입밖에도 꺼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연수(소설가)
■ 출판사 리뷰
『이유 없는 다정함』은 오늘날 한국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인 소설가 김연수의 문장을 탐미한 책이다. 김연수 작가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 『너무나 많은 여름이』 등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는 소설적 상상력과 섬세한 문체로 우리 시대를 그려왔다. 민정호 교수는 김연수 작가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문장을 소개하며 그에 대한 단상을 술회하고, 관련 영화와 소설 등을 엮어 한 편 한 편의 에세이로 써냈다. 김연수의 한 문장 한 문장을 깊게 음미하며 그 속에서 발견한 사랑과 친구, 가족, 그리고 청춘과 이해 등 우리네 삶의 단면을 엿본다.
문학은 이 세상의 축소판으로서, 삶의 어느 한 장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이유 없는 다정함’은 김연수의 단편소설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에 나오는 문장에서 착안한 것으로, 언제나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던 저자는 이 문장에 강한 이끌림을 얻게 된다. 대학교에서 강의할 때 청소해주시는 분들에게 인사를 건넸더니 계절 맞춰 미리 켜져 있는 에어컨과 히터로 되돌려받은 경험,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와 함께 도로에 떨어진 박스를 줍고 나눈 몇 마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저자는 이야기와 삶이 서로를 넘나드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며 삶의 곳곳을 수채화처럼 그려낸다. 일상의 장면들을 정감 어린 눈길로 포착한 이 독특한 독서 일기를 읽다 보면 저자 특유의 다정함에 매료될 것이다.
■ 작품 속으로
예전에 인천대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할 때, 학생들한테 편지를 꽤 받았었는데, 내용은 주로 이랬다. 그렇게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어떻게 우리 이름을 모두 다 외울 수 있냐고. 어떻게 그 이름 중에서 단짝까지 고려해서 모둠 활동을 설계할 수 있냐고, 어떻게 우리에게 권위가 1도 없는 표정으로 다정하게 다가올 수 있냐고 말이다. 그때마다 답장을 쓰지 못해, 그 답장을 여기에 쓰자면, 다음과 같다. 김연수 소설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 다정해지자고 다짐해왔다고. 다정해야 할 순간이 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정해지자고 다짐해왔었다고.
(「다정함」, 17쪽)
소설에서 남자는 새로운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의 찌질함 덕분에 여자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다고 밝히며, 만약 여자에게 들려주기 위해 『사기』까지 읽었다는 이 노인을 그때 알았다면, 과연 우리가 헤어졌을지를 반문한다. 생각해보면, 아내 덕분에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하지만, 그 후 김연수의 모든 책들을 신간으로 구입하고, 꾸준히 읽고 썼던 건 우연이 아니다. 그건 ‘여자친구=아내’와 함께 다져진 길에 만들어진 ‘필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랑’도 그렇고, 지금 ‘하는 일’도 그렇고, 우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동시에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함께 걸어온 길이라면, 그건 절대 헛된 시간일 수 없다고, 그러니까 스스로 나쁜 쪽으로만 해석하면서 찌질해지지 말고,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라고 말이다.
(「여자친구 : 아내」, 127쪽)
TV나 유튜브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 감정이 동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본래 인생이란 그런 것이니, 저분들이 봄의 세계를 만들어낸 것처럼, 지금 조바심의 단계에 있는 ‘우리’도 미래에는 저렇게 봄의 세계를 누리겠구나. 이렇게 인정하게 되었다. 김연수의 말마따나 “기다리는 그 즉시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기다릴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지 손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니까 마음 심(心)의 상태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일단 기다리자고. 김연수의 소설 제목처럼 다가올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생각해보자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곡선」, 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