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진(拂鬚塵)
수염의 먼지를 털어 준다는 뜻으로, 윗 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거나 윗사람에 대한 비굴한 태도를 비유하는 말이다.
拂 : 떨칠 불(扌/5)
鬚 : 수염 수(髟/12)
塵 : 티끌 진(土/11)
(유의어)
교언영색(巧言令色)
상분지도(嘗糞之徒)
아유경탈(阿諛傾奪)
아유구용(阿諛苟容)
출전 : 송사(宋史)의 구준전(寇準傳)
불(拂)은 ‘떨어 냄’의 뜻이고, 수진(鬚塵)은 ‘수염의 티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남의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 준다는 뜻으로, 윗사람이나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비굴한 태도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송사(宋史) 구준전(寇準傳)에 나오는 말이다. 송(宋)나라의 진종(眞宗) 때 재상(宰相) 구준(寇準)이 있었다. 그는 정의롭고 강직하며 청렴결백한 관리였다. 그는 유능하고 지혜롭지만 관운(官運)이 따르지 않은 젊은이들을 과감히 발탁하여 나라의 일꾼으로 만들었다.
참정(參政; 종2품) 정위(丁謂)도 그런 젊은이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정위는 비록 유능한 인재였지만 윗사람에게 비굴할 정도로 아부하는 못된 짓을 하여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하였다.
한번은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조정 중신들과 함께 회식하는데, 구준이 국을 잘못 떠 그만 수염에 국 찌꺼기를 묻혔다. 이때 이 모습을 본 정위는 쏜살같이 달려와 자신의 소맷자락으로 공손히 구준의 수염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털어 주는 것이었다.
이에 구준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부하는 정위를 “참정(參政)이라면 한 나라의 중신인데 상관의 수염까지 털어줄 것까지 없지 않겠소(拂鬚塵)”라고 냉정하게 꾸짖으며 그의 아부하는 버릇을 일깨워 주었다. 그러자 정위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불수진(拂鬚塵)
불수진(拂鬚塵)은 구준이 정위의 아부하는 버릇을 비유한 말이며, 줄여서 불수(拂鬚)라고도 한다. 보통 아첨을 받는 사람은 권력이나 재력을 갖춘 자이고, 아첨하는 사람은 그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진정한 실력이 아닌 아첨으로 입신양명(立身揚名)한 자는 언젠가는 자신도 아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며, 여기에는 부정, 부패, 비리가 늘 함께 따라다닌다. 이리하여 아첨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구준의 강직하고 정의로운 모습은 다음과 같은 데서도 볼 수 있다. 나라에 가뭄이 들어 왕이 그 대책을 묻자 구준은, “폐하의 형벌이 공평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왕이 공평하지 못한 형벌이 무엇이냐고 묻자 구준은, “조길(祖吉)과 왕회(王淮) 두 사람 모두 뇌물을 받았는데 조길은 사형에 처해진 반면 왕회는 아무런 문책도 받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왕회는 참정 왕면(王冕)의 동생이었다. 이에 왕은 재조사 하도록 하여 결국 두 형제는 파면되었다. 아부라는 것도 삼가야 할 일이지만 남에게 면박을 주는 일도 더욱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불수진(拂鬚塵)이란 고사성어가 여기서 생겼다. 말 그대로 하면, ‘수염에 붙은 티끌을 털어준다’는 뜻이다. 염치와 체면을 안가리고 윗사람에게 아첨하는 비굴한 태도를 가리킨다.
lick the dust란 영어 표현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상대방에게 묻은 먼지를 혀로 핥아 닦아줄 정도로 바짝 엎드려 아부하는 것이 lick the dust다.
비슷한 한자성어로 ‘인분의 맛을 본다’는 뜻의 상분(嘗糞)이 있다. 중국 당나라에 곽홍패(郭弘覇)란 사람이 있었다. 그가 시어사(侍御史)란 벼슬을 할 때였다.
상관이 병을 앓자 동료들은 어울려 함께 병문안을 했다. 그러나 곽홍패만은 혼자서 따로 갔다. 몸져 누운 상관의 대변을 청해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더니, “다행히 맛이 쓰니 곧 쾌차하실 것입니다”라고 상관을 안심시켰다. 수치를 모르는 철면피한 아첨꾼의 극치라고나 할까.
남을 위한 달콤한 말은 칭찬이지만 나를 위한 달콤한 말은 아첨이다. 칭찬은 많을수록 좋지만 아첨은 아낄수록 좋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아첨하는 자가 가장 무서운 적”이라 했고, 중국의 순자(筍子)는, “내게 아첨하는 자는 나를 해칠 자”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냥꾼은 개로 토끼를 잡지만 아첨꾼은 칭찬으로 우둔한 자를 잡는다”고 했다.
나폴레옹은, “아첨을 잘하는 사람은 비방도 잘한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아첨에 약한 게 인간이다.
▶️ 拂(떨칠 불, 도울 필)은 형성문자로 払(불)의 본자(本字), 弼(필)과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털다의 뜻을 가진 弗(불)로 이루어졌다. 손으로 털다의 뜻이다. 그래서 拂(불, 필)은 ①떨치다 ②사악(邪惡)함을 털다 ③먼지를 털다 ④거스르다 ⑤어기다(지키지 아니하고 거스르다), 어긋나다, 위배되다 ⑥닦다, 씻다 ⑦비틀다, 베다, 자르다 ⑧멸시하다, 반대하다 ⑨덮다, 덮어 가리다 ⑩걷어올리다, 추어올리다(위로 끌어 올리다. 실제보다 높여 칭찬하다) ⑪지나다, 다다르다 ⑫스치다, 스쳐 지나가다 ⑬치르다, 값을 건네 주다 ⑭도리깨(곡식의 낟알을 떠는 데 쓰는 농기구) ⑮먼지떨이 ⑯바람이 부는 모양, 그리고 ⓐ돕다(=弼) (필) ⓑ보필하다(필) ⓒ보좌(補佐)하는 사람(필) ⓓ바로잡다(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씻을 식(拭),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받을 수(受)이다. 용례로는 말끔하게 치워 없앰을 불식(拂拭), 금전이나 물품 등을 지급함을 불출(拂出), 떨쳐 버림이나 뿌리치고 감을 불거(拂去), 마음에 거슬림을 불역(拂逆), 팔아 넘김을 불하(拂下), 남의 뜻을 거스르고 고분고분 좇지 아니함을 불린(拂吝), 남의 뜻을 거스르고 성을 냄을 불온(拂慍), 날이 막 밝을 무렵을 불효(拂曉), 프랑스말로 옮김을 불역(拂譯), 물건값이나 셈해야 할 돈을 치르는 것을 지불(支拂), 지급이 늦어지는 것을 체불(滯拂), 받음과 치름을 수불(受拂), 바꾸어 셈하여 치름을 환불(換拂), 올릴 조목이나 금액이 확정되지 않을 때 임시로 하는 지급 또는 보수를 기일 전에 지급함을 가불(假拂), 한도를 넘어서 지불함을 과불(過拂), 요금 따위를 되돌려 줌을 환불(還拂), 미리 돈을 지불함을 선불(先拂), 제때에 치르지 않고 늦추 치름을 연불(延拂), 사리에 거슬리고 어긋남을 괴불(乖拂), 베어 내고 털어 낸다는 뜻으로 모든 악업을 씻어내는 것을 이르는 말을 할불(割拂), 억지를 써서 거스르거나 반대함을 강불(強拂), 아직 지불하지 아니함을 미불(未拂), 이미 지불함 또는 이미 끝난 지불을 기불(旣拂), 수염의 먼지를 털어 준다는 뜻으로 윗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거나 윗사람에 대한 비굴한 태도를 비유하는 말을 불수진(拂鬚塵), 몇 번으로 나누어서 지급함을 분할불(分割拂), 한꺼번에 금액을 지불하거나 상환하는 일을 일시불(一時拂), 가불한 돈 또는 가불하여 주는 돈을 가불금(假拂金) 등에 쓰인다.
▶️ 鬚(수염 수/모름지기 수)는 회의문자로 须(수)는 간자(簡字), 須(수), 湏(수)는 동자(同字)이다. 터럭 발(髟; 머리털, 수염, 늘어짐)部와 須(수; 턱수염)의 합자(合字)이다. 또, 須(수)는 음(音)을 나타낸다. 그래서 鬚(수)는 ①수염 ②술(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③식물(植物)의 수염 ④까그라기(벼, 보리 따위의 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 ⑤모름지기 ⑥반드시 ⑦결국(結局) ⑧마침내 ⑨드디어 ⑩잠깐 ⑪틀림없이 ⑫본래 ⑬원래 ⑭기다리다 ⑮필요하다 ⑯마땅히 ~해야 한다 ⑰반드시 ~하여야 한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수염과 눈썹을 수미(鬚眉), 수염과 머리털을 수발(鬚髮), 수염과 눈매를 수목(鬚目), 수염이 많이 난 얼굴을 수모(鬚貌), 입 언저리에 난 수염을 수자(鬚髭), 염소의 수염을 고수(羔鬚), 붉은 수염을 적수(赤鬚), 허옇게 센 수염을 백수(白鬚), 서리처럼 흰 수염을 상수(霜鬚), 곤충이나 거미나 새우 따위의 입 주위에 있는 수염 모양으로 생긴 감각기를 촉수(觸鬚), 수염을 매만져 다듬음을 이수(理鬚), 수염의 먼지를 털어 준다는 뜻으로 윗사람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거나 윗사람에 대한 비굴한 태도를 비유하는 말을 불수진(拂鬚塵), 넘어지는 서슬에 수염 잡는다는 뜻으로 우연히 일이 겹쳐 의심을 받는다는 뜻의 속담을 부지거수(仆地據鬚) 등에 쓰인다.
▶️ 塵(티끌 진)은 회의문자로 본디 글자 鹿(록; 사슴)이 떼지어 달릴 때 흙먼지가 일어나는 모양을 뜻하고, 바뀌어 먼지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塵(진)은 십진(十進) 급수(級數)의 단위(單位)의 하나. 사(沙)의 만분의 일. 애(埃)의 열 곱절의 뜻으로 ①티끌 ②때, 시간(時間) ③유업 ④소수의 이름 ⑤더럽히다 ⑥묵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티끌 많은 세상을 진세(塵世), 티끌 세계 또는 이 세계를 진계(塵界), 티끌 세상을 진경(塵境), 티끌의 세계를 진환(塵寰), 세상의 속된 것을 진애(塵埃), 티끌과 흙을 진토(塵土), 속된 마음이나 평범한 생각을 진금(塵襟), 속되고 비루함을 진루(塵陋),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을 더럽힌다는 뜻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을 진혼(塵溷), 속세의 명예와 이익을 생각하는 마음을 진념(塵念), 속세의 어지러운 일이나 세상의 속된 일을 진사(塵事), 지저분한 속된 세상을 진속(塵俗), 티끌을 분진(粉塵), 바람이 불어 햇빛에 벌겋게 일어나는 티끌을 홍진(紅塵), 연기처럼 자욱하게 일어나는 모래 섞인 흙먼지를 사진(沙塵), 바람과 티끌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을 풍진(風塵),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음을 방진(防塵), 속세의 티끌로 세상의 여러 가지 번잡한 사물을 속진(俗塵),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를 걷어 없애는 일을 수진(受塵), 썩 작은 티끌이나 먼지 또는 썩 작고 아주 변변하지 못한 물건을 미진(微塵), 차가 달려간 뒤에 일어나는 먼지를 차진(車塵), 세속을 벗어남을 출진(出塵), 더러운 먼지를 오진(汚塵), 티끌 모아 태산으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큰 것이 될 수 있다는 뜻의 속담을 진합태산(塵合太山), 먼지를 밥이라 하고 진흙을 국이라 하는 어린아이의 소꿉장난이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아무 소용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진반도갱(塵飯塗羹), 밥 짓는 시루를 오래 쓰지 아니하여 먼지가 앉았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이르는 말을 증중생진(甑中生塵), 먼지에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분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헛된 노력을 이르는 말을 누진취영(鏤塵吹影), 가슴에 먼지가 생긴다는 뜻으로 사람을 잊지 않고 생각은 오래 하면서 만나지 못함을 일컫는 말을 흉중생진(胸中生塵), 늙바탕에 겪는 세상의 어지러움이나 온갖 곤란을 백수풍진(白首風塵), 바람 앞의 티끌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풍전지진(風前之塵)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