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서 스마트폰 뺏는 실리콘밸리 부모들
스마트폰 관련 종사자일수록 아이들에 휴대폰 등 '禁止'
자연 속에서 스스로 사고해야 성장·성숙한다는 걸 잘 아니까
한현우 논설위원
요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시간제 보모(保姆)를 고용할 때 '노 스크린(No screen) 계약'을 한다고 한다.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컴퓨터, TV를 일절 켜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스마트폰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부모일수록 아이를 스마트폰에서 떨어뜨리는 데 극성이다. 보모는 아이를 공원에 데리고 나가거나 보드 게임을 하며 놀아줘야 한다.
실리콘밸리 부모들의 이런 경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애플 CEO인 팀 쿡은 어린 조카들이 소셜미디어를 하지 못하게 했다. 빌 게이츠는 아이들이 13세가 되고 나서야 휴대폰을 사줬다. 아내 멀린다는 시기를 좀 더 늦추자고 말렸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만들었을 때 아이들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실리콘밸리 부모들은 스마트폰에 빠지는 사람이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번다. 스마트폰이 얼마나 중독적이며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르기 시작하면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한다. "개인 스마트폰은 중학교 졸업하면 사 줄게. 침대에서는 어떤 종류의 스크린도 보면 안 되고 열세 살까지는 소셜미디어도 금지야." 심리학자 리처드 프리드는 "이 부모들은 스마트폰이 슬롯머신처럼 아이들을 무한정 유혹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이런 추세 때문에 미국에서는 '역(逆)디지털 격차'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저소득층은 이제야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며 하루 종일 갖고 놀게 하는 반면, 고소득층 아이들은 나무로 만든 장난감 놀이와 잔디밭 뛰어놀기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사립학교에서는 스크린을 없애고 있는데, 근처 공립학교들은 학생 1명당 아이패드 1대를 구비해 놓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머지않아 한국에도 상륙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반짝이는 사각형'이 유아의 우뇌 발달을 가로막아 심하면 발달 장애나 자폐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고학력·고소득 부모들은 가능하면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거나 자연으로 나가 색다른 자극을 주려고 할 것이다. 그럴 여유가 없는 부모들은 TV를 켜거나 스마트폰을 쥐여줄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 태블릿 광고를 보면 중학생쯤 되는 아이가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다가 갓난아이가 울자 태블릿을 보여주며 달래는 장면이 나온다. 아직은 미국 저소득층 수준의 광고가 먹힌다는 얘기다.
얼마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초등학교 1~3학년의 휴대폰 보유 비율은 52%나 됐고 4~6학년은 83%였다. 중·고교생은 100%에 육박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초등 저학년이 40분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연구원은 "스마트폰 중독 연령대가 낮아지고 지나치게 의존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 임피리얼 의대 로저 니본 교수는 얼마 전 BBC에 나와 "요즘 의대생들은 상처를 째고 꿰매는 간단한 시술조차 제대로 못한다"며 "손재주를 익히기보다 스마트폰 만지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상처를 꿰매려면 손가락을 3차원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스마트폰 위 손가락은 2차원적으로 움직인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표정과 말투와 몸짓을 보며 대화할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세계를 이해하려면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강물이 흐르며 내는 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네이버에서 검색하지 말고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거쳐야 어른으로 자란다. 카카오톡과 유튜브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대개 그렇다."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8111903571&utm_source=urlcopy&utm_medium=shareM&utm_campaign=Mnews
위 글은 조선일보에 실린 글인데 스마트 폰, 게임, 노트북 인터넷 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요즘 사람들 특히 학생들이 생각나서 인용해서 올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