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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운하섭수(云何攝受)-3
장강에서 벌어진 대전투는 강호 전역의 체감온도를 영하권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정보를 업으로 삼는 문파나 인물들의 행보는 정 반대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쟁
상황을 파악하느라 발바닥이 닯도록 뛰어 다니고 있었다.
또한 각 문파는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으며 변화를 주시하고 있었다. 강호에 산재
한 모든 방회와 문파는 비상령을 걸어 놓았다. 어떻게 변할지 모를 상황과 자신에
게 닥칠 돌발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세력이 격돌한 지역을 관리하는 관부와 천호소는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
을 받고 느긋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동창을 통해 내려온 명령은 강호인들의 분란
에 끼지 말라는 것이었기에 그들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쌍방의 세력이 막강해 관부나 군부도 사실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는데,
상부에서 면죄부에 가까운 명령을 내렸으니 그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전쟁을 구경하
고 있었다.
"정말 굉장합니다. 장군."
"그렇구나. 저런 것은 우리 수군들도 배워야겠어."
구강(九江)에 위치한 천호소를 지휘하는 정천호 강백은 오후가 되자 시작된 장강수
로연맹과 황하수로채의 두 번째 격돌을 감탄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가히 불굴의 의지라고 할까요? 아니면 미쳤다고 할까요?"
"글쎄... 하지만 저 투지만큼은 우리 수군도 익혀야해."
죽음을 불사하고 돌진하는 장강과 황하의 수적들의 돌격은 군인들조차 감탄하게 만
들 정도였다.
"수전도 대단하지만 저기 육박전도 놀랐습니다."
"그렇구먼... 가히 천군만마의 기세를 뿜어내는구나."
창을 치켜세운 혈창대가 열을 맞추고 전진하고 있었다. 강변에 오르기 전까지 마
흔 명이 넘는 동료가 수장됐고, 기습을 당해 스물이 넘는 동료마저 잃어 백사십명
으로 줄어들었지만 대오를 맞추고 전진하는 그들의 기세는 태산마저 무너트릴 정도
였다.
혈검대와 혈도대는 혈창대의 좌측과 우측에 열을 맞추고 전진하고 있었다. 그들
뒤에 활시위를 겨누고 있는 혈궁대가 뒤따르고 있었고, 기마 부대인 혈기대는 마상
에서 붉은 깃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팔마당 역시 온갖 병기로 무장한 채 혈방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세워
진 하마삭은 넓은 강변을 빽빽이 깔려 있었다.
"모두 준비해라. 적이 몰려온다."
"와~. 와~.와~."
함성을 지르는 팔마당의 무사들은 사기가 충천했다.
"혈창대는 진격하라."
"혈검대는 진격하라."
"혈도대는 진격하라."
"우와와~."
각 대의 지휘자들이 명령을 내리자 오백 명이 넘는 혈방의 정예들은 함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붉은 홍의를 입은 혈방의 정예들이 돌진하는 모습은 붉은 파도를 연상
시켰다.
"사격준비."
혈궁대는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발사!"
푸쓩. 푸슈슝...
순식간에 청명한 하늘은 붉은 화살로 가득했다.
파바박.
"크아악."
"아악!"
하늘 높이 솟아 올랐던 화살들이 팔마당의 무사들을 향해 비처럼 쏟아 졌고 사방은
비명으로 가득했다.
"방패를 들어라. 방패를 들어~."
"화살을 두려워 마라. 적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모두 돌격해라."
저들에게 하마삭을 뺏기는 순간 기마 부대인 혈기대가 돌격해 올 것은 자명했고 그
것을 모를 정도로 팔마당의 지휘부는 어리석지 않았다. 게다가 날아가는 기러기도
잡는다는 혈궁대의 투사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혼전이 필요했다.
"우와와~."
팔마당의 정예들은 일제히 돌격을 감행했다. 화살에 맞아 죽느니 차라리 적 한 명
이라도 같이 죽겠다는 심정이었다.
챵. 챙. 챙...
두 세력의 중간 지점에 한꺼번에 몰려든 무인들로 인해 피아 구분이 어려웠다.
"죽어라."
"으아악~."
창에 꿰뚫려 죽는 자, 칼에 목이 날아간 자, 검에 심장이 뚫린 자 등등 순식간에 갈
대밭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 두 세력은 장강의 물고기들이 배가 부를 정도로 많은
고기를 보시하더니 갈대밭에 많은 양의 비료와 붉은 핏물을 선사하고 있었다.
"좋아. 이젠 우리 혈부대가 움직일 시간이 왔다."
"네."
혈부대는 중갑주로 무장해 물에 약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절반이 수장되었다. 동
료들이 수장되는 것을 구경만 했던 혈부대 대원들은 타오르는 원한으로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복수심에 취해 광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모두 돌격한다."
"우와와~."
고작 백 명도 채 안 되는 병력이지만 전신을 갑주로 중무장한 혈부대의 돌격을 전
율할 정도 힘이 넘쳐흘렀다. 비록 작은 키지만 팔다리가 굵고 전체적으로 탄탄한
체질의 소유자들로 구성된 혈부대의 특징은 남다른 괴력의 소유자들이라는 것이다.
무섭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혈부대는 혼전이 벌어진 중앙의 전장을 우회하더니
하마삭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의 목적은 하마삭을 박살내 혈기대를 출동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팔마당의 궁수부대는 돌격해 오는 혈부대를 향해 화살을 퍼
부었다.
푸슝. 푸슝. 푸슝...
수백발이 넘는 화살들이 혈부대를 향했다.
따당. 따다당...
그러나 화살들은 혈부대의 장갑을 뚫지 못했다.
"얼굴을 향해 쏴라. 다른 곳은 쏴봐야 아무 소용없다."
팔마당의 궁수부대는 혈부대 대원들의 얼굴을 향해 활을 날렸다. 그러나 혈부대
대원들은 팔을 들어 얼굴을 막으며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저들이 하마삭을 부시게 나두면 안 된다. 전원 돌격해라."
무려 삼백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나왔다. 그들의 목표는 혈부대였다.
파바박. 따다당...
혈부대와 팔마당의 삼백 병력은 처절한 격돌을 벌이기 시작했다. 양손에 도끼를
든 혈부대는 몰려오는 팔마당의 무사들이 휘두르는 도에 비해 길이의 차이로 불리
했다. 또한 수적 열세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중갑주로 무장한 혈부대는
광기와 피에 취해 있었다.
"대주. 저희도 출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혼전을 바라보며 출전을 기다리는 혈기대 대원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
다.
"아직 아니다. 저런 혼전에 우리가 가봐야 아무 소용없다."
혈기대의 대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동료들이 위험합니다."
"저들은 혈방을 대표하는 칠혈대의 대원들이다. 동료를 믿어라. 그리고 혈부대가 하
마삭을 처리하는 동안 이무도 움직이지 마라."
"알겠습니다. 대주."
"혈부대의 대주는 용맹한 사람이다. 그라면 저 하마삭을 모두 처리할 것이다."
혈기대의 기대처럼 혈부대의 저돌성은 가공스러웠다. 한두 명씩 하마삭을 향해 달
려가더니 사정없이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저놈들을 죽여라."
하마삭을 박살내고 있는 혈부대 대원들을 향해 순식간에 십여 명씩 몰려가더니 난
도질을 했다. 그러나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거나 팔 다리가 절단되어도 혈부대는
하마삭을 부셔버리는 것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저, 저런 독한 놈들..."
중갑주가 모두 떨어지고 목이 잘려도 하마삭을 박살내려고 도끼를 휘두르는 혈부대
대원의 모습은 악귀나 다름없었다. 혈부대의 용맹은 수십 개의 하마삭을 부셔버렸
다. 그러나 하마삭은 너무 많았고 혈부대 대원들은 수가 부족했다.
"동산을 만들어라."
혈부대 대주는 갑자기 이해하기 힘든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린 혈부대 대주의
안색은 참담했고 격전을 벌이던 대원들의 표정은 비장하게 변했다. 혈부대 대원들
은 갑자기 들고 있던 도끼를 버리더니 적들을 두, 세 명씩 껴안고 하마삭을 향해
돌진했다.
"크아악~."
"으악...."
"아니! 저, 저 미친놈들이..."
혈부대 대원들은 팔마당 무사을 껴안고 하마삭의 날카로운 부분을 몸으로 막아버렸
다. 순식간에 사방이 피바다로 변해버렸고 비명소리가 울렸다.
"혈도대 대원들아. 혈부대와 운명을 함께 하자."
"우아아~."
혈부대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다는 혈도대 대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하마삭을 향해
달려갔다.
"막아라!"
팔마당 지휘부는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생명을 버리겠다고 작정한 그들을 막기에
는 태부족이었다. 오히려 혈도대에 근접하며 혈부대 대원들에게 당한 것처럼 똑같
은 일을 당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하마삭은 시체로 가득 쌓여 작은 동산이 되어버
렸다.
"혈기대여. 동료의 희생을 보았는가."
혈기대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오직
말들만 주인의 격앙된 감정을 느꼈는지 푸르릉거리면 흥분을 드러냈다.
"돌격한다."
"우와와~."
두두두...
백오십 두의 말들이 엄청난 굉음을 터트리며 진격했다. 하마삭의 삼 분지 일이 피
로 물들인 인간 동산으로 변한 이상 혈기대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거대한 인마
의 파도가 몰려오자 혈검대와 혈창대는 약속이나 한 듯 좌우로 썰물처럼 빠졌다.
중간에는 악전고투를 벌이던 팔마당의 인물들만 남아 있었다. 혈기대는 그들을 단
번에 삼켜 버렸다.
"크아악..."
"아악~."
팔마당의 무사들을 바람처럼 쓸어버린 혈기대는 인간 동산이 된 하마삭을 타고 넘
어가 버렸다. 혈기대가 노리는 곳은 팔마당의 지휘부였다.
"모두 막아라."
팔마당은 혈기대를 인간 장벽으로 막기 시작했다.
"히히힝..."
"으아악~."
사방이 인마의 발길질에 지옥으로 변해갔다.
"화공을 펼쳐라."
"네. 알겠습니다."
인간장벽으로 혈기대의 발을 잠시 묶자 팔마당은 최악의 공격을 감행했다. 엄청난
양의 기름을 갈대밭에 쏟아 붙더니 바로 불을 붙여버렸다.
화르륵~.
"불이다."
사방이 순식간에 화마가 닥쳤다.
"히히힝~."
거대한 불의 장벽이 거세게 타오르자 혈기대는 더 이상 진격을 할 수가 없었다.
"열염탄을 날려라."
감숙궁가가 자랑하는 궁가열염탄이 타오르는 불길 속을 향해 날아갔다. 단 한 알
도 구하기 어렵다는 열염탄이 무려 수십 발이나 날아간 것이다.
콰쾅. 쾅. 쾅
천지의 말일이 온 것을 알리는 것 같은 엄청난 굉음이 갈대밭을 뒤흔들었다.
"히히힝~."
말들은 엄청난 불길에 공포를 느끼다가 굉음에 미쳐 날뛰었다. 더 이상 주인도 없
었고 싸울 정신도 없었다. 말들은 이 두려운 전장을 피하고 싶어 사방으로 날뛰었
다.
"죽일 놈들... 동료가 있는데도 화공을 쓴단 말인가."
아군조차 막대한 피해를 입는 화공을 감행한 팔마당의 수뇌부에 대해 혈기대 대주
는 증오를 느꼈다. 혈기대 대주는 불바다로 변해버린 전장에 계속 있으면 피해만
속출할 뿐 아무런 이익도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후퇴해라."
혈기대 대원들은 미쳐버린 말들을 억지로 잡고선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염
은 점점 확산되어 갈대밭 전체를 무섭게 태우기 시작했다. 전투는 끝났지만 미쳐
버린 화염은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다.
"엄청난 불길이군. 다들 피해라."
불을 지른 팔마당 조차 후퇴하기 시작했다. 팔마당 지휘부마저 불을 피해 후퇴해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 버렸다. 두 세력의 전쟁을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정천호 강백은 엄청난 화염의 장벽을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깝군."
"격전이 끝난 게 그리 아쉽습니까?"
"그렇다네."
"장군께서도 사람이시군요."
"무슨 말인가?"
강백은 의아하다는 눈으로 부하 장수를 바라보았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어 하는 게 사람들 심리가 아닙니까."
"하하하, 싸움 구경이야 재미나지. 게다가 저렇게 불구경도 하게 됐으니 즐거워해야
하지 않나."
"소장의 귀에는 불구경은 별로 양에 안 찬다고 들립니다."
"하하하. 맞네. 저런 처절한 전투를 언제 어디서 볼 수 있겠나."
강백의 말투는 재미난 일이 끝나 아쉽다는 뜻이 서려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들이 여기서 끝내겠습니까. 저 불이 꺼지면 또다시 시작하겠
지요."
"그렇겠지. 아니 그렇게 돼야하네."
"무슨 말씀인지..."
"잔당을 소탕하는 게 우리의 임무가 될 걸세."
강백의 말이 떨어지자 부하 장수는 놀라워했다.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않나. 저런 세력들이 불충한 마음을 가지면 큰 일이 일어나네. 오히려 이
기회를 노려 아예 전멸을 시켜야하네. 그리고 북경에 계신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
이실 거네."
"그렇군요. 그래서 저들이 싸우는 것을 놔두되 철저히 감시를 하라고 했군요."
"어부지리를 얻는 거지. 저 수적들이나 강호의 불한당들을 쓸어버릴 정도의 병력을
모으자면 엄청난 수가 필요하지. 게다가 피해도 만만치 않지."
"그렇습니다. 장군. 저들은 나라에서 엄금(嚴禁)한 화기(火器)마저 사용하는 자들입
니다."
강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들의 씨를 말리는 게 황제 폐하에게 충성을 다하는 일이네."
"네. 알겠습니다."
혈방과 팔마당을 노려보는 강백의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싸늘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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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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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ㄳ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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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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