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인사이드&인사이트]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재건축 더 쉬워진다는데…” 갈팡질팡
이축복 산업2부 기자
입력 2023-04-11 03:00업데이트 2023-04-11 04:06
주민 갈등에 표류하는 리모델링
공사비 상승-재건축 규제 완화로 ‘재건축 대체재’로서 매력 떨어져
시공사 수주 포기-조합 해산까지… 사업 여건 따라 재건축 여부 불투명
리모델링 단지 “희망고문” 반발… 정부 “리모델링도 인센티브 검토”
《인천에서 리모델링 추진 1호 단지로 꼽히는 부평구 부개주공3단지는 현재 리모델링 반대 주민 비율이 1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1724채 규모로 300채 안팎의 집주인이 반대로 돌아선 것. 리모델링 조합 설립까지 마치고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할 건설사까지 선정했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원자재 등 각종 비용이 치솟으며 공사비가 높아지고 재건축 규제도 완화되며 리모델링 신중론자들이 늘었다. 반대 비율이 25%가 되면 리모델링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한 부개주공3단지 소유주는 “원자재 등 비용 상승으로 추가 분담금이 예상되는데 굳이 리스크를 감당하며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아파트 단지에서 이를 철회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주택 시장 침체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재건축 대체재’로서의 매력도 떨어지면서 인기가 시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사업이 진척된 단지나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가 있는 만큼, 리모델링에도 재건축 규제 완화에 준하는 혜택(인센티브)이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갈등이 크게 나타나는 단지는 아직 리모델링 초기 단계인 단지가 많다. 올해 3월 서울 강서구 염창동 무학아파트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찬반으로 갈등이 커지면서 아파트로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리모델링 조합이 조합 설립 다음 단계인 안전진단을 진행하기 위해 점검 차량을 호출했는데,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단지 내로 차가 진입하는 것을 막아섰다.
● 건설사·조합 모두 손떼기 시작해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구조를 유지한 채 수평·수직으로 증축해 주택을 다시 짓는 사업이다. 준공 후 15년이면 추진할 수 있어 30년을 넘어야 하는 재건축보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또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B등급이기만 해도 돼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보다 문턱이 낮다. 초과이익환수제와 전매제한을 적용받지 않아 그동안은 재건축의 대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집값 하락과 고금리,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낮아진 데다 미분양 물량까지 늘어나면서 리모델링의 인기는 크게 꺾인 상태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는 140곳, 11만2417채다. 2021년 12월 94곳에서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131곳까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주춤한 것이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수익이 불투명해지자 건설사부터 손을 떼기 시작했다. 올해 2월 말 쌍용건설은 경기 군포시 산본동 설악주공8단지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삼성물산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 가락상아2차 리모델링 사업을 경쟁 없이 따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리모델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장 여건에 따라 시행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업을 아예 철회하고 조합을 해산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여1단지는 조합 설립 3개월 만에 사업성·조합 운영비 등을 이유로 조합을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