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불안(不安)'이 유행이라고 한다. 한동안 '우울'이 유행이더니 우울 뒤에 불안이 따라왔다. 그래서 요즘 심리치료 해주는 곳들은 '불안'만 내 걸면 먹고 살 정도라고 한다. '불안 해결해 드립니다'라고 말이다.. 불안은 미래와 관련이 있다.
불안에는 분리불안, 예기불안 등이 있는데 '분리불안'은 애기들이 엄마와 떨어질까봐 불안해 하는 것처럼 그런 불안이고
요즘 유행하는 건 '예기불안(豫期不安)'인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앞당겨 계속 근심하고 걱정하는 것이다. 고3 학생 부모가 겨울이나 돼야 보는 수능시험을 봄부터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불안을 없애려면, '마음챙김'을 하면 된다. 마음이 현재에 머물면 불안이 똑 떨어진다. 들숨 날숨에 집중하면 마음이 현재로 돌아온다.
또는 천천히 걸으면서 걸음에 집중하여 마음챙김을 해도 좋다.
마음이 흔들흔들 하면 그 틈새로 불안이 쏙 들어온다. 남들이 다 불안해 하면, 나도 덩달아 불안에 휩쓸려 다닌다. 마치 유행처럼.. 불안과 초조가 계속되면 '터널시야(tunnel vision)'라고 해서,
시야가 좁아지고 좋지 않은 것만 보게 된다. 그럴 때는, 마음의 현상을 알아차리고, 거기에 이름을 짓고, 보내주면 된다.
불안도 여러 종류다. 불안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불안마다 이름을 붙여준다 '아.. 내가 지금 이런 불안이구나.. 이런 불안이구나..' 하고. 그렇게 이름을 붙여주곤.. 그냥 놓아 준다. 불안이 올라오면,
옛날엔 '방하착(放下着)하라'고 하였는데, 놓아주라는 말이다. 그런데 <알아차리고-놓아주기>가 처음엔 잘 안 되기 때문에 <알아차리고-이름 붙이고-놓아주라>는 것인데 여기에서 <놓아준다>라는 것은,
꽉 쥐고있던 걸 확 버리고.. 이런 게 아니고 이름을 붙이고 다시 한 번 보면 저절로 사라지는 걸.. <놓아준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까 <놓아준다>라는 것은 뭔가를 애써 한다기 보다는
<둔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불안 초조에 걸리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평정심'이다. 선(禪)에선 '평상심(平常心)'이라고 하며, '자비희사 사무량심'에선 사(捨)에 해당한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끄달리지 않는 것, 바람처럼 물처럼 사는 것.. 이러한 삶을 '여여(如如)하다'라고도 표현한다.
※ 그렇다고해서 미래를 완전히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우거나 대비를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미래를 생각하든 과거를 생각하든 무게중심은 항상 지금 여기에 두어야 한다. 수험생 부모라면, '시험을 잘 못 보면 어쩌나' 까지는 괜챦다. 그런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 '시험을 잘 못 보면, 좋은 대학 못 가고, 그러면 취직 못하고, 인생이 고달파질 텐데..'
어쩌구.. 하면서 그 생각에 계속 사로잡혀 지내지 말라는 말이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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