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쩐 일이세요?"
퇴근해 집에 들어갔는데 친정 아버지께서
노란 공단 이불을 덮고 앉아 계시길래 놀라서 튀어나온 말이 그렇다.
"응..너도 보고 싶고 또..."
이러시며 한쪽 이불귀퉁이를 들어올리니
약간은 야시시하면서도
순진한듯 한 아짐 한분이 빼꼼 얼굴을 내민다 .
"내가 요즘 사귀고 있는 사람이야.."
"말이돼요. 엄마도 계신데. 아빠가 이러신다는게 말이되냐구요.당장 나가요.내집에서 당장 나가라구요."
격앙되다 못해 온 몸이 부르르 거려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데
아버지도 ..그 여자도 ..별일 없다는듯
내 말은 무시하고 이부자리를 걷고 밥상을 차린다.
"뭐하는거에요. 가라는 소리 안들려요?"
숨마저 턱에 걸려 헉헉거리며 갈라진듯한 목소리로 계속 악다구니를 하는 나.
아랑곳 없이 생글 거리며 상을 차리던 그녀..잠시후에 문을 열고 나간다.
"아버지 엄마는..엄마는 뭐가 돼..이럼 안되는거잖아. 응 ?"
"좋은 사람이야.
내말이라면 다 시늉하고.. 밥만 먹고 갈꺼야 너무 머라하지마라"
그때 안돌아 오겠지 했던 그녀가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라고 생글 거리며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는 나는 안중에도 없이 아빠 옆에서 소곤 소곤 거리며 술도 따라주고 그러는데.
한편으론 분명 화가 엄청 치솟고 배신감에
부르르떨렸는데..
웬일인지 한편으론 내 아버지께 웃음을 짓게하고 챙겨드리는걸 보니 아주 싫지는 않은 맘이 드는것이었다.
여기까지가..꿈이었다.
살아생전 ..내 집이라고 장만 하기전 남의집으로 이사다닐때나 한번씩 오셔서 두루두루 살피고 안쓰러 하시던 아버지
내 집을 마련 하셨을때는 저세상으로 가셔서 내 맘에 영 걸리기만 했었는데
아니....오셔도 말이야. 떡하니 어케 다른 아낙을 데불고 오시냐고...아무리 저승에 계시기로서는 거기서 벌써 아짐을 사겼다는거야? 라는 생각과 더불어
헌데 이꿈이 그저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그날 낮에 막내와 원주를 다녀오던중
어찌 말하다 아빠가 혼자가 되면 말야..
꼬옥 니들이 주선해서 새엄마를 못찿아주더라도 아빠가 새엄마라고 데리고 오면 반대하지 말고 잘 모셔..
했는데 막내가 재롤 재롤 안된다.
어떻게 그러냐. 난 아빠가 그러면 아빠 안보고 살꺼다.그러길래
"가시내야.. 니들은 서방 만나서 알콩 달콩 살믄서 그럼 아빠는 죽을때까지 혼자 밥해묵고 살리?"
한참을 생각하는것 같더니
"그럼 엄마는 안 속상하겠어?"
"죽은게 뭐가 속상하냐?"
"그래..그럼 생각좀 더 해보고..."
이런 과정이 있었고..
이틀후에 아버지 기일이었기 때문에
뭔가 암시를 한듯한 꿈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아..내가 말은 글케했지만
효리도 아마 이런 배신감 내지 기가막히겠구나..하고 딸아이가 겪을 마음의 상처도 체험?한듯 하고 .^^
이 꿈으로 아버지 기일에 모인 가족들이 박장 대소를 하면서
"니네 아빠는 벌써 생기고도 남았을꺼다"
라며 웃음 지으시는 엄마..
"그래도 샘 안나시우?"
"아이고 샘은 무슨 제버릇 개 준다디"
ㅎㅎ 암래도 울 엄마 아빠 사이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긴 했었나보다..
얼마전 내생일 ..
아침 늦게 미역국이라고 끓이고는 스스로를 대견해 하던 막내딸
내가 워낙에 케잌을 안먹으니 몇번을 물어도 사지마라했었는데 불루베리 케잌이라며 그래도 생일에 빠지면 섭섭하다고 조막만한걸 하나 사다놓고 축하송을 불러주었는데..
미역국에 밥말아먹고 케잌은 그냥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엊그제 이녀석 친구들이 잔뜩 몰려왔는데 집에 먹을건 없고 해서 통닭한마리를 시켜주고 놀으라 하고 냉장고를 보니 케잌..
"효리..친구들이랑 이 케잌도 갖다 먹지?"
"케잌있어?먹자 먹자.~"스스럼 없는 그녀석 친구들이 아우성을 치는데도
"으응..있다가..지금 금방 닭 먹었잖아"
"먹고 싶다잖아..그냥 갖다줘~"
"응 아니야.. 이따가.."
머지?
평소엔 이런걸 아낄리가 없는데 ..
실컷 놀고는 다른 친구집으로 몰려간다는 친구들
잊어버릴새라
"효리야 케잌도 갖고가서 먹고 놀아"
체념한듯 풀죽은 모습으로
케잌을 꺼내더니
볼멘 소리로
"엄마가 안먹었잖아. 한입도..
내가 엄마 좋아할거 같아서 사온건데.."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그랬구나..그랬구나..울딸이 내 생일 선물로 해준건데 엄마가 맛도 안보고 친구들 먹이라 했더니 섭섭했구나..
"아..미안 ..엄마는 케잌 좋아라 하지도 않고 또 살찌잖아.. 그럼 이따 커피랑 먹을테니 한조각만 남겨두고 가..그럼됐지?
나두면 또 그냥 버리게 될꺼야.."
"알았어..꼭 먹어."
라고 잘라놓고는 친구들이랑 나간다.
나가고 잘라놓은걸 보니..ㅎㅎ 반은 넘게 잘라놓고 갔다..한조각만 놔두라니..
다음날 아침
"그 케잌 맛나더라..커피랑 같이 먹으니까 막 살살 녹고 맛있더라.괜히 친구들 주라 했네"
"것봐..내가 엄마가 좋아할것 같아서 사왔는데.."
ㅎ...내딸이 참 많이 컷습니다..
자식들이란게 어려서는 어려서대로 기쁨과 즐거움을 주더니 ..자라가면서도 궂이나 공부는 둘째치고.^^ 요케 마음 씀씀이가 키특해져가네요.
나두 좀더 살뜰히 울 새끼들 더 챙겨야겠어요. 혼자 놀러다닐 생각은 접고!^^
어제 놀러간건 어쩔수 없었으~^^
@날개. 언니 안녕~^^
음...부모 마음은 다 같다고 하는데 자식에 따라 같은 마음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나봐요. 그 본질(내 새끼 잘되야할텐데)이야 어디 달라질까만.
야무지게 현실적 계산을 스스로 한다는거 대견한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게 쉽지 않은데 자립심도 있고..우리가 보통 사회로 내보내기위한 교육을 하기위해 어릴때부터 사회성을 길러주고 하는거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조금 일찍 성장했다일뿐 ..
그 과정속에 빠진건 분명 사회에서 충분히 배워나갈꺼라고 봐요.
분명한건..콩심은데 콩난다 임다.
아들과 딸
아니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네요
이래서
딸이 좋다는 거겠죠 ㅎㅎ
많이 춥네요
따시게 단도리~^^
ㅎ 나름대로 자식은 다 이뻐요. 때론 버겁기도 하다가 또 이렇게 한없이 깊은 감동을 주면서 어른을 어른답게 성장 시키는 역활을 하잖아요.
오늘도 많이 춥네요. 감기 조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