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인공 같은 ‘맹호영웅’의 활약
장정환 상병은 1966년 1월 9일부터 10일까지 베트남 중부 고보이 평야에서 있었던 수도사단 1연대의 비호6호 작전에서 수훈을 세운 영웅이다. 당시 장일병이 소속된 5중대 2소대는 작전지역을 수색하다 베트콩이 ‘리엠로이’ 마을 일대에 강력한 진지를 편성한 것을 확인, 공격을 시작했다. 소대장 이청 중위의 지휘로 전진하던 소대는 공동묘지와 둑길을 따라 죽창과 부비트랩 등 수많은 장애물과 마주쳤다.
그로 인해 소대가 잠깐 지체하는 사이 베트콩의 격렬한 사격이 시작됐다. 고개조차 들지 못한 소대원들은 꼼짝없이 베트콩의 살상지대에 갇힌 꼴이 됐다. 그때 김동술 병장이 발사하는 57㎜ 무반동총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발사될 때마다 굉음과 함께 적 장애물과 진지가 무더기로 날아갔다. 그러나 불과 70m 전방에 위치한 목표물을 사격하는 무반동총은 후폭풍으로 위치가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사격 후 진지 변환을 해야 했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 한 발이라도 더 사격하려 했던 김병장은 적의 집중사격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수가 붉은 피를 내뿜으며 쓰러지자 사격을 돕고 있던 부사수 장일병은 적개심에 복받쳐 착검된 소총을 들고 적의 사격이 난무하는 적진을 향해 내닫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베트콩이 엄폐물로 이용하는 공동묘지로 뛰어든 장일병은 속사로 베트콩을 제압해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소대원들은 저마다 함성을 질러가며 장일병의 뒤를 따랐다.
장일병이 베트콩을 향해 달리고 있는 동안 적이 발사한 총탄이 장일병의 소총 개머리판을 가격했으며 바지와 상의 옆구리를 뚫고 지나갔다. 그러나 장일병은 좌충우돌 베트콩을 닥치는 대로 때려 눕혔다. 그의 용전분투와 함께 소대원들의 공격이 계속되자 압도된 베트콩들은 동요하며 총구를 돌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장일병은 그들이 숨 돌릴 틈 없이 덤벼들어 격투를 계속하다 발이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 순간 적탄이 그의 철모를 관통했지만 기적적으로 그는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즉시 일어선 그는 수류탄을 뽑아든 적 한 명을 착검된 소총으로 찔러 넘어뜨렸다. 그 순간 베트콩이 실탄을 발사했지만 장일병 소총에 맞아 튕겨나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장일병의 용전분투와 그의 투지에 감동한 소대원들의 혈투가 소대의 위기를 극복함은 물론 승리를 이끌어 냈다. 격전이 끝난 후 확인된 베트콩의 시체는 32구, 포로는 21명이나 됐다. 적의 시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장일병이 총검술로 쓰러뜨린 베트콩은 소대장임이 밝혀졌다. 한편 채명신 주월한국군사령관은 헬기로 작전지역 상공을 비행하다 장일병의 초인적인 활약과 분투 광경을 지켜 본 후 장일병을 맹호영웅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그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수여해 투혼을 치하했다. 훈장 수여식에서 전투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장일병은 “오직 적을 무찌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거의 무의식중에 행동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전투가 끝난 후 전우들이 나의 활약을 알려 주었고 또한 철모와 소총, 그리고 전투복을 뚫고 지나간 탄흔을 보고 비로소 처절한 전투였음을 되새길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최용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