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가서 내 아내가 돼줘.’ 그렇게 사랑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깨소금 맛의 결혼생활이 이어집니다. 세상은 아직 전쟁 중입니다. 공습을 받으면서도 예쁜 딸을 낳아 가족이 더 생깁니다. 두 사람의 사랑의 열매가 첫걸음을 떼고 얼마 후 ‘맥스’는 상부의 부름을 받습니다. 일반 명령이 아닙니다. 웬 조사실 같은 곳으로 안내됩니다. 그리고 낯선 상관의 비상한 눈빛을 마주합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귀국 후 너무 행복한 결혼생활이 과분했던가? 어쩌면 2년도 안 되는 부부생활이 큰 위기에 부딪치게 됩니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을 마주합니다. 그러나 상부의 눈은 의심을 넘어 확신으로 차 있습니다. 사흘의 기간, 그 안에 무혐의를 증명해야 합니다.
아내의 이름은 ‘마리안 부세주르’입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이미 죽은 사람이랍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전에 수행했던 카사블랑카에서의 독일 대사 암살 사건도 조작된 것이랍니다. 오히려 이쪽의 주요 인사를 저격했답니다. 그러니 그 때의 요인 저격사건도 오히려 적의 농간에 이용당한 셈이지요. 그러면 그 때 함께 동조했던 아내도 적의 첩보원임을 숨기고 함께 했다는 것이고 자기는 그들에게 이용을 당한 셈입니다. 오래지도 않은 당시의 사건을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너무 쉽게 수행된 임무였습니다. 사실은 그 임무 수행하며 죽을 각오로 임했는데 말이지요. 총격전이 격해지고 있는데 어떻게 적은 쉽게 추격을 포기했을까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맥스는 요인 암살의 임무를 띠고 독일군이 점령하고 있는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 사막지대에 낙하산으로 투하됩니다. 이미 준비된 요원의 안내를 받아 카사블랑카로 들어옵니다. 그곳에서 아내가 기다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예정대로 파리에서 온 사업가가 기다리던 아내를 만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부부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줍니다. 그것도 대단한 잉꼬부부로 말이지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임무 수행일 뿐이지 부부는 아닙니다. 특히 맥스는 철저히 임무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파트너와 잠자리를 함께 하면 둘 다 죽기 십상이랍니다. 대부분 그렇게 됩니다. 임무보다 사랑에 정신을 빼앗기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 사람이 부부로 지내며 적군의 요인들과 접속합니다. 이미 주변사람들과 친분 관계를 많이 형성해놓은 아내 ‘마리안’ 덕에 어렵지 않게 교제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중요 파티의 초대장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바로 그 파티에서 임무가 수행되도록 계획이 짜져 있습니다. 시간에 착오가 생긴다면? 상대가 약속과 일에 철저한 독일인이니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미 파티장 안에 총기도 비밀리에 모두 장치되어 있습니다. 맥스와 마리안 부부만 알고 있습니다. 신호와 더불어 탁자를 엎어버리고 그 뒤에 붙은 총기를 취하여 대상자를 향해 발사하면 됩니다. 군사들이 닥칠 것입니다. 알아서 처리하며 빠져나오면 됩니다.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일단 임무가 수행되면 그 다음에는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로 전날 두 사람은 진짜 부부처럼 세상에서의 마지막(?) 쾌락을 향유합니다. 사실 함께 임무를 수행하며 이미 두 사람의 마음은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이대로 그냥 죽어야 한다면 얼마나 생명이 아깝겠습니까? 그런데 일은 계획대로 잘 끝나고 두 사람은 생존하였습니다. 나와 같이 런던에 가서 내 아내가 돼 줘요. 마리안 입장에서는 어쩌면 기다렸던 말입니다. 이미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더구나 생명을 걸고 함께 하였으니 더 이상 가까워질 다른 길이 있겠습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런던에 와서 축하 받으며 결혼하여 아주 행복하게 삶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예쁜 딸까지 가집니다. 때로는 근처 보모에게 아기를 맡기고 부부 데이트도 하면서 신혼의 기쁨을 연장하여 누립니다.
아무 변고 없이 행복한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출입니다. 그리고 조사를 받게 됩니다. 아내 마리안의 이름이 그 이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여태 누구와 사랑하고 살았다는 말인가? 정보부의 조사로는 그 이름의 여자는 이미 독일군에 의해 사살되었답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아무런 일 없이 둘이 아니 아기와 셋이서 잘 살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 그렇다면 72시간 여유를 줄 테니 증명할 증거를 가져오랍니다. 그리고 아내를 시험할 암호를 줍니다. 맥스는 스스로 적지로 날아가서 증인 될 사람을 찾아 아내의 사실여부를 확인합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 사실로 드러납니다. 아내가 고백합니다. 진작 그 환경을 벗어나려고 함께 런던으로 온 것입니다. 첫째 사랑해서 그리고 스파이 생활을 벗어나려고. 그런데 쫓아와서 이번에는 아기를 미끼로 여자를 위협하는 것이었습니다.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을 알고는 보모를 비롯하여 접촉자들을 찾아 처단합니다. 그래도 이중첩자라는 사실을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스스로 선택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남아야 사랑하는 자식을 기를 테니까요. 영화 ‘얼라이드’(Allied)를 보았습니다. 2017년 작이네요. 마음이 짠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