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에서 팀승리를 결정한 허영호 선수(왼쪽). 허영호는 바둑리그에서 주장을 처음 맡았다.
첫선 보인 충북&건국우유, 신생팀 돌풍에 합류 한웅규ㆍ윤준상 승리에 주장 허영호가 마무리
허영호가 막아냈다. 결정적인 순간 주장의 몫을 해내면서 팀승리를 지켰다. 팀 창단 후 데뷔전을 치른 충북&건국우유가 교묘한 오더작전으로 첫날을 싹쓸이하고도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29~30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0한국바둑리그 2라운드 4경기에서 충북&건국우유가 하이트진로에 3-2로 신승, 팀 창단 후 첫 경기를 승리하는 기쁨을 맛봤다. 조훈현 선수를 장고대국으로 돌리고 장고대국에서 터줏대감 행세를 했던 윤준상을 속기로 내세운 것이 '영환도사'의 변칙수법.
오더상에서 두 팀은 정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첫날은 하이트진로의 최철한과 충북&건국우유의 윤준상의 승리를 확정적으로 보고 있었고, 둘째 날은 전력이 비슷한 선수끼리 매치업됐기 때문. 하지만 승부에는 항상 예상외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 첫날 2승을 합작한 충북&건국우유의 두 선수. 윤준상(왼쪽)과 한웅규(오른쪽).
1국에서 하이트진로의 주장 최철한의 패배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한웅규와의 상대전적에서 2-0으로 앞서 있을뿐더러 객관적인 전력에서 월등했기 때문이다. 내용 역시 초반엔 다소 불안했으나 중반 이후가 되면서 배테랑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웅규가 바늘만한 빈틈을 헤집고 형세를 역전시켰다. 박정상 9단은 바둑TV에서 2국을 생중계하던 도중에 "검토실의 선수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아무도 못 본 수를 한웅규 선수가 봤다"면서 놀라운 수읽기를 칭찬했다.
예상외의 성과에 다음 주자 윤준상의 발걸음이 더욱 가뱌워졌다. 초반부터 상대 김형우를 앞도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중반에서 김형우의 버팀수를 보지 못해 큰 패를 허용, 역전의 분위기가 흘렀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고 위기를 벗어나는 노련함을 보였다.
둘째 날 대국은 아무래도 2승을 먼저 올린 충북&건국우유가 단 한판만 이기면 되는 상황이므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3판 모두 '반반 승부'이어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 승부 역시 쉽게 끝난 판이 없었다.
3국의 이원영-김정현은 바둑리그 처녀출전. 모두 지난해 입단에 성공한 새내기다. 이원영은 중국리그 출전 관계로 이미 개막전 이전에 한 경기를 치러 패배를 맛봤지만 김정현은 첫 대국. 하지만 김정현보다 팀패배를 눈앞에 둔 이원영이 훨씬 더 부담되는 경기였다.
초반 흐름은 김정현이 잡고 있었지만 중반에서 이원영이 절묘한 맥점으로 형세를 반전시켰다. 이후 치열한 끝내기 싸움에서 이원영이 밀리지 않았다. 예상을 깨고 장고대국에 출전한 조훈현은 안성준에게 패하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2-2로 팽팽한 승부지만 2패 후 2연승으로 따라붙은 하이트진로가 기세를 타고 있었다. 마지막 주자는 원성진-허영호. 상대전적이 6승6패일 만큼 누구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박빙이다. 다만 최근 허영호의 기세가 대단하다는 것. 올해 21승4패의 상승세.
승부는 원성진의 서툰 공격으로 갈렸다. 부담감 때문인지 '원펀치'다운 매서움이 없었다. 허영호는 국후 "흑이 좌하귀를 먼저 공격해 왔다면 받기가 까다로와 형세가 좋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평하면서 "중앙 타개가 잘 되어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전 규모 29억5000만원,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의 2010한국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텝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6월 3~4일엔 신안천일염-하이트진로의 3라운드 1경기가 벌어진다.
■ 승자 한마디 & 톡톡 한마디 "(상대가 중앙을 받았으면?) 검토실에서 연구해 봤는데 그러면 반집을 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묘수는 그 전에 보았는지?) 당연히 받을 것으로 봤는데 손을 빼서 운이 좋았습니다. 수는 두고 난 다음에 봤습니다." (충북&건국우유 한웅규) "(내일 경기를 예상한다면?)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기 때문에 4-1로 이길 것 같습니다." (충북&건국우유 윤준상) "(흑이 좌하쪽을 먼저 공격한다면?) 받기는 받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좋은 모양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충북&건국우유 허영호ㆍ사진) "강훈 감독 입술이 탈 것 같습니다." (목진석 해설자 - 최철한의 패색이 짙어지자) "따끈따끈한 신예죠." (이승현 진행자 - 내일 나올 3국의 이원영-김정현 선수들을 보고) "빌딩에 기둥을 세우는 듯하네요." (박정상 해설자 - 하변에서 한칸씩 뛴 모양에 대해) "그건 연기일 수 있습니다." (김지명 진행자 - 당황하는 모습도 100% 믿어선 안 된다며)
▲ 대기실에서 조훈현 9단의 여유로운 모습.
▲ 출전에 앞서 윤준상 8단과 포석공부를 하고 있는 허영호 7단. 공부가 도움됐을까.
▲ 이원영(왼쪽)-김정현의 대국. 김정현 초단이 자신의 실착을 지적하고 있다.
▲ 승부와 양팀의 모습은 영 딴판. 막판에 몰린 하이트진로보다 충북&건국우유가 더 초조해 보인다.
▲ 김정현의 대국에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주장 허영호 7단이 허공에서 한수 지도.
▲ 5국의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3국이 늦게 끝나 5국은 예정보다 한참 늦은 9시 34분에 들어갔다.
▲ '전신' 조훈현 9단을 꺾고 동점타를 날린 안성준 초단(오른쪽). 팀의 패배로 아쉽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