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불원인 인원도(道不遠人 人遠道)
산비이속 속리산(山非離俗 俗離山)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건만,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는데, 세속이 산을 떠난다네.>
조선 중기의 문인 백호 임제는 보은에 3년간 머물다 떠나며 이 시를 남겼다.
이 시에서 산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보이나 속리산(俗離山)이라는 이름은 신라 때부터 불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속세를 떠나 들어온 산’이라 하여 그렇게 불려지게 된 것. * 세속 속(俗), 떠날 리(離)
누구든 풍진 세상의 일을 잠시나마 잊고 선경에 취해 ‘속리(俗離)’할 수 있게 하는 너그러운 품을 가진 산이다.
형제봉(兄弟峰 832m)은 상주시 화북면과 화남면 그리고 보은군 내속리면에 걸쳐있는 삼면봉으로 속리산의 위성 봉우리다.
한강, 낙동강, 금강의 분수령인 삼파수 속리산 천황봉(1058m)을 지나는 백두대간 동남쪽 6km 지점에 바위봉으로 우뚝 서 있다.
형제봉 서쪽 골짜기속에는 십승지(十勝地) 중의 하나인 만수동(萬壽洞)이 포근히 자리를 틀고 있다.
우리는 이 지점을 드날머리로 삼아 원점회귀를 이루었다.
험한 산길 깎아지른 바위 구간을 우회하며 올라서면 천혜의 조망이 열리고, 다시 오름짓을 한 끝에 나타난 바위가 형제봉 정상이다.
서너 평 됨직한 암봉에 자그마한 정상석도 있고 주위 조망도 시원하게 터진다.
형제의 우의를 다지면서 정답게 제 자리를 지키고 선 형제봉을 보면 자연의 신비가 절로 느껴진다.
지형도 상의 삼가천(三街川)은 만수계곡(萬壽溪谷)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속리산 천왕봉 남쪽자락 깊은 계곡에 숨어있는 만수계곡은 만수(萬壽)를 누린다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사철 맑은 물이 끊이지 않는 곳.
이곳에서 산다면 만수는 몰라도 백수(百壽)는 꿔다논 당상일 것.
코스: 만수4교-냉골-큰바위-암괴 우회-전망바위-바위 구간-형제봉-밧줄구간-형제2봉(800.6m)-피앗재-피앗재산장-만수계곡-한약의집-만수4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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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7k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오름길은 난코스였다. 씻는 시간을 포함하였으니 3시간 정도가 걸린 셈.
고도표
만수계곡으로 진입하는 길은 버스가 들어가기에는 조심스럽다.
도중에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작은 차가 비켜 서야만 될 것.
만수계곡으로 들어오는 길은 상당히 깊숙하다. 왜 십승지인지 알 만하다.
만수4교를 막 건너서 버스가 댔다.
만수4교 우측 공터에 버스 한 대가 댈 수 있을 것.
냉골로 진입하는 길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우측이고, 버스가 대기할 공간은 버스의 좌측 공터.
오후 3시에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감안하여 산행을 서두르는 일행들.
임도급 산길을...
계곡을 왼쪽 옆구리에 끼고 진행하다...
계류를 건너면서...
계곡으로 눈길을 준다. 사람의 손때가 전혀 묻지 않은 곳이다.
예전엔 숱한 사람들이 다녔음직한 길을...
줄곧 오르다 보면...
우측으로 형제봉 가는 푯말을 만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산소를 가리키는 후손들의 푯말이다.
군데군데 인위적인 흔적은 옛사람들의 삶의 몸짓으로 화전민들의 터로 보인다.
소작농을 해봤자 지주에게 수확량의 대부분을 갈취당해 아예 식솔들을 거느리고 산으로 들어온 것.
지금에사 나무들이 웃자라 상상불허지만 당시에는 제법 널따란 농경지였을 것. 옥수수를 비롯하여 온갖 작물을 심었을 것으로 보인다.
제법 커다란 바위 하나를 지나자...
무덤이 있는 자리는...
경산 전씨 묘.
평이한 산길을 줄곧 오르노라니 커다란 바위를 만난다. 한 눈에 보아도 단일 바위로서는 아주 큰 몸집.
바위 우측으로 가다 우측 능선으로 붙어야 소위 만물상이라 불리는 암봉 정수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인데...
일부 회원들은 바위 좌측으로 붙고 있다. 그 방향으로도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보인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748m 봉(성지봉)으로 직등하는 듯.
앞사람들을 따르다보니 계곡을 따라 너무 들어온 것 같아 무조건 우측 능선으로 비스듬히 붙기로 하였다.
산길이 유순한 건 다행이었고...
금방 능선에 붙을 수 있었다.
가파른 구간을 올라서니...
우측으로 조망이 열려...
도드라진 바위를 찾아 권 형님께 모델이 되어주십사 하였다. 그랬더니 아주 그럴싸한 왕년의 포스 살나네~
바라보는 곳은 아름답기로 이름나 충북알프스라 부르는 구병산 라인. 영남에 영남알프스가 있다면 충북에는 충북알프스가 있다.
짙은 녹음의 깊은 계곡.
북쪽으로 유난히 시선을 끄는 도드라진 암봉을...
살짝 당겨 보았더니 748m봉이다. 어느 지도에 이 봉우리를 성지봉이라 적고있다. 무슨 뜻의 어떤 이름일까?
형제봉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둘 이상이어야 형제인 것. 추측컨대 또다른 형제봉을 경상도 버전으로 부르는 게 성지봉이 된 것.
무덤을 지나자...
커다란 암봉이 앞을 막아선다.
바위 밑둥을 따라 우측으로 우회하는 길은 난코스.
겨우 선답자들이 쓸고 간 흔적만이 난무할 뿐...
이렇다할 등로는 없다.
그러다가 좌측 암반의 사면을...
비스듬히 올라 붙노라니...
좌측으로 깎아지른 단애의 정수리가 목표점이다.
그렇게 올랐다.
사방이 뻥 뚫린 암봉에서...
나의 눈길을 막아서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날개를 쫘악 편 채 멈춘 듯 날으는 솔개의 몸짓에다 구석구석 파고드는 솔개의 시각으로 산하를 살핀다.
조감법(鳥瞰法)이다. 부감법俯瞰法)으로 그린 그림은 이런 실물이 있어야 가능한 것.
충북알프스라 불리는 구병산 라인.
검은 구름이 몰려드는 속리산 천왕봉과 그 우측으로 비로봉과 입석대. 좌측 제일 끄트머리 뒤로 뾰족하니 솟은 봉은 묘봉인 듯.
살짝 당겨본 천왕봉과 속리산 마루금.
다시 카메라에 잡힌 일명 성지봉(748m)과 우측 형제2봉(800.6m)
남쪽 멀리 먹구름을 이고 선 산맥들.
능선을 붙는 길은...
무덤을 지나고...
능선을 고수...
벤치가 있는 능선에 닿는다.
형제봉 정상이 불과 200m.
바위가 가로 막고서...
좌로 에두르며...
고개를 들면 기암이 하늘을 받치고 섰다.
이윽고 암봉으로 이루어진 형제봉 아래에 섰다.
형제봉 정상이 바위 위에 있다는 푯말.
형제봉 아래의 친절한 길잡이.
갈령(葛嶺)은 형제봉에서 갈라지는 작약지맥의 첫 번째 고개로 상주시 화남면과 화북면을 연결하는 고개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화령전투가 치열했던 곳으로 옛날 우리 한마음산악회가 두루봉과 대궐터산으로 올랐던 들머리.
암봉에선 적당한 크기의 자연석으로 만든 정상 표석이 세워져 있다.
권 형님과 영표 씨를 모델삼아 천왕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자리바꿈.
한동안 정상 세러머니를한 후...
천왕봉을 당겨 잡은 뒤... <좌측 뒤로 뾰족 솟은 봉은 묘봉>
하늘과 맞닿은 아슴한 산하를 굽어본다.,
각도를 돌리면 중앙에 볼록 솟은 봉은 두루봉(청계산 874m)이고, 우측으로 투구봉과 대궐터산이 능선을 이루고 있다.
북동쪽 중앙에 솟은 봉은 도장산인 듯하고, 그 뒤로 주흘산과 백화산이 어럼풋하다. 도장산 좌측으론 희양산과 둔덕산, 더 좌측엔 청화산으로 짐작된다.
당겨본 도장산과 바로 뒤엔 백화산, 좌측 뒤론 연엽산인 듯. 틀릴 수도 있고, 아니면 말고다.
급한 내리막을은 밧줄을 이용하고...
바위 틈새에 곱게 꽃을 피운 돌양지꽃.
비비추도 눈맞춤하며...
고도를 낮춘다.
바위를 지나고...
지나온 형제봉 좌측 뒤로 청계산이 우뚝하다.
형제봉 우측으로 뻗어있는 곳에 보이는 도드라진 바위가 아까 천하를 둘러본 그 바위 전망대인가?
청계산.
좌측으로 살짝 들어올린 봉우리에 올랐더니 800.6m 봉. 내가 믿는 지형도엔 '형제2봉'이라 표시되어 있다.
그래서 '대구(뫼들)' 시그널 뒷면에 '형제2봉'이라 적어 놓았다. 형제는 두명 이상을 말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16-11> 표지목을 지나고...
바위가 얹혀있는 암봉으로 올랐더니...
다시금 터지는 조망. 백두대간을 따라 먹구름 아래 천왕봉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잘록한 갈령을 지나 솟은 작약지맥의 청계산(두루봉 874m)과 투구봉, 대궐터산.
이제 점점 먹구름이 몰려와...
천왕봉 하늘을 검게 물들인다.
바위를 돌아...
내려서면 아래에 잘록하니...
피앗재(해발 약 590m)가 있다. 피앗재는 백두대간꾼들이 탈출 또는 접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불과 1km 지점에 고도 200m만 낮추면 만수리가 있다.
수조를 지나자...
임도에 내려서고...
뒤돌아본 내려온 길.
마을이 나타나고...
마을길에선...
송현민박과...
피앗재산장이 작은 간판을 달고 손님을 맞는다.
피앗재 산장은 대간꾼들이 접속구간으로 편리하게 이용하는 곳.
천왕봉 방향의 포장임도엔 입산출입금지 팻말이 국립공원의 이름으로 세워져 있다. 뒤에 보이는 기와지붕은 만세암.
나무 터널을 지나...
돌아보니 '한약의 집'.
'한약의 집' 앞 만수계곡으로 내려가 유리알 처럼 맑은 계곡수에 산행흔적을 지우자 빗방울이 차츰 굵어지기 시작한다.
우리 버스는 아주 참하게 만수4교에 돌려 세워 놓았다.
첫댓글 오후 비땜에 빨리도 하산하였네유 수고했습니다
수고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