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이 때린 '러시아판 아마존'... 고려인 출신 억만장자가 세운 곳, 우크라이나가 20일 400대의 드론으로 모스크바 수도권을 집중 공격
모스크바 수도권 유통업체 '와일드베리스' 물류 창고들, 17ㆍ18ㆍ20일 폭격당해
젤렌스키 "러軍의 드론 부품, 항법장치, 제재대상 부품의 조달 창고"
러시아 언론, 최대 1000억 루블(약 1조7000억 원) 총손실 추정
이철민 기자
입력 2026.07.21. 11:34업데이트 2026.07.21. 20:06
러시아가 19일 대규모 미사일ㆍ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공격하자, 우크라이나가 20일 400대의 드론으로 모스크바 수도권을 집중 공격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최대 유통센터 중 하나인 와일드베리스(Wildberries)가 타격을 받았고, 석유 저장시설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날 공격은 전쟁 발발 이후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공격 중 하나였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19일 오전 1시간도 채 안 되는 동안에 4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키이우에 퍼부었다.
18일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주 엘렉트로스탈 시에 위치한 와일드베리스 물류 창고에서 검은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소셜미디어 스크린샷/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드론 반격으로, 모스크바 남쪽 콜레디노에 위치한 러시아 최대 유통 센터 중 하나인 와일드베리스가 타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였다. 와일드베리스는 ‘러시아판(版) 아마존’이라고 불린다. 또 모스크바의 주요 공항 중 하나인 도모데도보 공항이 있는 산업 단지와 포돌스크의 석유 저장시설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저녁 8시 30분부터 오전 5시까지 400대 이상의 적 드론이 모스크바로 날아왔으며, 대부분은 먼 거리에서 방공망에 무력화됐고, 85대는 모스크바 진입 과정에서 파괴됐다”고 밝혔다.
18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주 엘렉트로스탈 시에 위치한 와일드베리스 물류 창고를 공격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젤렌스키 대통령 X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X에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영상을 공유하고 “목표물들은 우리 국경에서 4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 우리는 러시아가 우리의 도시와 공동체를 공격할 때마다 정당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썼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석유 저장ㆍ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매우 효과적인 장거리 공격 작전을 전개해 러시아 전역에서 연료 부족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젤렌스키를 이를 “장거리 제재(long-range sanctions)”라고 표현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오어진
우크라이나는 앞서 17~18일에도 모스크바의 동쪽 외곽에 위치한 옐렉트로스탈 시와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400여 ㎞ 떨어진 탐보프 시에 있는 와일드베리스 창고 두 곳을 드론으로 타격해 두 곳 모두 화염과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탐보프 공격에선 8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이와 관련, 러시아 언론은 탐보프와 엘렉트로스탈 물류센터 두 곳의 대형 화재로만 회사와 입점 판매자가 입을 총손실이 건물 자체뿐 아니라 내부의 막대한 상품 가치를 포함해서 최대 1000억 루블(약 1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와일스베리스의 최대 물류 거점 중 하나인 엘렉트로스탈 물류센터는 화재로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젤렌스키는 드론에 타격된 와일드베리스 창고들이 “러시아의 드론 생산과 항법장비에 사용되는, 제재 대상 부품을 공급하는 데 이용됐다”고 밝혔다. 즉, 러시아의 군수산업과 연결돼 있으므로, 합법적인 군사 타깃이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올봄부터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후방의 러시아 보급선을 차단하는 ‘물류 봉쇄’ 작전을 펴고 있다.
지난달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 참석한 러시아 최초의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이자 와일드베리스 창업자ㆍ최고경영자(CEO)인 타티아나 킴./EPA 연합뉴스
와일드베리스는 고려인 출신인 타티아나 블라디로브나 킴(51)이 세운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타티아나 킴은 러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자수성가해 억만장자(billionaire)가 된 인물로 널리 알려진 기업가다. 포브스는 지난 3월 킴의 재산을 81억 달러로, 그를 전세계 444번째 부자로 집계했다.
체첸공화국 그로즈니에서 ‘고려사람’ 가정에서 태어난 킴은 영어 교사로 일하다가 2004년 첫아이를 낳고 산후 휴직 중에 와일드베리스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독일 통신판매사인 오토(Otto)와 크벨레(Quelle) 의류를 구매 대행하고, 유럽산 중고 의류를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IT 기술자였던 남편으로부터 초기에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창업 자금을 투자 받아 이후 대형 아웃렛 매장으로 성장했지만, 부부는 이혼했다.
이 과정에서 전 남편과 심각한 충돌이 있었지만, 2025년 킴은 법원에서 회사 지분 100%와 회사의 은행 계좌 자금 전액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전 남편은 무장괴한들을 이끌고 회사로 찾아가 총격전을 벌였고,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현재 와일드베리스는 자체 물류망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매주 수백만 건의 배송을 처리하는 러시아 최대 온라인 쇼핑물로 성장했다.
타티아나 킴은 2024년 10월에는 상트페레르부르크의 한국관 개관식에도 참석했고, 자신의 텔레그램에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글을 남겼다.
와일드베리스 측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군수산업 연계’ 주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사망한 직원들의 유가족에게 위로금 200만 루블(약 3600만 원)을 지급하고, 부상 직원에게는 100만 루블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창업자 타이아나 킴은 우크라이나 드론의 거듭된 공격에 대해 “우리 회사와 우리나라[러시아] 모두에게 끔찍한 사건”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세르히 쿠잔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 의장은 BBC 방송 인터뷰에서 “와일드베리스는 러시아 군수지원 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와일드베리스의 온라인 플랫폼은 러시아군을 돕는 봉사자들이 무전기ㆍ 방탄복 ㆍ드론 부품 등의 군용 물자를 구매하는 주요 통로라는 것이다. 쿠잔은 따라서 이번 공격은 민군(民軍) 겸용 물품과 핵심 전자부품, 제재 대상 물품에 대한 러시아 물류 체계를 교란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쿠잔은 또 러시아인들에게 후방이라고 여겨졌던 지역의 대형 물류시설마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어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러시아 사회의 ‘전쟁 지속화’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키는 효과도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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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국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