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구백서른한 번째
주적이 누구입니까
최근 국회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총리에게 우리나라 주적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작금의 국제 상황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합니다. 주적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국제 외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걸 알고 질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을 어렵게 하는 나라가 주적이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아직도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국경을 맞대고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입니다. 두 나라의 뿌리는 고대 국가 ‘키예프루스’인데, 키예프는 지금 우크라이나 수도이고, 러시아는 '루스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싸우고 있습니다. 1963년 당시 중국 총리였던 주은래는 “도문강, 압록강 서쪽은 역사 이래 중국 땅이었다거나, 심지어 옛날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藩屬)이었다고 하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다.”고 하면서 그런 결과는 모두 봉건시대 대국 국수주의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2년 동북공정이 시작되면서 고구려는 중국 동북 역사의 소수민족 정권, (고)조선·신라·백제도 지나의 번국,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동북 지역에 사는 조선족은 이민移民 온 민족이라고 주장합니다. 만약 북한 지역 내 소요가 일어난다거나 불안정해진다거나 또는 북한 정권이 무너진다면 중국은 1961년 북한과의 우호협력조약에 근거해 북한 지역으로 들어가거나, 친중 정권을 평양에 세우고자 할 것입니다. 그들은 북한 지역을 통일의 대상이라고 가르칩니다. 초강대국들은 경제적, 외교적으로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습니다. 자기네들에게 유리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겁니다. 어디가 주적입니까? 정치적 이념싸움에 갇힌 사람들이 위험한 세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