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뉴스 286/1030]강추!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 』
어제는 뒤안 텃밭에 집을 하나 더 지었다. 어느 누구도 ‘비닐집’이라고 하지 않는 ‘비닐하우스(4m×12m)’를 지은 것이다. ‘간단이’라는 별명의 ‘속세 자연인’친구가 아니었다면, 나 혼자 어떻게 집을 짓겠는가. 이 친구는 신기하게도 이런 집도 많이 지어보았다고 한다. 이장님댁에서 비닐집 철거한 자재(큰 활처럼 생긴 플라스틱 기둥) 22개를 진작부터 노리고 있었다. 재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먼저 노끈으로 큰 직사각형 면적에 줄을 치고, 60cm 간격으로 구멍을 뚫는다. 이럴 때 쓰는 기구가 ‘빠루’다. 아주 유용하다. 제법 묵직하고 긴 쇠막대의 뽀족한 끝부분으로 땅을 쿵쿵 여러 번 치며 20cm쯤 되는 구멍 44개를 뚫은 후, 폐자재를 옮기는데,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긴 쫄대를 옆에 달아매고, 비닐을 덮고, 문짝을 다는 등 마무리작업은 ‘비닐집’ 짓는 선수인 이웃마을 귀농 선배께 부탁을 했다. 겨울을 앞두고 비닐집 짓는 사람들이 많아 내주초나 올 수 있다고 한다. 일단 모두 기둥을 세워놓았으니 아무렴 어떤가. 비닐집 안에 쇠기둥을 4개 박았다. 표고버섯 종균을 심어놓은 참나무 토막을 세워놓기 위한 것이다. 동네입구에서 멋진 집을 짓고 있는 깨복쟁이 친구에게 긴 쇠기둥을 얻어왔다. 쇠기둥 박는데 쓰는 기구는 ‘오함마 망치’다. 사다리 위에 올라가 무거운 망치를 휘두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아무튼 4시간여만에 완성.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사람복’이 많다. 어디에서든 적재적소에 도와주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다.
비닐하우스는 몇 달 동안 숙원사업이었다. 텃밭 300여평에 이런저런 작물(참깨, 수수, 들깨, 땅콩, 생강, 채소 등)을 심었는데, 이들을 돌보고 수확하는 게 쉬운 일인가. 늙은 아버지가 너무 많이 일하는 것을 보다못한 여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내년에도 밭농사 지으면 ‘친정집(아버지가 계시므로)’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나는 짓고 싶은데 아내까지 가세하니 할 수 없는 일. 하여 내년에는 밭농사를 포기하고, 작은 비닐하우스를 지어 그 안에서 고추와 상추 등만 심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땅에는 내년초 유실수有實樹들을 사다 식재할 계획이다. 대신 쌀농사를 짓기로 했다. 휴우-, 초보농사꾼 노릇하기 어렵다.
모처럼 일을 했다고 몸이 참 많이 대근하다(피곤하다). 날씨조차 찬바람이 불어대 제법 차다. 간신히 샤워를 하고 저녁밥을 먹은 후 어제 오후 택배로 도착한 신간을 펴든다. 책선물처럼 좋고 반가운 게 어디 있을까? 저자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게 고마웠다. 허나, 몇 페이지를 읽다 8시도 안돼 잠이 들었다. 신간은 『이명학 교수의 어른이 되어 처음 만나는 한자 』(김영사 2020.10.27. 발행, 292쪽, 15000원)이다. 띠지에 명토박아 있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화제의 한문선생님 이명학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만난다”만 봐도 무슨 책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성균관대 한문교육학과 교수로 최근 정년퇴직한 저자는, 우리말과 글의 두 축軸의 하나인 한자漢字교육의 필요성을 강단이든 칼럼이든 기회만 되면 강조해오신 분이다. 한자의 어휘를 한글로 적고 익히는 것은 할 수 없다쳐도, 그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은 ‘절음발이 교육’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자 문맹文盲’은 솔직히 우리의 일상생활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을만큼 심각한 데도, 해방이후부터 교육당국은 방관 내지 묵살로 일관하고 있다.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릴만큼 큰일이라는 것은 나의 오랜 지론이기도 하다.
지난 스승의 날 즈음에 방영된 <유 키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저자가 몇 가지 한자어 단어를 예를 들며 한자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했는데, 다음날 출판사 몇 곳에서 책을 내자는 제안이 왔다는 것. 저자는 30여년 동안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도 출판 제의 등이 한번도 없었는데, 20여분간의 잠깐 방송에 이런 제의가 오자 ‘방송의 위력’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마침, 관련칼럼을 써 지인들과 공유하고 있던 터라, 불감청고소원, 응한 것이 오늘의 멋진 신간으로 탄생한 것이다.
글을 워낙 깔끔하고 재밌게 쓰시는 분이라 잘 읽힐 것은 내가 보장한다. 표지도 신세대에 맞춘 것인지 상큼 발랄하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한자어들의 유래와 용례들을 알고 나면 은근히 뿌듯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거듭 강추한다. 아무리 책을 읽기 싫어해도 심심풀이차원에라도 이 책만큼은 사서 읽어야 한다. 빌려 읽으면 절대로 안된다. 다 읽고 메모도 좀 해놓고, 자녀와 손자손주에게도 선물하면서 정독을 권하시라. 공부 잘하는 지름길도 될 뿐더러 앞으로 살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될지니.
어떤 내용이냐고 물으시는가? 이 책은 ▲반전의 한자어 ▲오해의 한자어 ▲발견의 한자어 ▲관계의 한자어 ▲공감의 한자어 등 모두 5장으로 이뤄져 있다. 5장까지 모두 70여개의 한자어가 수록되어 있는데, 1장에서 예를 든 한자어 목록만 일별해 보시라. 섭씨攝氏 세정洗淨 양말洋襪 용수철龍鬚鐵 깡패gang牌 한파寒波 배려配慮 갈등葛藤 소위所謂 부득이不得已 은행銀行 배낭背囊 동의胴衣 창궐猖獗 구라파歐羅巴 등의 한자어 유래와 의미와 용례가 즐비한데 어찌 재밌고 유익하지 않겠는가. 영어는 철자(스펠링) 하나만 틀려도 어쩔 줄 모르면서 한자는 왜 마구 엉망진창 틀려도 부끄러워하지 않을까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현상이 아닌가요? 실제로 제가 좋아하는 한 후배는 여러 번 말하고 글자를 직접 써주었는데도 명예훼손을 '명예회손'이라고 쓰더군요. 현재(現在, present)를 '현제'로 쓰고도 잘못된 줄을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노무현님이 잘 하는 말씀이 "부끄러운지를 알아야지"가 아니고 무엇인가요? 부끄러운지를 모르면 '인간'이 아닙니다. 흐흐. 그리고 잘못된 줄을 알았으면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까지 무식無識을 용감勇敢의 무기로 삼으면 되겠습니까? 제가 졸문을 쓰면서 한자를 병기하는 까닭도 그런 것입니다. 자꾸 보면 아무래도 머리에 몇 개라도 남겠지요. 흐흐.
70년대 후반, 나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영문학도였었다. ‘영어문법’을 가르치던 유명한 교수님의 “영어를 잘 하려면 우리말을 먼저 잘 해야 한다”는 말씀을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우리말을 잘 하려면(우리글을 잘 쓰려면) 한자를 잘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최소한 300여자만이라고 그 유래나 뜻을 정확히 안다면, 우리의 리터러시(literacy. 문자생활)에 크게 개안開眼이 되련만, 대부분 올라가 보려고 생각지도 않으면서 태산만 높다며 한숨을 쉬는 격이지 않겠는가. 이 책이야말로 ‘한자 포기자’들도 위트와 함께 즐겁고 유쾌하게 공부할 수 있는 '슬기로운 언어수업'인 것을, 아는 자는 아시리라. '슬기로운 언어수업'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우리 모두 명교수의 명강의 ‘슬기로운 한자수업’를 경청하며 배워 보자. 우리 모두 죽을 때까지 학생學生인 것을.
첫댓글 이상한 우리세대
어느날 갑자기 국민교육헌장이 생기더니
교과서에서 한문도 없어지고 중학교도 뺑뺑이가 돼버리고 반바지를 입으라 하더니 나중에 군대가니 광주사태가 터지고 오늘날까지 우리나이는 늙은이네 아니네 중늙은이네 노인은 칠십부터라네
하여튼 이상한 시대에 살고있다는 기분이 든다.
어려운 시절은 몽땅 거치며 살아온 기분이다.
우리들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라고 한다.
친구 마당에 비닐하우스 지어놓고 농사를 짓는다니 비닐하우스 속에서 손주들이랑 종일 노닥거릴 생각을 하니 나도 내손으로 대나무라도 끊어다 비닐하우스 지어놓고 손주들이랑 놀고싶다.
나만 이런 생각을 갖고있는가?
왜 자꾸만 어린시절 그 시절이 생각날까?
부자집 담벼락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자치기하던 친구들이 보고싶다
쌈치기도 했던가?
우리 우천은 알래스카에 가서도, 주변 지인들 덕분에 얼음집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냉장고도 팔 친구. 친화력 베리긋! 우리 따르릉님은 언제 어느순간 우천과 텔레파시 네트웍 구축했남.
한문중 내가 자주 생각하는 단어,^역지사지^
, ^지피지기^, ^타산지석^ 등.
간단명료하게 4자로 상황정리.
그러나, 이보다 더 강력한 의미전달 ^거시기^ 인것 같다.
매일매일 대봉시를 몰래몰래 따 먹는 그 맛처럼, 이 글들이 달콤해요. 나의 엔돌핀이에요.
우천과 따르릉님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