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 (오랜만에)한 친구를 만나 막걸리를 한 잔 하는데,
"내가 그리 무서워?" 하기에,
저는 그게 무슨 말인가 몰라,
"뭔 소리야?" 했는데,
"왜 그렇게 손을 떨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술을 딸면서 손을 달달달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근데 그 증상이,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닌...
상당히 오래 전부터(몇 년은 될 것 같은) 가지고 있던,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저에게 벌어지고 있는 안 좋은 현상 중의 하나였습니다.
'글쎄, 이건 분명... 뭔가 심각한 문제점이 아닐 수가 없는데, 점점 심해지고 있네?' 하는 걱정이 스치면서도,
정작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하나의 걱정거리이기도 한데요,
저에겐 이 문제 말고도 한 두어 가지 다른 안 좋은 (건강 상의)문제점도 가지고 있는데도, 그래서 찝찝한데도 불구하고...
'누구라 한들, 완벽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몇이나 될까?' 하면서 지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수전증'만 하더라도,
저는 '화가'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불편함을 느끼면서도(똑바른 선을 제대로 그릴 수가 없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랍니다.),
'이러다 그림마저 못 그리겠네?' 하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도 손이 떨리는 건 아닌, 어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도 그런 말은 했었는데, 의사가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서)
그냥저냥 버티고는 있는데요,
엊그저께는 '치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치과 진료의자(침대?)는 구조상으로 치과의사와 정확히 정면으로 마주보고 앉는 게 아니라(치과 의사는 항상 뒤에 있음)), 평소에 그리 친절하기 않은 것 같은 치과의사(여)가,
"아버님, 여기 목덜미에... 왜 이렇게 점인지 검버섯인지가 많이 생겼어요(늘었어요)?" 하고 놀라면서,
"병원에 한 번 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난번보다 상당히 많이 생긴 것 같은데......"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글쎄요, 저는... 별 일이 아닌 것 같아, 그냥 살고 있거든요?" 하고 시큰둥하게 답을 했는데도,
(그 문제도 꽤나 오래 된 거고, '피부과 의사'도 그냥 살아도 된다기에)
"그래도 남들은 어떻게든 젊게 살려고 애를 쓰는데, 이렇게 방치한 상태로 사시는 게 이해가 안 돼서요..." 하기에,
"굳이 그런 데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사는 데 문제가 없으니, 그냥 살 겁니다. 누구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고......" 해도,
"꼭, 뭐... 멋을 내시라는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뭔가 시술을 하시면... 말끔한 모습으로 지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아녜요?" 하고 자꾸만(몇 차례 반복되는 일이라) 얘기를 해오면서,
"우리 병원은 종합병원이라, 선생님(의사)이 그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으니... 한 번 개인 병원에 가셔서, 진단이라도 받아 보세요." 하고, 자기 스스로 나서서 권하곤 하니,
"글쎄요......" 하기까진 했는데,
(그 치과의사의 권고(?)에 따르면)
뭐, '피부과'에 가면... 뭔가 '레이저시술' 같은 걸 할 거라던데, 그러면서는,
"깔끔한 외양으로 사시는 게 나쁠 게 있나요?" 하고 본인이 걱정까지 해주니...
그래야 할지, 어째야 할지...(왜 나 같은 사람 외양까지 신경을 써주는지...)
그것도 귀찮기 짝이 없고, 그러면서도 찝찝하기까지 한데요,
최근엔 제가, 대변보는 횟수가 잦아져서...
'이것도 문제네......' 하지 않을 수 없는 등,
(어디 그 뿐인가요? 최근엔 '혈압'도 높아져서... 병원에 갈 때마다 혈압을 재보긴 하는데, 나아지지도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데는 큰 지장은 없는 것 같기는 해도,
우리네 몸이라는 것이(저만 그럴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완벽한 건강상태를 유지하면서 살 수만은 없는 것 같더라구요.
당장 죽을 병이 아니라면(?),
사람마다 다 자기 나름대로는 한두 가지 그런 건강상의 문제점을 가지고서도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 같기도 하구요......
(사실은 제가 '수전증'을 들며, 제 그림문제(작품 생활)에 대한 얘길 하려고 했었는데... 얘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