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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木에 피는 꽃
제2부. 니가 타꾸 맛을 알아?
일일부독서(一日不讀書) 구중생형극(口中生荊棘)이라 했던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평일은 말 할 것도 없고 쉬는 날이면 가만히 쉬질 못한다. 일일부탁구(一日不卓球)면 족중생형극(足中生荊棘)이라 발바닥에 가시가 날판이다. 구장을 들락 거린지 어언 5년차에 든다.
구장에서 만난 탁친 김 씨도 직장에 다니다 보니 평일은 저녁에 주로 나오는데 엄청 열심히 한다. 큰 덩치에 비해 제법 부드러운 탁식을 펼치고 내공이 깊은지 타구에 파워와 스피드가 실리고 장년답게 경신술에 능하여 푸드웍이 빠르며 수비에 여유있는 노련미를 보이고 있다.
“연휴주말인데 내일 한판 합시다.” 하고 김 씨가 이마에 땀을 문지르며 도전장을 내민다. 김 씨는 민노파 구장 장년탁객의 한 분으로 구력이 서로 비슷하여 자주 탁 술 대련을 즐기는데 독수 같은 타구를 날리는 손끝이 매섭기 때문에 탁객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탁구채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막 도장을 나오려다 “오후에 시간 날지 모르겠는데 세 시경에나... ”하고 씩 웃으며 “요즘 년 말이 가까우니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서” 하며 슬쩍 꽁무니를 빼며 눈치를 살폈다.
이상하게도 김 씨는 민노파 구장 수련기간이 거의 같아 동기간 같은 라이벌 의식이 남달라 친선대련이라도 승부욕이 앞서 열 받기 일 수 고 서로가 아주 버거운 상대였다. 김 씨는 열 살 정도 젊다. 그는 구장을 찾는 날부터 주3일 렛슨을 받으며 수 일 내로 탁객이나 될 듯이 덤볐는데 요즘은 아무한테나 대고 도전장을 내민다. 사즉필생(死卽必生) 불문고수(不問高手)란다.
그동안 잠깐 씩 안보이다가도 또 구장을 찾는 자유분방한 가운데 세월 따라 탁 술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그는 최근 들어 이 늙은이를 이긴 적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상대할 때마다 한 수 위 인양 거드름을 피우는 게 꼴사납다.
그와는 달리 이 몸도 평일 닷 세는 별일 없으면 저녁에 두어 시간 수련하는 것이 이미 습관처럼 되었다. 좀 무리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탁신이 될 것도 아닌데 뭐!’ 하며 좀 느슨하게 마음먹고 다녔다. 주 5일 근무에 이어지는 주말에는 산과 들 친구나 가족들과 어울려 늘 꿀 맛 같은 시간을 탐했다.
김 씨는 처음부터 고전 펜 홀더 탁채를 들고 다녔다. 알고 봤더니 초등생서당에 다닐 때 이미 탁술 기초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구장수련을 다소 근성으로 대충 들락거려도 탁술은 기복 없이 탄탄한 것 같았다. 은근히 시기심이 날 정도다. 전개하는 탁법도 좀 특이해서 처음 대련하는 탁객들은 쩔쩔매기 일 수였다.
“두고 봐라 언젠가는 내가! 흐흐흐” 하고 호시탐탐 꺾을 기회를 벼르고 있다. “기필코 노익장의 본 떼를 보여줘야지!” 하고 칼을 갈고 다니며 곁눈질로 김 씨의 탁술 진법을 탐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는 수개월 전부터 드라이버진을 연마하느라 오리궁둥이처럼 뒤뚱거리며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내 노라 하는 탁객들을 보면 탁법을 펼치는 조식이 조금씩은 서로 다르다. 그들처럼 좀 유연하게 탁술을 전개하면 김 씨쯤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데 휘어질 줄 모르는 몸뚱이가 원망스럽다. 특히 “힘을 빼라”는 말을 잊지는 않았지만 엉성한 타구 폼은 나이 값을 하는지 요즘도 고목처럼 뻣뻣하다.
누구는 ‘지구가 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지 않던가. 나도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이쯤에서 한 단계 더 실력을 쌓아올릴 것인가 하고 고민한다. ‘도랑치고 게 잡고’ 한다는데 즐탁하며 건강을 지키니 더 없이 좋은 데 이왕이면 탁객이 되어 김 씨까지 이겨 노익장의 본때를 단단히 보여주고 싶었다.
태산도 티끌부터고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다. 누구나 시작은 미미하고 미천하기 이를 데 없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할 필요야 없겠다. 김 씨는 수련을 게을리 하던 말든 어쩌거나 열탁하여 관장의 탁술을 모두 전수받아 수제자가 되고 볼 일이다. 하산하는 날에는 김 씨는 말할 것도 없고 강호 탁객들이 노 탁객의 출현에 몸들을 사리겠지.
주중에 좀 낮게 숙여지던 자세가 다음 월요일이 되면 나무 등걸같이 묵직하니 드럼통 같은 기분이 든다. 느근하게 이틀을 결탁(缺卓)하였더니 휴유증이 있는 탓이다. 탁객들끼리 어울려 대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 저 정도 될까” 하고 가늠해 보면서 탁채를 잡은 손에 전신의 기를 모아 초식을 펼친다. 갈 길은 먼데 마음만 급하다.
그러나 김 씨는 동호탁객인 중 하수급의 탁객대열에 속하지만 고수들과 자주 게임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은 탁 술도 상당히 세련 되 보였다. 탁공이 탁! 탁! 하며 튈 때 보면 장력과 내공이 배어있다. 탁객 티가 난다. 분명 그는 내공이 깊어지고 있었다.
대련경험을 주로 쌓는 김 씨는 가끔 비탁(比卓)대련에서 그 진가를 보인다. 번 번히 내가 한두 점 차이로 밀리며 게임을 놓치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한 번씩 켠디션이 좋아 개 발에 땀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김 씨도 나가떨어진다. 그럴 때는 통쾌! 상쾌! 쌈박하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주점에 들러 한잔 하고 싶어진다. 아사라비아! 기분이 충천한다.
탁구가 다른 운동에 비해 아주 예민하고 잔재주가 많이 필요하다. 재주는 어릴 때부터 타고나야 할 텐데 그렇지 못했다. 다만 놀기 좋아하고 약간의 운동신경에다 끼가 있어 가끔씩 구장에 어울려 다닌 것이 전부였다. 기본 초식부터 다듬는 수련을 계속하고 있다.
비탁(比卓)게임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 한다. 선재공격을 시도할 때는 범실이 많고 아직 볼 결정력이 많이 부족한 걸 느낀다. 융통성 없이 허겁 대며 파리 잡 듯 때려대는 순진한 타구에 김 씨도 깜짝 놀라고 당황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필살기가 아니었다.
김 씨를 보면 어떤 탁법인지 대충 알 수가 없다. 나름대로 익힌 족보 없는 사이비 탁 술인 것 같으나 최근까지도 레슨을 통해 수련을 계속하고 있어 틀이 잡혔다. 구력이 쌓여갈수록 은연중 몸에 익혀 자주 구사하는 탁법인데 “꿩 잡는 게 매다” 하는 식이다. 김 씨가 날리는 필살기는 드라이버다. 상대가 쩔쩔매는 것을 보면 그도 가히 탁객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였다.
필살기는 그 찬스를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찬스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필살기를 날릴 수 있는가?’ 자문해본다. 대련 때 마다 역 동작 코스로 타구하는 버릇이 종종 있다. 송곳 같은 스매싱을 정확히 날려 끝낼 것을 살짝 비트는 바람에 타구는 살짝 테이블을 벗어나는 듯 빠지다가 가장자리에 부딪치며 상대를 우롱한다. 화들짝 놀란 상대가 급히 몸을 꼬고 비틀어도 제대로 손도 못쓴다.
때론 헛치고 후회하지만 찬스를 잡았을 땐 무의식중에 그 버릇이 도진다. 김 씨도 혀를 내두르며 공포에 떠는 시늉을 했다. 언젠가는 멋진 마구 같은 드라이버를 역동작 코스로 꽂아 김 씨 코를 납작하게 하고 싶다. 머쓱해 할 김 씨가 열 받은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이것을 필살기로 할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찬스 메이크는 서브로 해야 하나?’ ‘안전한 수비로부터 할까?’ 또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구장 탁객들이 그들 나름대로 찬스를 잡기위해 서브부터 비법수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그들을 하나하나 물리치려면 달인의 경지에 이른 서브와 필살기를 묶어 한 번에 사용할 줄 알아야겠다.
남들은 어떤 서브에 어떻게 받아 넘겨야 하는지 간파하고 있은데 진작 나 자신은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혼란스럽다. 서브에서 넘어오는 2구부터가 문제다. 예측하고 있다가 찬스를 만들고 인정사정 볼 것 없는 필살기를 날리고 싶다. “2구를 예측하라!”고 한다. 공격이든 수비든 2구를 항상 생각하면서 게임을 하란다.
수련 5년차이면서 아직도 나름대로의 필살기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18번 필살기도 하나 쯤 있어야지만 상대를 확실히 제압할 수 있다. 선제공격을 하다 찬스에서는 반드시 필살기를 날려야 한다. 찬스를 잡아 필살기를 날리는 수련에 의식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탁구가 어릴 때는 놀이였고 지금은 필살기를 날리는 무공같다. 촌척살인(寸尺殺人)의 한 수가 필요하다. 질질 끌려가기만 하면 승기를 잡을 수 없었다. 전대미문의 표독스런 비수를 수련해 필살기로 무장할 수 없을까? 백발의 노 탁객이 되고 싶다면 어불성설일까?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일화가 있었지. 태산을 깎아 발해만을 메꾸겠다는 집념에 산신도 놀랐지 않았던가. 우공처럼 자손만대가 되더라도 탁술로 끝장을 보자는 우매한 늙은이는 아닐진대 유독 김 씨를 탁술로 이겨 보려는 고집은 접을 수가 없다.
또 한 녀석이 있었지. 무조건 칼을 들고 덤비는 기사도가 펄펄 넘치는 녀석이지. 앞길을 막는 어떤 방해가 나타나면 그냥 못 지나가는 녀석이지. 포도주가 담긴 오크통을 찔러 피를 흘리는 광경에 승리감을 맛보고 드디어 풍차에게도 칼을 들이대는 기사. 그는 돈키호테 였지.
여편네는 늘 “이 영감탱이야 좀 작 작하소”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밤농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얼어 죽을 탁객이냐?” 하면서 바가지를 자주 긁는다. 한번은 목포 포구마을 어느 구장에서 탁술을 갈던 젊은이가 갑자기 쓸어져 횡사했다는 괴담을 들었다면서 “딱 죽어버리면 내 팔자나 고칠 텐데 구들장 지고 날 고생은 시키지 마소” 하며 제발 한 시간만 치고 다니란다.
“니가 타꾸 맛을 알아?” 하며 어느 광대의 맨트 흉내로 얼버무리고 8시경에 뛰쳐나와서는 두 시간을 훨씬 넘기고 귀가하니 찢겨 올라간 마누라 눈꼬리와 눈살이 하늘에 닿아 오금을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 고양이 마냥 꼬리 내리고 살그머니 얼른 뒷간에 가서 홀랑 벗고 귀 구멍까지 씻어내고는 곧장 잠자리에 누우면 세상모르는 꿈길이 요단강 건너는 뱃길 같다.
古木에 피는 꽃
제3부. 여기가 한계령인가?
구장 탁객들과의 대련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탁객동호회 가입에 대해 고심했다. 나이가 좀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좀 더 실력을 다진 후에 가입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무슨 소리냐 범을 잡으려면 범굴에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김 씨를 의식하니 하루가 급했다.
매미가 징징거리던 지난해 여름이 끝날 무렵 민노탁객동호회에 이름을 올렸다. 제일 반기는 사람이 김 씨였다. 두 사람 대련 때 마다 늘 구경하는 탁객들이 테이블주변에 몰리게 하는 빅게임을 하던 사이니 더욱 반겨주었다.
겉으로 말은 안 했어도 김 씨를 비롯한 민노파 탁객동호들이 은연중 이 늙은이를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금은 돈키호테 같이 아무한테나 탁채를 빼들지만 비탁해 본 탁객들은 늙은이가 어느새 내공이 깊고 경신술이 경지에 달해 머지않아 고수탁객이 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민노구장은 수련용과 일반대련용 탁구대가 구분되어 있다. 동호탁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련용 테이블을 볼 때마다 고수들의 탁술솜씨를 훔쳐보면서 언제쯤이면 저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있었다.
월 정례모임 때 회원 탁객들의 박수를 받고 꾸뻑 인사를 하고보니 드디어 탁객으로 등단한 기분이었다. 평소 구장에서 인사 나누던 고참탁객(古參卓客)들이 대부분 동호회원이었고 그들과 친목을 다지는데 가입을 망서 린 것은 노파심이었다.
탁술을 쌓으려면 우선 가입부터 하고 기회 있을 때 마다 고수급 탁객에게 매달리는 것이 왕도(王道)라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망설이며 즐탁만 하다 보니 은연중 고수탁객들에게는 두려운 상대로 여기고 대련을 기피하면서 그들의 필살기를 피해 다녔다.
최근 들어 눈꼴사나운 김 씨를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는 승부욕이 끓는 물의 김처럼 전신에서 펄펄 넘친다. 겉으로는 쉬엄쉬엄하며 즐탁하는 척하지만 외유내강(外遊內剛)이라 하든가. 칼 가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내심 김 씨를 의식하면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 독이 단단히 올랐다.
너무 늦게 비탁(比卓)게임을 한 날은 정말 지친다. 허리도 둔하고 팔도 무겁다. 내공의 기를 모아 운기조식을 해도 별무신통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는 말이 헛말은 아니었다. 마누라 걱정할까봐 피곤하다거나 아프다는 소리도 못한다.
[개장10주년기념 관장배오픈동호탁객대련회] 와 [민노탁객동호회장배 왕중왕전]을 쓴 커다란 깃발휘장이 년 초 부터 구장 한쪽 벽에 걸려있었다. 구장을 찾는 탁객들이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니 년중 이 날의 대련에 출전하기 위해 저마다 필살기 수련에 열중하였다.
두 개의 빅 이밴트가 년 말경에 있으니 년 초부터 안양중원 탁림의 탁객들이 민노구장에 모여들었고 비탁(比卓)을 핑계로 탁술을 염탐하며 상대를 저울질하고 다녔다. 민노파 탁객동호회 가입 전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가입 이후에는 은근히 두 대련이 군침부터 돌았다. 엄청난 식욕이 당기는 것이었다.
동호회 가입 후에는 노골적으로 민노파 고수 탁객들과의 대련 횟수가 많아졌다. 여러 타 입의 진법과 타구구질을 경험하게 되었다. 드디어 기다린 기회가 왔다. 가입 2개월 만에 탁객들 존명조차 모르고 더군다나 그들의 독수와 탁법에 대한 소문도 듣지 못한 채 ‘관장배오픈동호탁객대련회’ 에 출전을 하게 됐다. 그저 ‘경험삼아 구경이나 해야지’하는 생각으로 탁술을 가늠해 볼 요량이었다.
오픈탁객동호 대련은 구장 창설을 기념하여 민노파의 이 맹주가 엄청난 대회경비를 쏟아부어가면서도 탁객들을 위하여 매년 열리는 것이었다. 신인 탁객들을 발굴하기 위한 관장 맹주의 야심이었다. 이는 탁술을 겨루는 비탁(比卓)경기로 탁림 제일의 축제 경연을 벌리는 것이었다.
전국 탁객들의 본거지인 안양중원 탁림의 각 탁파에서는 이 대련에 우승을 노리고 구장 최고의 고수들만 대거 참가시키고 있었다. 탁객이라면 이 대련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자랑이었고 그들이 비탁(比卓)의 탁친(卓親)을 만나는 절호의 기회였다.
대회장에는 안양중원 탁림의 유명 탁객들과 이름도 알 수 없는 무수한 고수들이 구름처럼 운집하여 장사진을 이루어 대 성황을 이루었다. 몇몇 고수들은 실로 그 위명이 강호탁림에 이미 허벌나게 알려져 있었는데 그들은 탁친(卓親)들을 만나자 서로 포권의 예를 나무며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안양중원 탁림의 고수들은 저마다 한가지씩은 독특하고 탁월한 탁법을 단단히 무장하고 있었다. 경기 게임이 거듭될수록 탁객들은 저마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탁술을 펼치며 결전을 벌렸다. 그들이 독특한 탁술과 묘기가 연출될 때마다 운집한 관중과 탁객들은 경악과 함께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굴절마구탁(屈折魔球卓)!
“아니 이럴 수가?” 눈앞이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탁공에 강력한 회전을 걸어감아 때리는 드라이버 진법이었다. 짧은 서브를 커트로 간신히 받아넘겼다 싶었는데 미처 수비진을 갖추기도 전에 3구가 굴절마구탁(屈折魔球卓)으로 매섭게 우측코너로 향해 날라 오는 것이었다.
형광등 불빛을 받아 길게 꼬리를 남기듯 포물선을 그리며 날라 오더니 “딱!”하고 테이블을 때리는 순간 그대로 팅 기며 방향을 휙 틀었다. “아! 이를 어쩌나” 싶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굴절마구탁(屈折魔球卓)의 위력은 놀라웠다. 간신히 한발 물러나 장풍을 맞은 듯 휘청거렸다. 가까스로 약간 거리를 두고 오른팔을 휘 둘러 원을 그리며 커트로 대응했지만 번 번히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들의 탁술은 가히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이 늙은이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 이런 창피를 어쩌나!” 싶었다. 얼굴은 독침을 맞은 듯 열 받아 점점 벌겋게 물들었고 숨을 헐떡거렸다. ‘찬스다!’ 싶어 때리는 공마다 거물에 걸린 봉어새끼마냥 네트에 걸려 퍼뜩 거렸다. 갑자기 간이 오그라들고 정신이 혼미하고 아득했다.
고수급 탁객들의 대련경연에 처녀 출전한 결과는 너무나 처참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 이 노 탁객은 한 계단도 오르지 못했다. 고소공포증이 도진 것이 분명했다. ‘탁객’이라고 하기는 너무나 어설펐다. 상대 앞에서는 경기시작 전에 벌써 주눅이 들었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동안 남모르게 수련하고 있던 비장의 서브는 아예 넣어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직 숙달되지 않은 커트는 그렇게 큰 대련 장에서는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서브 넣고 3구로 필살기를 날려 작살내고 싶었지만 그들은 한술 더 떠 2구부터 공격으로 날 농락했다. 탁술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었다.
탁객들은 대련할 때마다 “이 늙은이야. 니가 타꾸를 아느냐?” “자! 내가 한 수 가르쳐 주마! ” 하며 주로 강력한 드라이버진을 펼치며 우측 공간을 향해 팔을 뻗어 회전마법이 걸린 공을 날리는 탁술을 전개했다. “아!. 탁계 준령이 험준하기 이를 데 없구나. 여기가 한계령인가?” 싶었다.
계속됩니다.
첫댓글 김씨는 수개월 전부터 드라이버진을 연마하느라 오리궁둥이처럼 뒤뚱거리며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에서 빵 터졌습니다. 근데 그..눈꼴 사납다는 ...ㅋㅋ...김씨가 누구에요??? ^^ 제4부에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