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보리가 자라네
문화일보 : 2021년 06월 11일(金)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밀과 보리가 자라네’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니 그저 전래동요겠거니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국의 전래동요를 번안한 것이다. 그런데 양쪽의 가사를 비교해 보면 흥미롭다. 영어 가사에서는 귀리, 완두, 콩, 보리가 등장하는데 우리말 가사에서는 앞의 세 곡물이 밀 하나로 대체됐다. 곡조에 맞추느라 그리된 것이긴 하겠지만 곡물에 대한 가치 평가가 담긴 것이기도 하다.
오곡밥은 알지만 오곡(五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꼽을 이는 드물 듯하다. 사실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르니 오곡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쌀, 보리, 조, 콩, 기장을 꼽는다. 일부 의학서에서는 조 대신 팥이나 참깨를 넣기도 하는데 밀이 추가되는 경우는 없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의아한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우리의 땅과 밀의 궁합이 잘 안 맞아 재배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가끔 피가 곡물에 끼어들기도 하는데 피사리를 아는 이들은 왜 피가 곡물에 들어가나 싶기도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볏논에 자란 피를 뽑아내는 것이 피사리니 피는 잡초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도 엄연히 볏과 식물이고 아무 데나 잘 자라기 때문에 구황작물로 재배하기도 했다. 그러니 피가 벼와 경쟁하며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엄연한 작물이지만 잡초 취급을 받는 피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언젠가 벼도 그리될지 모른다. 우리 땅에서도 밀가루의 쓰임은 갈수록 넓어진다. 과거에 홀대받던 보리는 맥주의 주원료이자 건강식으로 대접받기도 하니 여전히 쓰임새가 있다. 그러나 밥그릇 크기는 계속 작아지고 쌀은 남아돌고 있다. 쌀이 자라던 자리를 영국의 동요 본래 가사처럼 귀리, 완두, 콩 등이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땅에 다양한 곡물이 자라면 자랄수록 더 다양하게 먹고 건강해지면 될 일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네
밀과 보리가 자라는 것은 누구든지 알지요
농부가 씨를 뿌려 흙으로 덮은 후에
발로 밟고 손뼉치고 사방을 둘러보네
친구를 기다려
친구를 기다려
한사람만 나오세요 나와 같이 춤추게
랄라랄라 랄라
랄라랄라 랄라
밀과 보리가 자라네 |가을동요|율동동요
https://youtu.be/r0UnQFra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