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미친놈이야… 】
# 03.
“ 흰아~ 너 어쩔 생각이야, 진짜.... ”
“ 뭘? ”
“ 어휴... 저기.... 새흰아. 너... 김주동 잡는 일 말인데..... 그거 포기하면 안 돼?
흰이 네가 억울한 건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그래도....... ”
“ 넌 또 그 말이냐? 그런 말 할거면 다시는 오지마. 시험이 고작 2주일 밖에 남지 않은 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햇빛 내리쬐는 땡.볕. 아.래.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거 아냐?
개주동 성깔 드러운 거 때문에 이러는 거면 걱정 않해도 돼. ”
“ 하지만...... ”
“ 야야, 아까 종쳤는데 못들었냐? 노처녀 시간이야. 어서 올라가. ”
“ 진짜!? 그런 건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그럼 요번 시간 마치고.....
아! 다음 시간이 점심시간인 건 알고 있지? 그냥 식당 앞에 있을께. 그럼 수고해~! ”
내 말에 ‘걸음아 나 살려라’ 라는 식으로 달려가버리는 고소미. 역시 복수는 거짓말이었군.
햇빛이 무진장 내리쬐는 무더운 6월의 여름 날. 여느 때라면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할 지금 고소미가 몰래 훔쳐온 자기 할머니가 애지중지 하시는 둥그런 밀짚모자를 힘껏 눌러
쓰고는 오른 손에 쥐여진 호미로 뒷교정에 서식하는 모든 잡초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하고 있다.
‘ - 공 고 문 -
..............................................................
.................................................
3-5 지현우 실내화 착용 중 운동장을 돌아다닌 일로 교내 봉사 3일
2-9 이새흰 선생님의 명예를 손실시킨 죄로 교내 봉사 7일
2-7 진승호.......................... ’
아직까지도 현관 앞에 떡하니 붙여져있는 공고문을 보면.... 그 속에 ‘이새흰’ 이라는 세글자가
섞여져 있는 걸 볼 때면 당장에 노처녀를 그 종이처럼 쫙쫙 찢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학생의 신분에서 학생들을 위해 밤낮 고생하시는 선생님을 존경하기는 커녕 감히 불순한 행동을
저지른 벌로 원래라면 7일 정학에 처했어야 했지만, 그동안 워낙에 모범적인 행동만 보여온 내게
그건 좀 심한 징계라 싶었던지 7일간 하루에 2시간씩 교내 봉사의 가벼운 벌이 내려졌다.
내가 이런 개뼈다구 같은 처벌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 것은 분명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지만....
‘ 보나마나 교무실에서 쌩쇼를 해댔겠죠. 이제 속이 시원하세요? ’
‘ 이새흰. 너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거야!? 선생님들은 왜 저딴 애를 감싸고 도는지.... ’
‘ 선생님이 이긴 것 같죠? 하지만 그렇게 여유만만 하신 것도 얼마 남지 않으셨습니다.
전 말이죠. 반드시 받은 것의 2배로 되돌려주는 아주 고약한 성격을 갖고 있거든요. 선.생.님.
이제부터 제가 말하는 건 결코 부탁이 아닙니다. 미리 경고 드리는 겁니다. ’
주름이 자글자글한 입가에는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순간 난 노처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 말에 동요하고 있다니... 하지만 2배로 갚아준다는 건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난 내가 입 밖으로 꺼낸 말을 다시 주워담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
‘ 이번 일은 분명히 그 쪽이 잘못하셨습니다. 아니. 그동안 저게 한 짓은 누구보다 선생님께서
더 잘 아시겠죠... 지금 제가 조금만 머리를 쓴다면 두 번 다시 교단에 못서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대답에 따라서.
만약, 제가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 개주동을 잡아온다면. 먼저 소미에게 사과 해주세요.
출석부로 소미의 머리를 치신 건 선생님이 저 때문에 괜히 화풀이 하신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학생부에서 결정된 교내 봉사는 하겠습니다. 대신 집에는 연락하지 말아주세요. ’
그렇게 노처녀와 나 둘 사이의 계약아닌 계약이 이루어졌다. 예상과는 달리 노처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협박이 뒤섞인 내 부탁에 쉽사리 고개를 끄덕였고, 내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 후로 무조건 날 피하고 있다. 심지어는 역사 시간에까지 이런 식으로 날 밖으로 쫓아낸다.
내 얼굴이 너무 험악했나? 아니면 이제야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깨닫고 후회를 하는 건가...
여하튼 간에.... 기말 시험이 벌써 다다음주로 다가왔는데 공부도 못하고 이게 무슨 짓인지.
한없이 처량하기만 한 내 신세에 잡초를 제거하다 말고 호미로 애꿎은 돌만 계속 내리찍었다.
“ 개주동..... 개주동.... 개주동......... ”
현재 내가 목표물로 겨냥한 개주동. 정식 이름은 김주동. 나이 18세, 성별 남. 지난 토요일 후
약간은 이상한 조짐을 보이는 고소미가 전해준 정보에 의하면 지난 달에 우리 반으로 전학온 놈
이랜다. 내가 그 녀석의 존재조차 몰랐던 건 올 5월에 있었던 여러 학교 행사 준비로 인해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였고, 녀석 또한 자기 맘 내키는 대로 땡땡이는 기본에 무단 결까지 서슴치
않고 행하는 아주 제멋대로인 놈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주칠 일이 없었던 거였다.
그리고.... 이 말을 막 들었을 때,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던 건 성격이 포악하기로 유명한
그 개주동이란 놈의 행실이 과거의 나와 겹쳐지기 때문이었다. 흠... 이거 만만치 않겠는 걸....
감히 짐승 주제에 인간 세상에 내려와 주제넘게 이리저리 날뛰어대는 포악한 망나니 놈을 어떻게
교실 의자에 얌전히 앉힐 수 있을까.... 식당으로 향하는 내내 난 이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 새흰아!!!! 여기여기!!!!!! ”
“ 소리지르지 좀 마. 시끄러워. ”
처음엔 늘 묵비권을 취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고소미의 일방적인 대화에 조금이나마
대답을 해주는 나. 우글우글... 시끌시끌.... 마치 시장바닥을 연상케하는 식당 안에서 식판에 음식을
한가득 받고는 배식을 해주는 곳과 가장 멀리 떨어진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 제길...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야. ”
“ 새흰아. 그래도 이렇게 어두운 구석에서 밥먹으면 왠지 암울하지 않을까? ”
“ 난 오늘 충분히 광합성을 했다고 본다. ”
“ 치... 이제 3일 남았지? 잡초 뽑는 거. 새흰이 너 때문에 광식이가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어?
원래는 자기가 운동장에 있는 잡초 다 뽑아야 했다던데.... 나중에 너 음료수 하나 사준대더라. ”
“ 필요없다고 해. 봉숙이는 어때? 수업은 않 늦었냐? ”
“ 흥! 흰이 네가 늦게 말해주는 바람에 2분 정도 늦었어. 근데.... 노처녀가 웃었어... ”
“ 그래, 웃으면서 복도로 나가라고 했겠지. ”
“ 그게 아냐!! 날 보면서! 정말 활짝 웃었다구!!!!! 진짜 속 울렁거리는 걸 겨우 참았어!!
그러면서 하는 말이, ‘새흰이한테 갔다 왔구나? 어서 빨리 자리에 앉으렴.’ 이러는 거 있지!!!
나참, 얼마나 황당했는지.... 그리고! 화장실 갔다가 늦게 온 철수는 복도에 나간 거 알어?
그래서 애들 장난 아니었어. 노처녀가 갑자기 왜 그러지? 혹시 약이라도 먹었나...? ”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기에 몰두한 고소미를 앞에 두고 얼굴에 묻은 밥알들을 찬찬히 떼어낸 후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노봉숙 여사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확실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잡아먹을 듯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을 들이댔었는데....
‘ 그래. 자신의 삶을 비관해서 착해지는 약이라도 먹었겠지.... ’
무엇보다 복잡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정말 어처구니 없는 고소미의 의견에 동의를 구하고는
밥이 한가득 떠진 숟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 놓았다. 늘상 내 밥에 손을 대 내게 등짝을 맞던
고소미가 갑자기 이상하리 만치 안절부절 못하며, 주위를 두루 살피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에.
“ 야, 고소미. 정신 사나우니까 밥먹는데만 열중해. 화장실 가고 싶어? ”
“ 아...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
“ 그게 아니면 뭐? 설마 개주동이라도 지나갔냐? ”
“ !!!!!!!!!!! ”
그저 장난식으로 물어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마치 석상처럼 굳어버린 고소미. 뭐야, 이
심상치 않는 반응은.... 평소에 내가 물어볼 때마다 ‘아니~!’ 라고 말하던 고소미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그렇다면... 진짜 그 개주동 자식이 나타났다는 거야?! 내 눈이 날카로움을 발했다.
“ 고소미. 거짓 없이 확실히 대답해. 개주동... 오늘 학교에 왔냐? ”
“ ............ ”
“ 왔냐, 않왔냐? ”
“ 와..왔어.... ”
“ 언제? 내가 교실에 있을 땐 없었잖아! ”
“ 그게.... 새흰이 너 3교시 때 잡초 뽑으러 갔었잖아. 그 때 수업 시간 도중에 왔었어.
그러다가.... 다음 시간이 노처녀 시간인 걸 알고는.... 바로 나갔는데.... 아까...... ”
“ 너 나한테 그런 말 없었잖아.... 아까 쉬는 시간에 너 뒷교정에 왔을 때,
나한테 개주동 왔었다는 말같은 건 않했잖아. 고소미... 왜 아까 말 않했냐? ”
“ 그,그건....!! 나도 말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이건 진짜 아니야, 새흰아.
주동이랑 너랑 엮여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 그 애는... 김주동 걔는 절대 네가 감당 못해.
그 때! 솔직히 너도 봤잖아. 지난 번에 노처녀가 손으로 칠판 닦았을 때.... 그 때 노처녀
손가락에 분필가루가 벌써 묻어있었던 거..... 그거.... 너도 봤잖아, 새흰아. ”
“ 그만해. 어쨌든 개주동은...... ”
“ 난 이해 못하겠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교내 봉사.... 그건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이미
공고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거지만, 결국엔 네 잘못이 아닌데도 하는 거잖아.
그리고... 그 날 노처녀가 할 말이 없어서 주동이 잡아오라고 괜히 억지를 부렸다는 걸.
누구보다 흰이 네가 더 잘 알고 있는 사실 아냐?? 그딴 건... 그냥 간단히 무시하면 되잖아.
왜 그 때 노처녀한테 그렇게 맞았으면서도 가만히 있는 거야...? 그건 너답지 않잖아!!! ”
“ 입 다물어!!!! 기분 더러우니까 더이상 말 시키지마. 그냥 쌩까. 오늘 하루만.... 난 너 몰라. ”
“ 새흰아!!!! 새흰아!!!!!!!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에서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고소미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는
반도 채 먹지 못한 음식이 담겨져 있는 식판을 잔반 통에 내동댕이 치고는 식당을 나왔다.
난.... 다 알고 있었다. 안다. 그 때 개주동을 찾아오라고 한 건 노처녀의 억지였다는 걸.
봤다. 그 때 봉숙의 손가락에 묻혀져있던 새하얀 분필가루를.... 들었다. 노처녀가 교무실에서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서 나를 모함하고는 도리어 자기가 서럽다는 듯이 통곡한 목소리를....
하지만.... 고소미 말이 사실임에도 이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그걸 납득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없는 내가, 그리고 현실이 비참해서이다.
과거의 난... 학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소위 ‘문제아’ 라고 불리우는 아이들 중 하나였다.
지각, 결석을 일삼으며 선생님들을 가지고 노는 건 물론, 맘에 않드는 아이들을 짓밟는 일들이
그 당시에 있어 그것이 내겐 즐거움이었고, 뭐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의 낙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아’ 라는 세 글자의 수식어는 오로지 나 하나밖에 모르던 이기심을 가졌던 나를
세상에서 추방시켰다. ‘문제아’ 라는 타이틀은 늘 나를 쫓아 다니며 끝도 없는 깊은 구렁텅이로
날 끊임없이 밀어넣었다. 그 때 맛보았던 패배감..... 그리고, 엄마의 눈물.... 결코 잊을 수 없다.
이번 일도 내가 반발해봤자, 아무리 정당하지 않은 일이라도 결국엔 어영부영 끝날 것을.....
노처녀가 고소미한테 사과를 해야 속이 풀리겠는데, 순순히 부탁하는 건 도저히 성미에 않차서
교내 봉사와 개주동을 물고 늘어졌다는 사실을.... 아무 것도 모르는 고소미가 과연 알아줄까?
그래, 설마 알 턱이 있겠냐? 맨날 귀찮게 달라붙어서 헛소리만 지껄이는 멍청한 아이. 하지만....
나와는 정반대의 순수하고 밝은 빛을 가진 아이. 내가 가끔씩 부러워하는 아무 걱정 근심 없이
1년 365일 늘 비어있는 머리. 그 일만 아니었다면 나도 저렇게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세상을 살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아니다. 어떻게 보면 저렇게 사는 것보단 내 생활이 훨 나을 수도....
“ 아악! 내가 미쳤지, 미쳤어!!! ”
“ 여어~ 이거 부회장님이 아니신가? ”
어리석게도 하필 머리에서 깡통 소리나는 고소미에게 미운 정이 들어버린 것에 대해 교실로 가다
말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마침 들려오는 능글능글한 시비조의 목소리. 맨 아래 구두, 바지,
와이셔츠, 그리고 얼굴로 이어지는 나의 시선. 그와 동시에 얼굴이 굳어진 건 정말 한순간이었다.
“ ........... ”
“ 쿡. 무뚝뚝한 건 여전하시네? 이새흰 부회장님~ 크크큭... ”
“ 그래서... 오늘은 할 말이 뭡니까? ”
“ 아니~ 그냥, 뭐... 저번에 어쩌다가 현관에 붙여져 있는 공.고.문.을 봤지 뭐냐?
너 봉숙이한테 고함치며 대들다가 그렇게 됐다며? 이야~ 이거 범생이 주제에 대단한 걸? ”
“ 그거 참 감사하네요. 고작 그딴 걸로 칭찬이시라니.... ”
지금 내 앞에 있는 인간. 올 해 부회장 선거에서 단 1표 차이로 내게 밀린 불쌍한 놈이다.
망할 고소미의 썩어빠진 계략으로 어쩌다가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지만 진실로 내가 부회장으로
뽑힐 줄은 차마 예상도 못했던 일이었기에, 여태껏 2학년이 부회장에 당선된 역사는 없었기에,
또한 출마한 후보자들 중 그 누구보다도 뇌물을 많이 썼고, 자기가 반드시 뽑힐 거라는 확신에 차
있다가 학교 내에서 듣도보도 못한 2학년에게 밀렸다는 치욕감을 지울 수 없던 저 놈은 심심하면
내 앞에 나타나 한다는 게 고작 말싸움이다. 쯧. 불쌍한 놈... 너는 그렇게 친구가 없냐?
“ 회장을 도와서 학교를 이끌어나가는 건 물론, 모범을 보여야 할 부회장이....
학교 선생님한테 대들어서 교내 봉사활동을 한다라... 이거 참 특종감이라고 생각 않 해? ”
“ 나참,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
어느새 내 뒤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 고소미를 살짝 야려주고는 말을 이었다.
“ 부회장이란 거.... 어차피 저도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닙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명단에 제 이름이 올라갔을 뿐이고, 어.쩌.다.가. 그냥 됐을 뿐...
게다가 아직 2학년이라는 이유 때문에 특별한 행사가 없을 땐 그냥 이 학교의 학생일
뿐입니다. 않그래도 이거 때문에 귀찮을 일이 많은데... 그냥 그쪽이 하시면 되겠네요. ”
내가 끊어 말할 때마다 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고소미. 그래. 실컷
찔려봐라, 이 망할 잡것아! 아까부터 노처녀가 했던 말을 그대로 똑같이 내뱉으며 아들행세를
해대려는 3학년 놈이 맘에 안들어 대충 인사를 하고 지나쳐 가려는데 내 어깨를 붙잡는 놈.
“ 어딜 가려고? 아직 선배님 말씀이 끝나지 않았는데 가면 섭하지. ”
“ 아직도 못알아 들으셨습니까? 그렇게 부회장 자리가 탐나면 당장 그쪽이 하라는 말입니다. ”
“ 뭐라고? 그쪽~? 야, 너...... ”
“ 아아... 마침 안타깝게도 이걸 생각 못했네요... 아무리 썩어빠진 학교라도 나이값 못하는
인간은 부회장으로 써주지 않을 겁니다.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을 돌아다닌 소감이 어떻습니까? ”
“ 뭐,뭐어?? 야, 넌 7일 이잖아!! 난 어제부로 끝났어......가 아니라!!!
너 이딴 식으로 노처녀한테 대들었냐? 너 선배가 만만하냐? 네 장난감이야? ”
“ 픽... 선배 대우를 받고 싶으면 먼저 선배답게 행동하시죠. ”
“ 아니, 이 계집애가 끝까지...!! 야!!! 너 주둥이 않다물어??! 너 또 어디가!!!! ”
놈이 뭐라 지껄이건 말건 점심시간이 아깝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교실에 가서 영어 예습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내 눈치를 보며 총총총 따라오는 고소미를 눈감아 주면서
막 2층 계단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3학년 놈의 목소리가 끊김과 동시에 내 발걸음은 멈춰서버렸다.
“ 주둥이라고 한 새끼가 너냐? ”
“ 넌 또 누구야!? 어? 옆에 넌 진승호? 오호라~ 너희가 요즘 선배를 아주 물로 보는 모양이네?
안되겠다. 나중에 이것들을 모조리 다 교육을 새로 시키던지 해야지, 진짜....!! ”
“ 주둥이라고 한 새끼가 너냐고..... ”
“ 그래~ 나다, 이새꺄! 아까는 뿔테년이 속 뒤집어놓고 가더니, 이제는 니새끼냐?
오냐, 너 한 번 잘 걸렸다. 나한테 맞은 걸로 화풀이하려면 나중에 뿔테 년한테...... ”
3학년 놈과 누군가의 대화가 끊기더니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직감은 누군가가 바로 내가 애타게 찾던 개주동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려다 말고 아까 그 곳으로 되돌아가려던 나를 양 팔을 펴고선 가로막는 고소미.
“ 비켜. ”
“ 안 돼. 진짜 안 돼, 새흰아. 너 다음 시간 예습해야지. 뽕박사가 또 너 시킬텐데...
김주동 아닐 거야. 그래! 김주동 아까 가방 갖고 지나가더라. 진짜야!!!! ”
“ 비켜. 너 누군데? 난 너 몰라. ”
“ 새흰아, 제발... 오늘만.... 오늘만 그냥 올라가주면 안 돼? 응? ”
“ 분명 너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근데.... 않비키면 나 너 영영 몰라. ”
차가운 내 말에 흠칫하더니 이내 벌리고 있던 양팔을 접고는 내 손을 꽉 잡는 고소미.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고소미... 날 막은 걸 보면 너도 저 소란의 주범이 개주동이라는 걸
느꼈다는 거잖아. 개주동이 그렇게 무서운 놈이야? 내 손을 않놓칠려는 듯 꼭 잡고 있는
고소미와 함께 복도로 갔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3학년 놈. 쓰고 있던 안경이 바닥에 산산조각
나있었고, 하얗던 와이셔츠는 피로 물들어져 있었다. 꿈틀꿈틀... 신음소리를 내며 겨우겨우
힘을 내어 몸을 일으키려던 3학년 놈을 무참히도 되밟아버리는 아이. 저놈이 개주동인가...?
“ 왜? 아프냐? 아파서 죽을 거 같냐? 그럼 더 아파라, 존나 빌어먹을 새끼야....
내가 그냥 집에 갔으면 몰랐을 거 아냐. 남의 이름 갖고 장난치니까 기분 째지던? ”
“ 크흑... 내가 언제.... 네 이름...을 갖고 장난쳤다는......... ”
‘ 퍼 억- ’
“ 진승호. 지금 이새끼가 하는 말 들었냐? 이새끼 또 구라깐다. ”
“ 어이, 선배님. 아까 선배님이 분명 주둥이라고 하셨잖아요~ 얘 이름이 주동이거든요. 푸하핫! ”
“ 씨발, 진승호. 너 지금 내 이름 갖고 웃었냐? 죽고 싶지? ”
저것들... 뭐야 지금..... 다 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농담 따먹기를 하는 꼴이라니....
그리고, 상대방의 아픔 따윈 전혀 생각않고 쓰레기 취급하듯 발로 차는 건 또 무슨 행동이지?
어린시절 정말 좋아했었던 아줌마에게 들었던 말. 사람의 웃음이 때로는 무표정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는 말. ‘어떻게 싸늘한 무표정보다 웃는 얼굴이 더 무서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웃으면서 사람을 저 모양으로 만들어 놓다니.... 과연 제정신일까?
시시콜콜 날 귀찮게 했던 3학년 놈이지만, 저대로 내버려뒀다간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게다가 조금만 걸어가면 개주동이 있다. 고소미한테 사과를 받게 하려면....
“ 새흰아. 가지마.... 가면 안 돼! ”
“ 고소미. 너 아까부터 왜 이래?? 아, 이거 좀 놔 봐!!! ”
어느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오들오들 떨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내 손을 제 힘대로 잡아대는
고소미의 손을 겨우겨우 떼어내고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여전히 입가에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발길질을 시도하려는 개주동의 다리를 어렵사리 받아쳤다. 갑자기 끼어든 내가 맘에
않드는지 입가의 웃음을 싹 지우고는 날 내려다보는 악마보다 더 사악한 망나니 놈.
“ 개주동. 그만 멈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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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장편 ]
넌 미친놈이야… # 03
에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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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14 02:2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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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_<!! 오늘도 내용이 무지막지 길어요! 꺄악꺄악>_< 무서운 우리 주동이ㅋㅋㅋㅋ
내용이 너무 길죠? 그래서 저도 고민이랍니다.하하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우흐흑....!!! [미림이 ☆] 님, 감사합니다. 늘 즐거운 하루 되시고, 자주 찾아주세요!!!!!
요즘 시간이 엄써서 자주 못읽었어요ㅠ0ㅠ 드뎌 주동이가 나왔꾼요!!!!!!! 으아아앗!!!!!!!!
네. 하하하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 편부터 등장하는 철수.... 왠지 정이 갑니다... 담편이 기대되네요 ㅋㅋ
철수한테 정이 가다뇨~! 크크크.... 철수는 앞으로도 자주 나올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