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이맘때쯤에 연하장이 날아와 샀더니
몇년새로 연하장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모바일폰으로 동영상이나 문자로 대체되었다.
고1때의 크리시마스 이브였다.
학교를 마치고 마산 제일여고 아래에 셋방을 얻어 자취를 하던 김화백집에
친구 몇넘들이 모였다.교복을 입은 채로 책가방을 들고 방에 들어서니
방 안은 마치 얼음동굴같이 싸늘했다. 온 몸이 오돌오돌 떨려서 방바닥에 앉아 견딜 수가 없었다.
너댓명이 밖으로 나가서 땔감나무를 구해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방안이 미지근해지자 각자 지갑을털어 구멍가게에 나가서 소주와 안주거리를 사와 밤새 왁자지껄하게 놀았다.
50년도 더 된 옛날 얘기다.
부산으로 내려와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삼사년전에 이곳 해운대로 이사를 했다.
전에는 가끔 광복동도 나가고 자갈치도 둘러보곤 했는데 요즘은 나갈 일이 없으니
크리스마스 때 화려하게 장식하는 불빛도 보지 못한다.
예전에는 11월말쯤 되면 크리스마스 노래가 스피커에서 시끄럽게 흘러나왔는데 요줌은 많이 조용해졌다.
그만큼 사회가 성숙해졌다고나 할까.
어제 성탄전야 미사엘 참석했다.
저녁9시부터 시작인데 사람들이 많아 미리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8시에 잡울 나섰다.
다행히도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았다. 한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붐볐다. 복사단과 성가대가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실내 불이 꺼지고 캄캄한 가운데 촛불을 들고 아기 예수님을 안고 성단 아래에 마련된 구유장식에 모시는 것으로부터 미사가 시작됐다. 성가대의 찬송가가 홀 안으로 메아리쳤다. 평소 한시간 남짓 걸리는 미사가 한시간 반 이상으로 이어졌다. 어제 미사에는
지난 9월28일부로 42년간 봉직해 오던 신부님이 은퇴하시고 우리 성당에 오셨다고 주임신부님이 소개를 하셨다.
그는 메리놀병원원장,가톨릭대학 학장도 역임하셨다고 한다. 그는 미사를 마치고 인삿말에서 우리가 하느님께 간절히, 끈질기게 우리가 원하는 바를 기도하면 다 들어주신다고 했다. 다만 굳건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