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손
- 박일만
언제나 예리한 칼이
하늘을 배경 삼아 빛을 뿜는다
언제나 수평의 저울이
땅의 중력으로 기울기를 견뎌낸다
오른손이 허공을 재단하면
정의의 힘이 형상화되고
왼손이 저울추를 흔들면
기준의 씨앗들이 땅 위에 퍼져나간다
두 눈은 가렸으나 냉철함은 상영되고
마음으로 보라! 외치며
공평무사를 다듬어 삶의 형체를 그려낸다
감은 눈이 오히려 밝아지는
사사로움은 애초부터 없어야 하리
선입견이 부풀려놓은 거품도 꺼진 지 오래
하여
눈과 귀에 와 닿는 두려움은 이미 무색해졌다
정의와 불의가 경계를 짓고
참과 거짓이 몸을 섞어 덤비어도 다 알아채는
편향된 감각에 빠지지 않는 손
그러므로 양손은 기꺼이 형평에 다다른다
사물과 현상을 편견 속에서 건져내어
두루 살피다 보면 곧장 짚어지는 오류들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믿지 않으며
늘 꼿꼿이 서서 펼치는
두 손은
그리하여 날개처럼 가볍다
칼과 저울은 서열을 다투지 않는다
* 디케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영신. 디케의 여신상은 오른손에는 칼을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칼은 정의를 위한 힘, 저울은 정의의 기준을 상징한다. 여신상은 두 눈을 가리개로 가리고 있다.
편견과 선입견에 흔들리지 말고 공평무사하게 판결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ㅡ계간 《시와 편견》(202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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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사법 정의는 보는 사람에 따라 무너지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정권을 거머 쥔 측의 특검 정국에 섣부른 판단을 앞세우기 뭐해서 입 닫고 있기도 합니다
공개적으로 여당 대표가 사법개혁을 외치고, 판검사 탄핵까지 입에 담는 상황입니다
법원 마다 상징적으로 세워 둔 디케의 여신은 헝겊으로 두 눈 가리고 서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가득한 편견과 그릇된 주장과 행위를 심판해야할 텐데
양 손에 든 칼과 저울이 공평무사하다는 믿음을 주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디케는 두려움을 몰라야 하는데 여당의 기세가 워낙 드세다보니 어안이 벙벙할 지경일 겁니다
칼과 저울은 서열을 다투지 않는다는 시인의 이갈에 밑줄 긋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