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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글 / 사계절
목차
포춘 쿠키
가설의 입증
유진의 계정
패러데이 상자
데스타이머
드림캐처
포틀랜드
작가의 말
책소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자 전성현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
미래 세계에 도달한 청소년의 내일을 그린 7편의 이야기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과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전성현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집이 나왔다. 소설집에 담긴 7편의 이야기는 각양각색의 세계관과 인물들을 담아내면서도 ‘미래 세계에 도달한 청소년의 내일’에 주목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는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과 미세먼지, 기후 변화 등으로 실내외 활동에 제약을 둔 일상을 지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어린이, 청소년 들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등하교로 전에 없던 일상을 맞닥뜨려야 했다.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변화 앞에서, 묵묵히 출렁거려야 했던 청소년들은 코로나19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내일을 그려 나가고 있을까?
작가는 이미 변화된 사회에 적응한 청소년들을 오늘이 아닌, 몇 년 혹은 몇 십 년 후의 미래 세계에 데려다 놓았다. 또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미래 세계의 변화 속에 놓인 7명의 인물들은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묻는다.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만약, 내가 줌 화면 속에 갇혀 버린다면?” “만약, 또 다른 ‘나’가 존재하고 있다면?” “만약, 내 꿈 정보가 교육정보국에 수집되고 있다면?” 이렇듯 작품은 수많은 ‘만약?’ 앞으로 독자들을 불러 세운다. 과연 세계는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 우리의 내일이 궁금한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건넨다
책 속으로
“누구나 얻을 수 있기에 행운 아닙니까?” --- p.19
재양성 증상에 관한 논문에서는 T가 ‘Transformation’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이’라는 의미가 ‘변형’으로 바뀐 것이다.
“혹시 RT바이러스에 잠복기가 있던 걸까? 내가 완치된 게 아니었어?”
‘표본의 수가 많아야 가설이 입증되는 것.’
태민의 노트에 쓰인 글귀가 머리를 스쳤다.
“혹시 태민이와 내가 표본?” --- p.38
언제부턴가 화면 속의 나를 만나는 게 익숙하다. 오랜 시간 화상 수업을 받다 보니 무뚝뚝한 내 얼굴을 보는 것도 자연스럽다. --- p.63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게 어려워졌다. 화면으로 수업을 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사람들과 실제로 만났을 때 왜 손가락을 까딱이고 미간을 찌푸리는지, 상대가 하는 행동의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 p.75
나는 사실 반 친구들을 만나는 게 두렵다. 너무 오랫동안 사람들을 드문드문 만나 온 탓에 아이들을 만나면 전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반응할 수 없을 것 같다. --- p.76
데스타이머는 개인의 유전 정보나 병원 검진 내용을 기반으로 수명을 계산하는 앱이었다. 전염병이나 환경 정보까지 자동 반영되어 특정 지역에 오랜 기간 산불이 나거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지면 그 지역 사람들의 예측 수명 역시 줄어들었다. --- p.93
유림의 손목을 보고 있던 태우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세정도 놀란 얼굴이었다. 유림의 데스타이머에는 ‘D-day, 1일’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뭐야, 유림이가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거야?” --- p.101
유림은 자신도 망원경을 통해 본 우주를 향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망원경 렌즈에 눈을 대자 마음이 바뀌었다. (…) 우주는 아름답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그 이상의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 p.107~108
결국 어른들은 마법의 거미줄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어느 때인가 ‘아시비카시’라고 알려진 거미 여인이 오지브와족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좋은 꿈을 꾸게 하려 드림캐처를 만들었다고 한다. (…) 드림캐처의 거미줄이 나쁜 꿈을 잡아채 아이들이 편히 잘 수 있게 도와준다고 믿었다. --- p.117
“보이지 않는데도 비행기가 내는 소리라고 믿고 있구나.”
(…)
“우리들의 눈은 진실을 보는 게 아니야. 뇌가 받아들인 결과물을 보는 거지.”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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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근미래를 살아갈 청소년의 내일을 담은 7편의 이야기들
#포춘 쿠키 속 행운이 이루어지는 재개발 지역
첫 번째 소설 「포춘 쿠키」는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나는 따뜻하고 신비로운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하루 빨리 내쫓고 싶은 투기꾼 남자는, 마을버스 정류장에 생긴 쿠키 자판기가 묘하게 거슬린다. 자판기에서 나오는 불빛과 솔솔 풍기는 달콤한 냄새는 자꾸만 마을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발길이 멈춘 곳에서는 대화가 이어지고, 자판기에서 나온 포춘 쿠키 속 행운이 실현된다. 먼발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과연 포춘 쿠키 속 어떤 행운을 얻게 될까?
#RT 바이러스에 감염된 학생들만 모여 있는 학교
두 번째 소설 「가설의 입증」은 학교 기숙사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웃음소리를 찾아가는 주인공 선우의 이야기다. 자정 즈음이면 벽을 타고 들려오는 기이한 웃음소리, 선우는 옆방 태민을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한다. 수업 시간에 태민이 코피를 흘린 어느 날, 선우는 자기 입에서 나온 괴상한 소리에 깜짝 놀라는데…. 출처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 괴이한 신음, 잊고 지냈던 RT 바이러스까지. 과연 선우네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내 계정에 접속해 도와 달라는 글을 남기는 또 다른 ‘나’
세 번째 소설 「유진의 계정」은 SNS 계정을 해킹당했다고 생각하는 유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어느 날부터 휴대 전화를 쥔 손에 찌릿하고 정전기가 인다. 그러고 나서 SNS 계정에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유진의 계정에 올라와 있는 새로운 글. 자신을 ‘유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도와 달라는 글을 남기고, 유진은 이 해킹범에게 자꾸만 궁금증이 인다. 과연 유진의 계정에 동시 접속해 글을 남기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 누구인 걸까?
#변종 감염병과 대기오염으로 줌 화면 속에 갇혀 버린 아이들
네 번째 소설 「패러데이 상자」는 변종 감염병과 대기오염으로 줌 화면 속에 갇혀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화상 수업으로 만나온 아이들은 이제 아무 감정 없어 보이는 화면 속 서로가 익숙하다. 수업 시간에 갑자기 모르는 화면 하나가 생기고, “엄마!”를 외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잘못 들어온 아이를 향해 한 마디씩 건네는데, 과연 아이의 정체는 누구인 걸까?
#수명 예측 앱 데스타이머에 나온 한 줄, ‘D-1’
표제작이자 다섯 번째로 실린 소설 「데스타이머」는 북국 영구 동토가 녹아 고대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이 일어난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어느 날, 수명 예측 앱 데스타이머의 숫자가 일시에 바뀌는 일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인다. 별자리 캠프에 가기 위해 기차역에 모인 친구들 역시 줄어든 데스타이머 날짜 얘기로 분주하다. 갑자기 줄어든 수명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뉴스에서는 각종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데스타이머 앱을 깔지 않은 유림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데, 과연 유림의 데스타이머 숫자는 몇을 가리키고 있을까, 무사히 캠프에서 돌아올 수 있을까?
#아이들의 수면 정보를 수집하는 교육정보국
여섯 번째 소설 「드림캐처」는 수면 정보 분석 수집기에 의해 꿈이 관리되어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수면 정보 분석 수집기는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데, 왜 그들은 아이들의 현실이 아닌 꿈을 관리하는 걸까? 작품은 눈에 보이는 것과 있다고 믿는 것 사이의 괴리를 파고들며,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에 의문을 재기한다. 비행기를 본 적은 없지만, 하늘 어딘가에서 들리는 소리로 비행기가 지나감을 상상하는 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비행기는 과연 실재하는 것일까?
#포틀랜드 너머 이모가 향하고 싶은 미지의 장소
일곱 번째 소설 「포틀랜드」는 포틀랜드로 이사 간 이모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는다. 주인공과 식구들은 이모네 집들이에 갈 준비를 하는데, 어딘지 엄마의 모습이 이상해 보인다. 아직 출국 날짜가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초조한 듯 짐을 풀었다 싼다. 그런데 막상 이모를 만난 엄마는 데면데면해 보인다. 작품은 포틀랜드 너머 진정으로 이모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암시하며 끝이 나는데, 과연 이모의 이사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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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뭐야, 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거야?”
과연 이 세계는 아니,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소설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각양각색의 세계관과 인물들을 담아내면서도 ‘미래 세계에 도달한 청소년의 내일’에 주목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표제작인 「데스타이머」는 수명 예측 앱 데스타이머의 숫자가 일시에 줄어드는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앱이 보여 주는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에 두려움과 혼란을 느낀다. 하지만 십 대인 유림은 떠들썩한 주변의 반응이 이상하다. 단지 앱에서 측정한 예측 수명일 뿐인데?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조금씩 줄어드는 데스타이머 숫자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막상 그 날짜가 변화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갈수록 빨라지는 영구 동토의 해빙 시기와 그 안에서 발견되는 고대 박테리아의 전염까지, 줄어드는 예측 수명을 통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이면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독자들은 다소 서늘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친구들의 성화에 깔게 된 데스타이머 속 유림의 예측 수명과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기후 이상 등은 더 이상 소설 속 이야기라고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감시 체계에 갇힌 청소년들,
일어날 법한 상상이라 더 섬뜩한 이야기들
「가설의 입증」, 「패러데이 상자」, 「드림캐처」는 모두 학교생활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다.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알게 된 ‘RT 바이러스’ 병력을 가진 학생들의 비밀, 변종 감염병과 대기오염으로 화상 수업을 하던 학생들을 찾아온 의문의 인물, 아이들의 수면 정보를 수집·관리하던 교육정보국의 비밀까지. 세 편의 소설은 모두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학교 및 교육 시스템에 숨겨져 있던 비밀을 찾아가는 구조를 취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학교에 가서 학생이 된다. 이 과정에는 학생이 되는 아이들의 판단이나 의견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학생이 되고, 또 그렇게 사회인이 된다. 만약 보다 많은 이들이 ‘학생이 안 될 수도’ 있는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십 대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작품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현실에서 해 봄 직한 사소한 의문으로부터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간다. 작가가 안내해 주는 상상의 세계를 거닐다 보면 자꾸만 학교라는 틀, 학생이라는 틀, 청소년이라는 틀 너머를 보고 싶어진다.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바꿔 갈 수 있기에.”
청소년의 오늘을 위해, 내일을 그리는 작가
우리가 궁금해하는 미래는 과연 어느 시기를 말하는 걸까? 어제, 오늘, 내일은 모두 상대적인 개념이다. 아마 이 글을 22일에 읽은 사람과 23일에 읽은 사람의 ‘오늘’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22일의 오늘은 23일이 되는 동시에 어제가 되고 내일이었던 23일은 오늘이 되고, 다시 또 어제가 된다. 우리에게 어제, 오늘, 내일은 언제나 곁에서 모습을 달리하며 존재한다. 결국 미래는 우리의 어제이면서, 오늘이면서, 내일이 된다. 우리가 미래 세계를 궁금해하는 이유는 그 시간이 언제나 다가올 오늘이기 때문이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7편의 작품들이 마치 오늘의 이야기 같은 것 역시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데스타이머』에 담긴 내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오늘을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아주 약간의 무기가 되기를 바란다.
“먼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판타지와 SF를 쓴다. 때로는 현실이 가상의 상황을 앞질러 가고, 우리가 마주하는 실제가 환상보다 더 기이하기에 내 글이 얼마나 더 치열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도 한다.” _‘작가의 말’ 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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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하드립니다.
전성헌 선생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 많이 읽히고 많이 팔려서 부자되세요!~^^
축하드립니다. 문학성 있는 책 같아요.
전성현 선생님 '데스타이머' 출간 축하합니다.
전성현 선생님, 청소년소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
특별하고 재미난 이야기 같아요. 이런 멋진 글을 쓴 전성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