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위의 시간 / 이송희
1
우리는 약속처럼 간격을 유지했다
같은 곳을 향하여 꿈꾸는
은빛 창문
적당히 바람이 불고
그리움도 덜컹거려
2
바깥은 아직 여름, 우리는 뜨거웠다
저녁이 지나가고
막 눈 뜬 역사 안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기적 같은 하루가 온다
AI 쇼핑 / 이송희
슬픔을 예약했어요
다음 주 토요일로
울고 싶은 날이죠
취소는 안 된대요
실연의 주인공을 따라
한강변으로 갈게요
추가된 옵션으로
웃음을 구매하면
자동으로 당신도
업데이트될 거래요
또 다른 감정들을 모아
장바구니에 담아 둬요
그림자 노동 / 이송희
키오스크 앞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레귤러 사이즈에 휘핑크림 얹은 후
순서를 기다리면서 놓친 말을 곱씹는다
바닥에 가라앉은 시간마저 버리면서
멈출 수 없는 바퀴로 사는 나를 또 돌린다
안내된 문구를 따라 바코드를 찍는 오후
샷 추가된 피로가 종이컵에 쌓이는 동안
등 뒤의 모래시계도 쉼 없이 흘러간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그림자가 되어간다
시집 『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 작가 2024
카페 게시글
시조 감상
철길 위의 시간/AI 쇼핑/ 그림자 노동// 이송희
정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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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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