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큰달·작은달 계산의 복잡성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선조들이 사용한 음력에 대해서는 의외로 이해가 부족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하나가 음력의 초하루와 음력 달의 대소에 관한 것이다.
양력은 연도와 관계없이 달의 대소와 달의 크기는 같다. 다만 2월 달만이 평년인가 윤년인가에 따라 크기가 28일 또는 29일로 달라질 뿐이다.
그러나 음력의 대소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음력의 큰달과 작은 달의 배열은 규칙성이 없고, 어떻게 배열 될지는 정확한 달의 운행을 계산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우선 음력한 달의 길이부터 알아보자.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다 보면 달이 태양과 같은 방향에 오는때가
생기는데 이 시각을 합삭(合朔)이라 한다.
달이 합삭의 위치에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합삭의 위치로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음력의 한 달로서 삭망월 또는 태음월이라
한다.
이 기간은 매월 약간씩 다르지만 장기간에 걸쳐 평균해보면 약 29일
12시간 44분정도가 된다. 이로 보아 음력의 작은달은 29일이 되고 큰달은 30일이 됨을 알 수있다.
일년 동안보면 달이 합삭의 위치에 오는 횟수는 거의 12회 또는 13회가 된다.
합삭 시각이 오는 날을 무조건 음력초하루로 정하고, 그 날부터이어서 다음 오는날을 초이틀, 초사흘, 초나흘 등으로 날짜를 정해나간다.
이렇게 날짜를 배열해 나가면 음력날짜로 29일 또는 30일다음 날에
어김없이 다시 합삭 시각이 온다. 이 때음력 한 달이 29일로 끝나면
그 달은 작은 달이 되고, 30일로 끝나면 큰 달이 된다.
이렇게 달의 운행을 정확하게 계산해 합삭 시각을 구해야만 음력초하루가 결정되고, 이어서 음력의큰 달과 작은 달이 자동적으로 정해진다.
합삭 시각과 시각 사이의 간격인 삭망월의 길이는 매달 똑같지 않다.
이는 달과 지구의 공전운동이 타원궤도를 따라 운행되기 때문이다.
달 운행의 복잡성 때문에 달의 합삭시각을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음력 초하루와 한 달의 대소를 정하는것은 단순한 계산법에 의존할 수
없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조선시대에는 음력 달력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역법 계산을 전담하는 관상감의 관원은 천체 운행원리를
잘 알고 고도의 전문적 수학지식을 지닌 천문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