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류계에 첫발을 내디딘지도 벌써 40년이 넘어간다.물론 발을 뗀지도 20년이 다 돼가 그 때의 즐거웠던 기억도 이제 가물가물하다.
누구라도 그러하듯 첫 눈, 첫 사랑, 첫 키스같이 나도 첫자 들어간것에 더 애착이 가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서울 중구 충무로 명보극장 인근에 있던 한 술집과 그집 주인마담,그리고 그곳에 있던 아가씨들이 아직도 생각나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거기에 그집주인 L마담의 독특한 술집경영철학과 말귀를 알아듣는 그집 숙녀들의 세련됨과 인텔리전트함이 더해져 어렴풋했던 그때의 기억을 일깨운다.
L마담이 하는 술집은 지금으로 치면 1 인밴드와 조그만 무대가 갖춰진 고급진 카페나 와인바 같은 곳이다.무대쪽 오픈된 공간에 테이블이 몇개 있었다. 벽쪽에도 옆테이블과는 칸막이로 막혀있지만 무대쪽으로는 오픈되어 있어 은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테이블공간도 있었다.
일본의 고급술집처럼 6~7명의 아가씨들이 각 테이블을 돌며 얘기도 나누고 술도 따라주며 시중을 들었다. 여자나오는 곳이라곤 맥주홀과 요정만 있던시절 룸살롱으로 가는 징검다리와 같은 곳이었다.
이집이 제법 수준높은 술꾼들에게 알려진 것은 L마담이 명문대를 나온 재원으로 하얀 목련꽃같은 단아한 자태의 미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당시 이름난 술집마담들은 물론 아가씨들도 모두 탈랜트 빰칠만큼의 미모를 자랑했었다. 이곳 경쟁력은 이곳에만 있는L마담이 길러낸 세련되고 재치있는 해어화(解語花)들 때문이었다.
L마담은 신입을 뽑으면 손님 테이블에 나가기전 3가지를 반드시 지키라고 주문했다.
첫째 매일 신문사설 1편과 정치,사회,국제면의 톱기사를 의무적으로 읽으라고 했다.최소한 이정도는 미리 읽어놓고 있어야
이곳 손님수준에 맞게 말상대는 못하더라도 고개는 끄떡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필수는 아니지만 매월 그달의 베스트셀러 한권씩을 읽을 것과 가능하면 화제가 되는 외국영화나 연극도 보라고 권했다.
이왕 화류계에 입문했다면 아가씨들도 성공해야하는데 단순하게 얼굴과 몸매만 좋은 꽃은 금새 시드니 이렇게라도 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야 자신만의 단골손님을 확보할 수 있어 새끼마담도 하고 장차 자기 술집도 차려 독립해 나갈 수 있다는게 L마담의 지론이었다.
둘째 자신의 가게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절대 손님과의 2차는 금했다.설사 아가씨가 좋아하는 손님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라는 동물들이 묘해서 어느 한집에서 아가씨와 일을 벌이면 그 뒤로 발길을 끊는다는 것이다.그녀에게 눈치가 보여 다른 아가씨와 장난도 못치고 더이상의 관계개선이 불가능해 여러모로 불편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L마담입장에서는 단골손님을 잃는 것이 되고 아가씨입장에서도 듬뿍 팁을 주는 단골손님을 잃게 돼 2차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게 된다.
셋째 가능하면 손님 테이블에 들어가서는 술을 많이 먹지 말라는 주문이었다
손님이 권하는데 안먹을 수는 없지만 술을 먹으면 아무래도 몸가짐이 흐트러져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손님이 권하지도 않는데 비싼 술(당시 시바스리갈, 조니워커 블랙등)을 먹으면 자칫 매출을 올리려는 것으로 비쳐져 천하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돈많고 인맥좋은 선배덕분에 이 집을 몇차레 드나들면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보기도 했다. 그 멋진 숙녀님들과 뭐 화끈한 로맨스는 없었지만 손도 잡아봤다. 블루스를 처음 춰 본 곳도 이 집에서 였다. L마담과 친해졌을때 아가씨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세련되고 매너가 좋으냐고 물었더니 큰누이 같은 L마담이 3가지 운영지침을 철저히 지킨 결과라고 귀띔해 줬다.
L마담의 이같은 술집운영은 결과적으로 아가씨들의 수준과 가치를 크게 높여 질좋은 손님들을 끌어당겼다. 후에 이 아가씨들중 일부가 독립해 강남 고급룸살롱계를 선도하는 주인마담으로 커나가는데 기여했다. L마담 역시 룸살롱들이 막 생기면서 화류계의 무게중심이 강남으로 옮겨갈때 강남으로 자리를 옮겨 몇개의 고급룸살롱을 운영하면서 큰 돈을 벌었다.
90년대 중반들어 그녀가 홀연히 강남 화류계를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자식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니 한정식집으로 업종변경을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2000년 봄 회사 불자회를 따라가 왕벗꽃이 한창인 서산 개심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가는 길에 마애불을 보러갔다 주차장에서 우연히 L마담을 조우했다.환갑의 나이인데도 미모는 여전했다. 남편과 딸내외와 함께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단란해 보였다. 멀리서 눈인사만 나눴다. 지금쯤 80이 넘었을 텐데 어찌 됐는지 궁금하다.
그때 만났던 아가씨들도 지금은 60을 훌쩍 넘은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초장에 교육을 엄하게 받은 만큼 시집가서 잘 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번 볼 수 있을까?
I've Been Away Too Long은 1975년에 발표된 George Baker Selection의 앨범 'Paloma Blanca'에 수록된 곡이다.이곡은 빌보드차트에 오르진 못했으나 우리 나라에서 유독 절대적인 인기를 끌었다.특히 80년대초 방송국보다는 다운타운가의 음악 다방이나 카페에서 먼저 인기를 누렸던 저력의 노래다. 이노래를 부른 George Baker Selection은 네덜란드가 배출한 대표적인 밴드로 George Baker,Jan Hop, Jacobus Greuter, Jan Visser등 6명으로 구성된 혼성밴드다. 1970년 3월 <Little Green Bag>이란 이름으로 네덜란드 북부지방에서 데뷔했다. 네델란드 팝그룹들은 1970년대초부터 미국 팝 시장을 수차 공략한 무시못할 음악적 잠재력을 갖고있다. 이집단을 가리켜 더치 사운드’(Dutch Sound)라고 하는데 George Baker Selection은 티 세트(The Tee Set), 쇼킹 블루(Shocking Blue)와 함께 대표적인 더치사운드'로 꼽힌다. I've Been Away Too Long과 함께 우리나라에 알려진 곡으로 같은 앨범에 수록된 'Paloma Blanca'와 'Jane'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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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정식집 차리고 가족들과 다복한 그녀는 좋아 보이긴 해도 멋있지는 않네요~~~
화류계의 그녀는 왠지 비극적이어야 더 아름다운 듯~~~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것은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
화류계라는데가 겉으론 웃음을 팔지만
속으론 슬품을 삼키는 곳이라 비극적인 결말이 어울릴 수도 있겠습니다.
아사코님 글을 읽으니 너무 염세적이라 비통함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아사코란 닉네임이 일본영화 아사코와 똑같네요.
룸 이란 곳은 80 년대 중후반 으로 끝 !!
내 장사하다보니 나와는 별세계라 관심도 없었지만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한다는 .....
수완이 대단한 ~ L 마담
그만큼 수고했으면 응당 행복도 차지해야겠지요
멋집니다 !!
L 마담은힘있는 부처의 국과장들과 대기업사장을 따라온
젊은 사무관이나 수행비서들을 각별히 챙겼어요.
몇년뒤 이들이 높은 자리 올라가면 다시 이곳을 찾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업했어도 훌륭한 CEO가 됐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곳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봐 와서 짐작만 하지요. 옛날 화류계는 풍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시절 화류계는 생존이었을 것 같은 느낌.
지금은 어떨까요?
비온뒤님은 한때나마 화려하셨을 듯.
그런 술집은 사실상 90년대 들어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접대문화가 바뀌면서 고위공무원들이 발길을 끊기 시작했고 먹고 살만해져
종사하는 여성분들의 수준도 많이 떨어지고...
남아있는 그런곳은 재벌이나 그 2세 또는 그에 준하는 돈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초 고급술집으로 변해 기둥뿌리가 흔들립니다.
예쁜 댓글 감사합니다.
나도 그런곳에 가봤어요.장소는 오산시 입니다.흠
시인님이야 젊을 때 목매는
여성들 등살에 몸살을 앓으셨는데
그런곳까지....
@비온뒤 목매는 여성 한명도 없었어요.
.
.10명 까지는 다 컨트롤할수 있었으니까...
.
.능력이 안되면 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줬어요.ㅋㅋ 믿거나 말거나...ㅎㅎ
@음유시인 대단해요..10명씩이나 ㅎ
그래요. 당시 고급 술집 주인 마담은 아가씨들 관리가 철저했죠.
그 아가씨들 중 자기 관리를 잘한 아가씨는 그 바닥에서 성공을 하기도했고
그렇지 못해 순정이 있어 손님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인은 배신에 의해 가련한 인생을 살아 갔죠.
손님들은 그녀의 순정을 이용했을 뿐이니...
어짜피 그녀들은 화류계였으니까요.
요즘은 순결 개념도 무너지고
젊은 여자들 술마시는게 당연한 시절이 되어 구분이 잘 안된다더군요,ㅎ
글 고마워요.
같은 시대를 살아왔으니 공감하는 바가 많습니다.
유곡가인님 말씀대로
화류계의 이면은 순정, 배신, 타락이 공존하는 곳이죠.
값진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온뒤 저의 생각은 다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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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절대 손님에게 마음주지 않아요.
.손님들이 사귀자고 하면 일단 자기를 여친으로 부모님께 인사시켜 달라고 합니다.
.
.그러면 남자들 다 꼬리 내립니다.
그 여성들 가정이 어려워서 돈벌어 가족부양도 하고 동생들 공부시키고...그걸
가족에게 숨기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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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는 정말 부모에게 소개시키고 결혼한 여성도 있습니다.
@음유시인 대부분은 그렇지만 간혹
순정을 주는 분들도 있지않을까요?
@비온뒤 진심을 확인하고자 부모님께 소개시켜달라고
하는거지요.
@음유시인 눈꺼플에 콩깍지가 씌우면
...
@비온뒤 비온뒤님이 그랬나요? 콩깍지? ㅋㅋㅋ
L마담
타고 난 사업가 이십니다.
종목이 룸 살롱이였다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습니다!!!
멋진 여성으로 보입니다.
효주님 말씀대로 멋진 사람입니다.
그 거친 화류계에서 자수성가 했으니
보통사람은 아니죠. 이쁜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좋은 하루 되세요.
물장사가 젤 남는장사입니다.
원가 다 해야 30%...
나머지는 다 수익ㅎㅎㅎ
물장사하니 봉이김선달
생각이 납니다. 수익 거의 100%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