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크리스마스 휴일이라고 공치러 갔다.
마치고 나면 술 생각이 난다.땀을 흘리고 나면 갈증이 나기 때문이다.
찬물보다는 시원한 맥주가 더 잘 들어간다.
코트에서 내려오다가 셋이서 새로 오픈한지 얼마 안되는 조그만한 선술집으로 향했다.
지난번 회식때 눈여겨 보아 두었던 '막걸리와 파전'집이었다
술을 한 잔 하면서 서로 상대의 약점들을 충고해 주면서
그립 쥐는 형식에 대해 콘티넨탈 타입, 이스턴 타입, 웨스턴 타입에 대한 서로의 주장이 달랐다.
하두 오래 되어 나도 헷갈렸다. 둘 다 나보다 늦게 시작했으나 실력은 나 보다는 상수들이다.
모르면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된다. 모바일 폰으로도 검색할 수도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술집에서 나와서 각자 집으로 가야할 즈음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오랫만에 노랫방에 한 번 가보자고 했다. 옆에 있던 한 사람의 노랫소리를 한번 들어보자는 의도였다.
그는 음악에 소질이 있어 김추자와 같이 가수가 되려고 음반까지 취입한 경력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나도 노랫방에 가 본지는 근 십년쯤 되는 것 같다. 대신동에 있을 때 구덕클럽에서 술 한잔 한 다음 멤버들과 어울려 2차로
한 두번 따라간 적이 있었다.
버스 정류소 부근으로 걸어나오니 노랫방과 노래 연습장이 있었다.
노랫방과 노래연습장의 차이는 노랫방에서는 술도 팔고 도우미도 부를 수 있지만 노래연습장에서는 노래만 한다는 것이었다.
노래만 하기로 하고 노래 연습장으로 들어갔다. 칸칸이 구분된 룸으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현란한 불빛이 비췄다.
한 친구가 술을 청했다 맥주 작은 병이 4천원이었다. 아마도 불법으로 장사를 한하는 모양이었다.
노래곡명을 적은 두툼한 책을 훑어 보았으나 아는 노래는 몇개 없었다.
흘러간 노래 한 두곡을 찾아 마이크를 잡고 모니터에 나오는가사를 보고 따라 불렀다.
'소 발에 쥐잡기'식으로 100점이 나왔다. 노래방에서는 무조건 소리를 크게 하면 점수가 높게 나온다고 했다.
음반 췽취입했다는 그 친구는 마이크를 잡으니 노랫가락이 평소에 말하는 소리와는 달랐다.
소위 음색이 우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100점짜리가 서너번 나왔다. 백점짜리가 나올 때마다 옆에 있던 친구는
만원짜리 한 장을 모니터에 침을 발라 붙이라고 했다. 노랫방에 몇번 갔던 유경험자가 아니면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노래 몇곡 부르다 보니 금세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주인한테 가서 보너스로 몇분 더 넣어달라고 했더니 추가로 10분 더 넣어주었다.
나올 때 계산을 했더니 2만7천원이라 했다. 노래 한 시간 1만5천원에다 술값 맥주 3병에 1만2천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