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만해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는데….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어요.”(태안의 한 중개업자)
24일 오후 충남 태안군 일대 도로변 중개업소들은 썰렁했다. 전체 10곳 중 3곳 정도는 문을 닫고 있었다.
정부의 합동 단속반이 이 일대를 투기 조사를 한다는 소식에 몸을 사린 것이다. 전화를 핸드폰으로 연결해 놓고 외출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중개업자는 “요즘 토지 대장을 떼는 사람까지 조사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어 군청에 가는 것도 겁난다”고 말했다.
한동안 땅값이 들썩였던 충남 당진ㆍ서산ㆍ태안 등 서해안 일대 땅 시장이 침묵에 빠졌다. 이들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돼 있는 데다 기업 도시ㆍ공단개발 등의 재료에 힘 입어 올 들어 땅값이 급등했던 곳이다.
태안 등 일부 지역은 올 들어 적게는 30%, 많게는 두세 배 올랐다. 하지만 정부의 집중 단속에다 토지 거래 허가구역 지정설이 나돌면서 매수세가 끊겼다.
태안은 지난 18일 열린 제1차 기업도시 위원회에서 기업도시 입지제한지역에서 제외돼 시범사업 후보지 선정을 위한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시장에는 큰 변동이 없다.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후보지인 태안군의 천수만 간척지 B지구 인근의 남면 일대의 한 중개업자는 “호가가 너무 올라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남면 당암ㆍ양잠리 일대 농지는 평당 10만∼15만원으로 지난달 기업도시 신청 이전보다 두 배 가량 올랐다. 한 중개업자는 “올초만 해도 평당 5만∼6만원짜리 농지가 많았지만 지금은 엄두도 못 낸다”며 “지난해 8월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양도세를 매수자에게 떠넘기면서 호가가 뛴 곳도 있다”고 말했다.
태안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날 현재 154개. 지난해 말(130개)였는데 올 들어 18% 가량 늘어난 것이다. 태안의 한 중개업자는 “파이(매매 물건)는 한정돼 있는데 중개업소가 갑자기 늘어나다 보니 거래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보철강 정상화 이후 10만가구 신도시 추진,석문 국가 복합 산업단지 개발 등 호재가 겹치면서 땅값이 많이 올랐지만 이달 들어 가격부담에 매수자가 드물어 거래가 주춤한 상태다.
한 중개업자는 “땅값이 인기지역의 경우 지난해 곱절이상 오른 데 이어 올들어서도 30∼50% 이상 오른 것 같다”며 “한동안 묻지마 투자자도 있었지만 지금은 뜸하다”고 전했다.
한보철강 인근의 송산면 동곡리 일대 준농림지는 평당 30만원으로 지난해말(20만원)보다 50%, 서해대교 인근의 송악면 중흥ㆍ부곡리 등지도 평당 30만∼4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시청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은 평당 100만원을 호가한다.
한 중개업자는 “그동안 서울ㆍ인천 등지의 외지인 투자자들이 땅을 많이 샀지만 최근 허가구역 지정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사라졌다”며 “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외지인이 못 사게 돼 값이 빠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진군청 관계자는 “올 들어 아산ㆍ천안 등에서 이곳으로 중개업소들이 몰려오면서 50여곳이나 새로 생겼는데 허가 구역으로 지정되면 많이 떠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산의 경우 간척지 B지구 인근의 부석면 대두리 일대를 중심으로 땅값이 올 들어 많게는 곱절 이상 올랐지만 요즘 들어 거래가 뜸하다. 한 중개업자는 “간척지 일대 제법 매수문의가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청 관계자는 당진ㆍ서산ㆍ태안 일대의 허가구역 지정설과 관련,“현재로선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