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거미줄가락. 낡은 창문, 게으른 남자의 허기진 몸둥이는 쓰레기통을 뒤지고 늙은 여자는
손수레를 끌고 물건을 팔고자 새벽부터 거리로 나왔다. 며칠을 중국을 뒤집고 돌아다녔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지린내를 풍기는 침대열차에서 밝아오는 더러운 대륙을 보았고 제대로 일어설
수도 없는 침대버스도 탔다.
2박 3일을 열차로 달리기도 했지만 어디에 흔적도 찾을 수 없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단 말인가?
어떤 날은 역사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막연한 기다림이다. 혹시 이곳을 지나갈 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기다림이다. 미칠 지경이다. 어둠은 두려움을 가져다 주고 절망을 안겨주었다.
몸이 기지맥진한 상태로 이골목저골목을 헤맸다. 정말 그랬다. 어느 나라에서 죄를 짓고 중국으로
스며든다면 아무도 찾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도대체 내 돈이 누구를 따라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렇게 중국 본토를 종횡무진하기를 두어달. 그는 낡은 집구석에 난자당한 채 죽어있는 시체를 보았다.
누가? 도대체 누가 이렇게 내게 모진 짓을. 마약이 넘치는 콜롬비아에서 죽을 힘을 다해 이제 조금
올라섰는데,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중국에 투자했는데. 내 돈 아니 내 모든 것이 시체와
함께 죽어 버렸다.
거래처 사장은 피범벅 상태로 중국 한 가운데에 널브러져 있었다. 시체는 누군가에 의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군데군데 기워진 흔적.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모든 장기들을 여러사람에게
분양한 듯 하다. 소문으로만 들은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은 함부로 갈 곳이 못된다는 말을 귓전으로 흘렸는데, 광할한 땅이 부르는 달콤한 유혹의 소리를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리라고 말리는 주위 사람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강씨는 마지막으로 전력투구했지만 결과는 허허벌판에 홀로 선 초로의 후줄근한
남자의 모습이다.
중국은 그렇게 강씨를 짓밟았다. 초등학교 때 학교를 파하자마자 미군부대 앞으로 달려가 배운 유창한
영어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영어 자체를 거부하는 나라에서 그의 몸짓 발짓은 오히려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너무 넓어 통제 불가능한 대륙에서의 살인사건은 간단한 조사로 수사가 마무리 된다.
더구나 피해자가 한국인이면 일부러 흐지브지 끝내버린다.
모든 것을 잃고 아내에게 돌아갔을 때 아내는 정말 죽어있었다. 아니 흔적도 없어진 것이다. 아이들이
원망의 눈으로 자신을 맞이했다. 술이 취한 아내를 뺑소니가 갈아버려 시체를 수습할 수 도 없었단다.
가족에 무책임한 매형에게 조카들을 맡길 수 없으니 우리가 맡겠다는 처남의 말에 할 말이 없다. 아니
능력이 없는 강씨는 그렇게 모두를 잃었다.
첫댓글 주전자의 물은 언제나 혼자 끓는다 4편의 글을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5편을 기다려보며 친구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