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바꿔써라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
최인철지음/21세기 북스 펴냄
아이디어를 파는 것은 ‘사서 거절당하는 일’이다. 아이디어를 팔고 엔지니어링하는 것이 전부인 내 비즈니스는 따라서, ‘거절을 넘어 그곳에 안착’하는 게 관건이다. 초기엔 정말 거절당하느라 바빴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내 사업에 대한 원대한 포부만큼 기대만큼 상처도 절망도 컸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사리 성과를 내는 기쁨과 내 아이디어를 바이러스처럼 지식시장에 유포한다는, 스스로 만든 상징성에 갈수록 매료되어 상처도 절망도 견뎠더니 거절에 대한 통찰력이라는 선물까지 얻었다.
그것은 ‘거절은 거절이 아니라 임자가 아니라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러게, 거절이란 아직 임자를 찾지 못했으며, 임자가 아닌 한 지금 거절당한 것은 참으로 잘 된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아이디어를 제안받는 쪽의 식성 나름인 것이지 아이디어 자체의 잘잘못이 거절이나 수락으로 결론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니에서 거절당한 아이팟이 스티브잡스에게 받아들여진 것을 봐도 그렇다. 신문사건 출판사건 포털사이트 건 나의 거래처들은 자신들만의 프레임으로 제안을 검토하고 가불가를 결정하는 것 뿐이었다. 그들의 프레임을 내가 되레 거절하면 결과는 역전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바로 이 ‘프레임’을 다룬 내용이다.
어설프게 허락받느니 계속 거절당하다 진짜 임자를 만나야 한다는 내 프레임은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행복하다는 프레임과 동일하다.
자신이 얻은 것과 얻을 수 있었던 것을 비교하는 비교프레임을 말한다.
나는 내 아이디어를 단번에 수락하되 적당히 좋아하는 곳보다 오래 거절당한 끝이지만 환장하게 좋아하는 파트너를 만나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것처럼, 두 메달리스트들더 각각 ‘내가 거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갔어도 금메달이었는데…’하거나 ‘까딱 잘못했으면 노메달이었겠네’ 하는 프레임으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행불행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프레임은 말 그래도 항문이나 액자의 틀(frame)를 말한다.
제 눈의 안경이란 말로 쓰일텐 안경테이기도 하다. 이것은 모두 어떤 것을 보는 관점,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고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교수는 말한다.
최교수는 “심리학은 우리 마음이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로 가득 차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이런 허점들이 프레임이라고 하는 마음의 창에 이래서 생겨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프레임에 대해 이해할 때 보다 편하게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선사한다.
말하자면 프레임은 심리학이 실험과 연구로 증명해낸 삶의 지혜이며, 우리의 행복을 결정하고 삶과 죽음을 좌우하고 당신을 앞으로 나가게 만들며,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유도하고 사물을 새롭게 보도록 하며, 편견을 부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어주며, 지혜로운 소비와 비만까지도 결정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은 우리가 갖게 되는 프레임에 대해 각각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데 많은 장을 할애한다. 그것을 일일이 소개하기 보다는 꼭 책을 읽어보라 권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시지를 함께 하는 것이 낫겠다.
저자는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특정 프레임에 갇혀있지 말고 다음과 같은 프레임을 견지하라 권한다.
의미중심의 프레임. 이 때 ‘의미’는 막연한 먼 미래가 아닌 오늘 당장의 삶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세상 밖으로 향하는 프레임. 자기방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할 것
지금 여기의 프레임으로 현재의 순간을 음미하고 즐길 것
비교의 프레임을 버릴 것.
남과 비교하느라 열정을 소비하지 말고 자기 만의 창을 가져라
긍정의 프레임을 가질 것. 무엇보다 긍정적인 언어를 구사하며 살 것.
닮고 싶은 좋은 이야기를 가져라, 이야기 속의 주인공처럼 되려고 노력하라
주변의 물건을 자주 바꿈으로써 마인드 디자인을 자주 바꾸어라
소유대신 체험하는 프레임을 가질 것.
사다가 쟁여두는 소비보다는 경험이 가능한 소비를 할 것.
‘어디서’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에 비중을 둘 것. 행복은 어디서가 아니라 늘, 구누와 함께의 문제이므로.
위대한 반복의 프레임을 실천할 것.
복기하자면, 나는 숱하게 상처받아가며 얻어낸 거절의 프레임으로 하여, 오늘도 숱하게 거절당하지만, 가끔씩은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며 씩씩거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거절은 그저 ‘좋은’ 결과가 아니라 ‘위대한’ 결과를 향한 여정이라 믿으며,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누군가의 메일을 노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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