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타 타케시의 12권 원작 만화 중 1권부터 5권까지를 영화화 한 [데쓰노트]에 이어 그 후편인 [데쓰노트 라스트 네임]은 원작만화의 6권부터 12권까지를 담고 있다.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는, 정말 만화같은 설정에서 시작되어 상상력이 확대되면서 [데쓰노트]의 힘의 양대 축이 만들어지고 있다.
법이 처벌할 수 없는 범법자들의 이름을 노트에 적어 살해함으로써 범죄 발생율을 죽이고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는 라이토(후지와라 타츠야 분)와, 그를 잡으려는 명탐정 L(마츠야마 겐이치 분)의 두뇌싸움으로 힘의 양대 축이 설정되어 있는 [데쓰노트]는, 사신의 거대한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동양적 판타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판타지는 아니다. 단지 렘과 류크라는 사신의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자주 등장할 뿐이다. 과연 정의는 무엇인가? 죽어 마땅한 범법자들을 살해함으로써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는 라이토의 주장이 단순무식하지만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데쓰노트 라스트 네임]은 전편에 이어 자신을 추적하는 L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서 그를 제거하려는 라이토와 라이토의 정체를 파악해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L의 두뇌싸움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있다.
거기에 새롭게 뛰어든 사람이 인기 가수 미사(토다 에리카 분). 라이토를 사랑하는 것으로 설정된 미사는 또 한 권의 데쓰노트를 얻게 됨으로써 사신과 거래를 통해 자신의 수명을 반으로 줄이고 그 대신 사신의 눈을 얻게 된다. 그리고 L은 미사의 방에서 범죄의 흔적을 찾아내 그녀를 감금방에 가두고 사건을 조사한다.
[데쓰노트 라스트 네임]은 오히려 전편보다 더 잘 만들어져 있다. [데쓰노트]가 단지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라는 설정만으로 이야기의 얼개가 막 짜여졌다면 여기서는 본격적인 전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여전히 이야기의 큰 얼개만으로 끌고 가기 때문에 세부 전개가 뒷받쳐주지 못해서 이야기는 현실감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고,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영웅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미사와 라이토의 사랑도 감각적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영화지만 여전히 만화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원작만화같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만화같다라고 말할 때의 그 만화라는 단어에는,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데쓰노트 라스트 네임]은 원작만화의 비현실적 한계, 사신의 설정이라는 판타지적 경향이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 그것을 구체화 시키고 사실감을 획득하게 하는 디테일 한 전개나 뒷받침이 없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동적이며, 장식적인 내러티브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