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달굼달 스무하루, 쇠날, 맑음.
점심은 신대원 선배인 진방주 목사와 함께 먹었습니다.
그는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최근에 내가 몸담고 있는 ‘충청노회’ 소속 교회로 왔습니다.
왔다는 말은 전부터 듣고 있었는데
어제 통화를 해서 오늘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겁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니
앞으로 종종 만나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시끄러운 혼란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면
목사로서 부끄러움이 없을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 들은 미치광이가 한 때 잘 팔리던 부흥강사였다는 말이
오늘도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교회의 부흥회’라고 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맥락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일어난 존 웨슬레가 일으켰던 부흥운동
미국 뉴욕 아주사가에서 시작되었던 대 부흥운동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평양에서 일어났던 부흥운동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맥락으로 닿을 수 있었는지는 쉽게 말할 수 없지만
틀림없이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될 수 있는데
이후 우리나라 교회에 부흥회라고 하는 것이 자리를 잡아
내가 처음 교회에 다닐 때에도
겨울이면 흔하게 보이던 부흥집회가 있었고
잘 나간다고 하는 부흥강사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 때 우리나라에 왔던 빌리그레함이라는 미국의 부흥강사도 있었는데
내가 보기에 부흥회라고 하는 집회는
내용이 거의 없거나 아주 부실했고
저것이 교회의 정체성을 흔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흥회에서 보이는 설교라고 하는 것은
오일장 장마당의 약장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결국 훨씬 더 재미있는 영상기에 밀린 탓도 있지만
한국교회가 스스로 부흥회의 저질스러움을 자각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생각도 들면서
아무튼 기도원이라고 하는 데서 마지막으로 불꽃을 피웠던 그 부흥회라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교회적 현상은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아직도 이따금 그런 광고지가 나붙기는 하지만
거의 사라진 과거의 유물입니다.
그런데 저 미치광이가 그 부흥회의 끝물이었다는 것,
그것이 한국교회가 바로 서야 할 당위성을 보여주는 숙제라는 사실
머릿속 어지러움을 가닥잡아 다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도 멀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것으로
오늘 생각들을 정리합니다.
오후엔 낚시를 가서 오늘 또한 아주 바쁜 낚시를 했고
날이 어둡기도 전에 낚시를 정리하면서
명상 식구 이영희 군의 남편을 오라고 하여
잡은 물고기를 건네주고 집으로 와서
더운 저녁 술 한 잔 곁들인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듭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