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등반사고로 죽은 고미영의 연인이라 알려진 김재수 대장의
인터뷰 기사가 났다.
연인이 아니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연인이 아니더라도 우정을 나눌 수가 있지 않은가.
그녀의 열정이 내 마음에 닿았던 것이다.
미영씨는 여자로서 느껴야 할 행복감은 전혀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오로지 운동과 등반 훈련, 자기와의 싸움만 했다. 그게 안타까웠다.
'당신은 여자고 여자다워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누굴 만날 때면 말투와 옷차림을 어떻게 하라는 것까지 조언했다.
내가 옷을 사준 적도 있다. 우리는 파트너였다.
어쩌면 연인보다 더 애틋한 관계일 수 있다. 그걸 이해해야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의 진한 마음을 느꼈다.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마음..
듣고 있어도 더 듣고 싶은 연인의 소리 이런 표현도 있지 않은가!
그녀의 마지막을 장식해준 김재수의 보살핌이 담긴 글을 읽으며 내 마음이 아득해졌다.
기자: 추락 현장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보았나?
"도착 직전 난 1초의 희망을 걸었다.
아직 숨진 게 아니라, 제발 몸이 부자연스러워 누워 있기를.
후배들에게 '기다려라'고 한 뒤 내가 먼저 다가갔다.
머리 뒷부분에 핏물이 고여 있었다.
햇볕과 눈에 며칠간 노출된 얼굴은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내가 쓰고 있던 바라카바(얼굴을 가리는 방한용 복면)를 뒤집어 그녀의 얼굴에 씌웠다.
파키스탄 병원에서는 옷을 갈아입혀야 하는데,
여자선배가 '그 얼굴을 보면 평생 어른거릴 것 같다'며 못하겠다고 했다.
내가 옷을 갈아입혔다. 남자는 안 된다고 했지만, 내가 남편이라고 거짓말했다."
**안녕..고미영씨...잘 가세오.
생전 당신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당신은 행복한 여자요~~
좋아하는 산과 연인의 품에 안긴 당신..당신은 분명 행복한 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