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탄2리 열개미 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고요하게 정적에 묻혀있는 미리내쉼터에서 채비를 차리고 피서객들로 붐비는 지촌천을 건너서 적송 보호수를 지나 우렁찬 우레골의 물소리를 들으며 능선 끝에서 산으로 들어간다.
군인들의 굵은 밧줄들이 매여있는 가파른 능선 따라 조망이 트이는 헬기장을 지나고 그늘에 앉아 쉬지 않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막걸리 한 컵 마시고는 도처에 깔려있는 계란버섯들을 따가며 586봉을 넘어 주 능선을 바라보고 한적한 숲길을 걸어간다.
공터가 있는 715.2봉에서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방화기폭포 쪽의 춘천 시계 종주 길을 바라보며 또 앉아서 쉬고 낡은 삼각점이 놓여있는 헬기장을 지나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을 맞으며 원추리와 동자꽃들이 예쁘게 수놓은 산길을 따라간다.
갑자기 날카롭게 느껴지는 통증에 팔에 앉아있던, 처음 보는 노린재 닮은 노란 벌레를 쫓아버리고 부어오르는 상처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두텁게 바르고 암 능들을 우회하고 넘으며 힘겹게 정상 석이 반겨주는 샛등봉(x855m)으로 올라 또 석축에 앉아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무더위를 달랜다.
고도가 높아져서 좋아지는 식생을 즐기며 전망대 암 능에서 한북정맥과 두류산 쪽을 바라보다 소알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삼거리에 올라 옛 기억을 떠올리며 또 시간을 보내다가 응봉 지뢰지대가 어떨지 몰라 서둘러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삼각점(화천450/2007재설)이 놓여있는 1068.8봉을 넘어 뚜렷해진 널찍한 산길을 타고 전에 없던 통신탑이 서 있는 이칠봉(1286.0m)에 올라 삼각점을 찾다 포기하고 헬기장으로 내려가 응봉과 화악산을 바라보며 쉬고는 길이 흐릿한 성하의 무성한 숲을 뚫고 올라간다.
암봉으로 솟은 1357봉을 넘고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시야가 트이는 참호 지대로 올라가 지나온 능선과 화악산을 바라보고 우회 길을 눈여겨보며 뚜렷한 능선을 따라가다 자연스럽게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로로 꺾어진다.
페트병들이 걸려있는 샘터에서 찬 약수 한 컵 마시고 지뢰지대 경고판들이 서 있는 산길을 줄 곳 따라가 이중으로 쳐진 윤형 철조망을 간신히 통과해 응봉(x1436.7m)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로 떨어진다.
한갓진 마음에 도로에 주저앉아 남은 술을 마시고 사거리인 실운현에서 가평 쪽의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눈여겨 화악터널 쪽으로 길을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응봉 군부대와 촉대봉을 바라보며 한동안 도로 따라 391번 지방도로로 내려가 어제의 힘든 산행 때문인지 욱신거리는 엉덩이 관절을 달래가며 지겨운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 화악리 버스 종점에서 산행을 끝내고, 가게 하나도 없어 근처 펜션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던 분들에게 소주 한 병을 얻어 한 시간을 기다려 반갑게 불을 훤히 밝히고 들어오는 마지막 가평 버스에 오른다.
첫댓글 한여름 능선산행은 자제해야 오래 산행할 수 있을듯~ 긴산행 고생하셌읍니다
얻어먹는 소주맛이 최고죠 ㅎ
ㅎㅎ 맥주나 한병 주십사 했더니 소주로 주더군요. 모르는 사람한테 감사한 일이지요. 그건 그렇고 내일 설악 들어가요? 비가 꽤 오는 것 같은데요...
설악 14시간 ㅡ그다음날 11시간 넘도록
산행을 할 수 있다는게....
편안한 산들도 아닌...아주 악산들인데...
그저....무한존경!
앞으로 30년 이어가세요~~
의외로 사람을 볼수 없는 곳이라 힘은 들어도 한갓지더군요.
@킬문 일단 캔슬 쪽으로다가ㅠㅠ
@캐이 서락 한번 들어가기 참 힘드네요 ㅠㅠ
@토요일 캔슬 확정~
@캐이 비소식도 있고허니..ㅜㅜ
참 심도 좋으십니다. 형수님한테 사랑받으시겠어염 ㅋㅋㅋ
남는 거는 힘 밖에 없어요...^^
암튼 대단하세요..
담날 바로 또 15키를..
존경합니다.
재미있는 산행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춘...반가웠고요 생각난 김에 단풍에게 연락 해봐야겠어요.
@킬문 단풍은 왜요?
같은 양주 땅에 있으니까...
상당히 고달펐을것 같아요.
무진장 덥던데..ㅜ
엄청 더웠어...물가에서 아침 술 마시는 사람들 보니 부럽더만...군사도로 포장도로 두시간 넘게 걸으니 엉덩짝만 땡기고.ㅠㅠㅠ 첨 보는 노란 벌레에 물려서 팔은 퉁퉁 붓고.
@킬문 더운데 그냥 실운현에서 산행접으시고
가평북면이나 사창리쪽 양다리걸쳐 히치하시지 그러셨어요 ㅎ
지독한 땀냄시 풍기면서 인상 찡그리게 하기 싫어서리. 어차피 길게 걸을려고 다니니까요.
@킬문 하기사 산행후 전철에 자리가나도
선뜻앉기가 쉽지않더라구요.
어느땐 내가 내남새를 맏아도
오바이트가 나오려구 하거든요.ㅠ
더울때 만이라도 조금씩 다니세요 ㅎ
앙금재봉은 언제 가나?
@킬문 거긴 초가을쯤에 가는게 어떨까요.
@킬문 그래 나중에 계획 잡아봐. 어제 동두천 장례식장 다녀왔구만.
@킬문 알겠습니다.
혹시 야간산행으로
잡아도 괜찮으신가요~~
그렇게 시간 많이 안 걸려...당일로 충분한데,뭐. 전에도 밝을 때 여유있게 내려왔구만,
@킬문 시간이 많이
걸려서가 아니라
저는 야간엔 선선하니까
여쭤본거예요.
그냥 주간산행으로 공지할께요
그래야 참석자도 있겠지요.ㅎ
그리고 10시간 이상은 무조건 걸려요.
그려~~쉬엄쉬엄 하지,뭐.
화천 317 2007년 재설 이칠봉 삼각점
통신탑이 만들어져서인지 못 찾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