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성자원/ 정창근 장로
33년동안 안동 성자원에서 900명의 한센병자들과 함께 살던
정창근 장로님이 성자원 원장 자리에서 은퇴하며 남긴 글이 새롭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 안동 성자원과 33년의 인연을 마치면서-
그냥 그렇게 미안해요. 점점, 점점 그리고 고맙습니다.
술에다 인삼을 담아두면 술이 인삼이 되고 인삼이 술이 되겠지요?
그런데 나는 여러분과 33년을 같이 했지만 한센인이 못되고 건강하게 나가게 되어 미안합니다.
다미안 신부 보기에도 미안해요. 그는 결국 한센병에 걸려 그들과 함께 했지요.
손양원 목사님은 애향원에서 한센인의 고름을 빨았다고 했는데
나는 여러분의 고름을 한번 빨아보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앞으로 빨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내가 미안해요.
젊어서 소록도에 들어와 백발이 되도록 봉사하고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난 마리안느 선교사나,
마가렛 선교사 보기에도 부끄러워요.
내가 이곳에 33년간 있어도 여러분에게 해 준 것이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내가 여러분에게 자꾸 나타나서 명예원장이니 수고했느니
이런 말을 들을 필요도 들을 이유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믿음의 사람은 좋은 일을 하고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하고 떠나는 것입니다.
본래 대구 사람인 그는 경북대 의대 졸업후 군복무를 마치고는
작은 시골에 불과했던 안동에서 개업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어디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도시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 판단해 결정한 일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안동교회 장로이며 이비인후과 원장이신 정창근 장로님은
한센병자들과 33년동안 매일 새벽기도를 함께 드리고 그들을 위해서 무료진로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은퇴를 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정리하여 장애인 재활시설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였지만 10억여원의 자금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있을 때에
한센병자들 몇 사람이 찾아와서 그 돈을 장로님께 기부하고 돌아갔답니다.
실상은 재활원을 맡아 경영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과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때 장로님은 “복지시설의 식구들과 장애인들이 길거리로 내쫓기는 것보다는
내가 길거리에 나 앉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심정을 술회합니다.
어느 연말에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2일 안동 금은방 협회장을 하면서
금은방을 하시는 분의 집에 4인조 강도가 들어와 부인과 딸을 묶어 놓고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주인은 강도들에게 숨겨 논 돈을 찾아 주면서 시집안간 딸을 욕보이려하는 강도들에게
우리 부부는 어찌 해도 좋은데 딸만은 무사하도록 해 달라고 빌었답니다.
그때에 강도 중에 한 사람이 집안을 뒤지다가 감사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감사패에 쓰인 정창근 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강도들이 마음을 돌이키고
그 집에 아무 피해를 주지 않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당신이 정창근 장로님께 감사패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우리에게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분들이 있기에 우리사회에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