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지.1/황동규
걸어서 항구(港口)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빈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 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 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 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한국 대표 명시 3, 빛샘]===
○ 기항지: 항해 중의 배가 잠시 들르는 항구
○ 지전: 종이돈
○ 용골: 배가 배행선에서 앞뒤로 통하는 중심선으로서 뱀의 등뼈 같은 밑바닥 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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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黃東奎)
출생: 1938년 4월 9일, 서울
가족: 아버지황순원딸황시내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 박사
데뷔: 1958년 현대문학 '시월' 등단
경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수상: 2016. 제26회 호암상 예술상
본관은 제안(濟安)이다. 1938년 평안남도 숙천(肅川)에서 소설가 황순원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1946년 가족과 함께 월남해 서울에서 성장했다. 1957년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영어영문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1967년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1968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1970∼1971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연구원을 지냈으며, 1987∼1988년 미국 뉴욕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와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58년 서정주에 의해 시 「시월」, 「동백나무」, 「즐거운 편지」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초기에는 사랑에 관한 서정시가 주로 썼지만 두 번째 시집 『비가(悲歌)』(1965)부터는 숙명적 비극성을 받아들여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1966년에는 정현종 등과 함께 동인잡지 <사계>를 발행했다. 1968년 마종기, 김영태와 3명의 공동시집 『평균율 1』을 출간하고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백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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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평화로운 겨울의 어촌 풍경입니다.
유난히 심했던 폭염과 폭우도 한 풀 꺾이고
이른 아침에 풀잎에 맺힌 이슬에서 가을이 왔음을 알게 됩니다.
풍성한 과일이 익어가는 가을입니다.
사과, 배, 감, 대추.....
추석이 있는 9월입니다.
고향을 떠난 사람은 고향을 찾아
그리운 부모형제와 산천초목을 보게 됩니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디시 오라 부탁하누나
어린 시절 선생님의 아코디언 반주에 맞추어
낡은 나무 책걸상에 앉아 불렀던 "가을"이라는
동요를 흥얼거리며 오늘을 시작합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