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도 달지 않고 이웃사촌의 문을 열었다.
인태영 이웃이 보증금을 내고 오늘부터 월세 내기 시작하는 날이라
시설도 완비되지 않았지만 무조건 문을 열었다.
꼬끼오에 들려 막걸리 맥주 소주를 각각 수십병씩 사서
냉장고에 넣고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한 후
점심으로 컵 라면을 먹고 약간 설레이는 마음으로
이웃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맨 먼저 함민복 시인이 김주호 조각가와 함께 왔다.
김형은 심도학사 바로 아래 집에 살고 그 부인 박루미씨와
심도학사에 종종 강의를 들으로 오셔 나도 잘 아는 분이다.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예술의 귀족성과 민중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형은 자신이 부자들만을 위해 조각을 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는 말을 하셨다.
예술이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이 많으셨다.
함 시인도 요즘 시가 너무 어려워 심사위원으로 출품한 시를 읽으면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가 반은 된단다.
김형 가신 후 함시인은 몇시간 동안 청소도 하시고 그릇도 닦았다.
본래 오픈하는 날은 조용히 지내고 나중에 정식 오픈식을 하자했는데
그래도 오픈하는 날인데 수고한 사람들 불러
술이나 한잔 하는게 어떠냐 해서 아무 계획도 없이
몇사람에게 전화하다 보니 십여명에게 전화를 했고
그분들이 모셔온 분도 있어 결국 25명 정도가 오셨다.
전화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길형이 서울에서 일부러 오셔
컴퓨터를 연결해 주시고 많은 노래를 깔아주셨다,
나는 형에게 잘해준 것도 없는데 멀리서 찾아주시고
컴퓨터 교육방도 맡아 운영하시겠다고 하시니
나는 이런 분이야말로 하늘이 보내주신 천사 이웃이라 믿는다.
형은 경제적으로 어려우신데도 마음이 하늘처럼 넓고 푸르다.
심도학사에서 처음 만난, 강화에 사시는 이형근씨는
비오는 날인데 술 한잔 할 생각으로 전화했다 해서
그러면 이웃사촌에 와서 하라 했더니 맥주를 한박스나 가져오셨다.
내가 전화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전화해 주는 형근씨에게
나는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술 마시려면 안주가 있어야 한다 하고
저녁시간이니 밥도 먹어야 한다 해서 밥도 해야 하고 밥 먹으려면
반찬도 있어야 한다 해서 찌개를 끌여야 하고
전도 부쳐야 한다 하니 아무 것도 할줄 모르는 나는 아내만 찾았다.
본래 계획에 없던 일이라 아내는 서울에 갔고 다섯시나 돼서야 온단다.
매사에 이렇게 계획도 없고 즉흥적이니 내가 무슨 일을 하겠는가?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인천공항에서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 강화에 오시는 윤명자씨가
생각지도 않게 이웃사촌에 오셨다.
체면불구하고 모시고 하나로에 가서 필요한 쌀이나 요리재료를 사서
음식을 장만했다. 이상한 일이다.
일주일에 한번 강화에 오시는데 나는 그 때마다 형수의 신세를 진다.
오늘도 너무 많은 수고를 하셨다.
늘 그렇듯 인태영씨는 돈 내는걸 역사적 사명으로 아신다.
통닭을 여러 마리 사오셨고
이웃사촌에 필요한 여러 가지 시설을 해주셨다.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돈이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닌데, 단지 우정 때문일까?
서로 사랑하는 이웃이 아니라면 누가 이런 일을 기쁘게 하겠는가?
생각해 보니 나는 잘해주는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그저 주는 것 잘 먹고 잘 웃는 것 밖에는 없는데도
우리에게 너무 잘해주신다. 그건 오성기형도 마찬가지다.
강복희씨는 집에 공사를 하는데도 서둘러 일 끝내고
이웃사촌으로 달려와 전도 부치고 애를 많이 쓰셨다.
김일수씨는 계속 부엌에서 도움을 주었고
마지막까지 모임에 남아 있다 가셨는데
술을 좀 드셔서 잘 갔는지 걱정이 된다.
김형은 강화에 와서 알게 되었는데 요즘 내가 제일 자주 만나는 친구다.
만날 때 술을 자주 마셔 나는 강복희씨에게 늘 미안하다.
김형과 나는 술을 끊을 수는 없고 조금만 마시고 싶다.
이웃사촌하며 내가 알콜 중독자가 되지 않을까
내 아내도 걱정이 많다.
이웃사촌들이여,
내 아내와 나를 사랑한다면 나에게 술을 권하지 마십시오.
생각 보다 나는 거절을 못하는 착한 남자이며(?)
술 때문에 아내의 미움을 받는 일은 싫소.
오늘 일을 글로 다 쓰려니 벌써 자정이다.
그러나 작은 일이라도 기록으로 남겨
서로의 마음을 알리는 것이 할줄 아는거 하나 없고
글이라도 쓰는 척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생각하고
하루 종일 힘들었고 술도 취했고 졸음도 오지만 몇줄 더 써야겠다.
조은산씨는 요즘 허리가 아픈데도 아내와 두분 손님을 모시고 왔다.
교육자 출신이라 밥 먹고 술 먹었는데 어떻게 그냥 가냐며
한사코 돈을 주려해 간신히 거절했다.
앞으로 이웃사촌이 힘들면 도움을 주겠다 한다.
나는 은산씨가 돕는 길은 자주 오셔서 소설도 쓰고 쉬는 것이라 했다.
맨 먼저 언급했어야 하는데 술이 취해 나의 스승 길선생님을
이제야 언급하게 되어 송구스럽다.
나는 심도학사와 길선생님을 통해 배운게 너무 많고
이웃사촌 운동은 선생님의 사상을 생활화하려는
몸짓에 불과하다.
밥 먹고 배우기만 하고 삶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 몇 년간 나는 내가 밥벌레가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시달렸었다.
선생님이 오셔서 기쁘고 감사했다.
조각가 김병화님도 오셨다.
내가 존경하는 김흥호 선생님 집회에 수십년을 다녔다는 말을 듣고
나는 무조건 형을 존경하게 되었다.
바둑을 좋아하신다니 바둑판 사놓고 기다려야 겠다.
또한 시인이신 형이 얼마전에 나를 생각하며
시를 써서 내게 주신 일도 있어 나는 그저 감사할뿐이다.
90넘은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한국영화를 좋아하시는 노모를 위해
차도 없는데 버스로 김포까지 가신다는데 이웃사촌에서
한달에 한번은 한국영화를 상영해야겠다.
바쁜 중에 박진화 화가도 오셔 기분이 좋은지 술 많이 들고 가셨다.
박형이 미술강의 하는걸 들은 적이 있는데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이웃사촌 미술 사랑방을 맡거나 미술강의를 해주시겠다고 한다.
민미협 회장이고 대단한 화가시지만 이웃사촌에서는 강사료가 없다.
내가 친구라 그런가
아니면 사람이 가끔은 그래야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인가?
오성기형과 나는 운동회 때 다리 묶고 함께 뛰는
사이와 같아 뭐든 함께 한다.
오늘도 볼음도에서 힘들게 농사짓고 와 이곳에 들렸다.
무슨 얘기하다 너는 자본주의에 세뇌되서 그런거야라는 말을
또 들었다. 때론 억울하고 할말도 많지만
우리는 그런 말을 자꾸 들으며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
손경호씨는 서울 갔다가 여기오려고 시간에 맞게 오셨다.
아무도 하지 않는 설걷이를 끝까지 다하고 가셨다.
나는 내가 약한 실천을 이렇게 말없이 하고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농업대학 다니는 나는 말뿐이고 경호씨는 이제 농사꾼이다.
목조주택 협동조합을 준비 중인 박정현씨는 요즘 자주 이곳에 들러
도움을 주셨다. 너무 잘생겨 강화군수로 나오면 어떻겠느냐고 권하는 사람이 있었다.
최윤철 목사는 거의 매일 오셨다. 이웃사촌에 특별한 조직은 없고 누구나 다 주인인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는 이웃사촌 열심당원이다. 그에게 기대하는 바 크고 실제로 많은 일을 하신다.
강화에 이사온후 친하게 알고 지낸 박순임씨가 친구 두분과 함께 오셨다.
강화 씨름왕을 오년간 하셨다는데 그렇게 착한 색시가 없다.
전화번호 저장에 나를 s라고 입력했는데 홍씨인 나를 왜 s라했을가?
보기 1)spare 2)second 3)special 4)superficial
여성의 전화에서 신귀옥씨와 여성 한분이 오셔
앞으로 이 공간을 여러모로 이용하겠다고 해셨다.
신자매님 아들은 일년간 우리 집에 와 나에게 영어를 배워
원하는 대학에 가 만족스런 대학생활을 한다.
성공회 신부인 아버지를 그렇게 존경하고 좋아하는 아들은 처음봤다.
이제 정말 졸려 오신분들께는 실례이나 간단히 언급하겠다.
김신형선배님이 서울서 일 끝내고 들리셨다. 영화,녹두부침,커피,노후대책 등이 전공.
콩세알 농장, 일벗교회 서정운 목사님이 오셨다.
목사 중에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몇 없는데 그이는 농부 하느님을 섬기는 진짜 농부다.
강화뉴스 윤여군 목사님이 오셨다. 바른 언론을 위해 애쓰시는데 바쁘신 중에도 오셔서 감사했다.
마리학교 성국모 교장이 오셔서 자신이 작사작곡하신 강화아리랑을
이웃사촌 오픈 축하곡으로 불러주셨다.
이웃 사촌에 있는 기물이나 그릇은 거의 다 마리학교에서 가져온 것이다.
돈 없는 우리에겐 천사가 따로 없다.
문은철씨는 기타를 들고 오셔 노래와 연주로 우리 모두를 흥분시켰다.
이준서씨가 늦게와 육십대가 나섰는데
젊은 우리가 가만 있겠느냐며 상당히 희망적인 말씀을 해주셨다.
나의 아내는 최후까지 남아 그릇을 닦고 정리했다.
너무 피곤했는지 내가 가까이 가 피곤하지 했더니
저리 가라고 톡 쏘아부친다.
내가 그렇지 뭐. 집에 가서 잘해줘야지. 그러나 술 끝까지 마시고
집에 너무 늦게 돌아왔다. 내일 아침에 잘해야지.
아무튼 모두 고맙고 너무 흥분되는 하루였다.
첫댓글 벌써 이웃사촌집에는 아웃사촌들이 풍성합니다. 측하드립니다. 첫 시작부터 그림이 우아하게 풍성하게 즐겁게 따뜻하게 그려졌으니까요!!!!
이웃사촌 집 오픈을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