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토) 새벽기도를 끝내고 간만에 고사리를 꺾었습니다. 꺾을 때마다 자주 보는 것이 고사리 머리 부분까지 올라와 있는 개미들입니다. 이른 아침인데 밤부터 일하고 있었는지 아님 저보다 일찍 고사리를 찾아온 건지 모르지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흔들어서 떨어뜨리지만 집에 와서 정리하다 보면 여전히 있습니다. 마지막 기회기에 땅에 떨구고 밖에 잠시 두고 스스로 나갈 기회를 제 딴에는 큰 맘 먹고 주지만 아마 고사리랑 같이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개미도 가끔 있지 싶습니다.
들어와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집과 예배당 청소를 하고 밭고랑에 난 풀들을 뽑아 밭에 덮어주고 삽으로 정리해 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흙을 뒤집을 때마다 찾아오는 손님이 있기에 주위를 살펴봤더니 어김없이 와 있었습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작은 새인데 제일 열심히 찾아옵니다. 까치들도 가끔 오긴 하지만 얼마 전부터 작은 새는 빠짐없이 찾아오는데 아마 같은 새이지 싶습니다. 제가 좀 멀리 떨어져서 일하면 뒤집어 놓은 흙을 돌아다니면서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주로 굼벵이나 지렁이가 많습니다. 개미도 그렇고 새도 그렇고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람만큼 참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게 자연의 이치지 싶습니다.
며칠 전 고구마를 심었는데 어머니가 다 죽어간다며 물을 주라고 소리치십니다. 저는 오늘 오후에 비 온다며 외면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도 지지 않으시고 저러다 오전에 다 말라 죽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물을 주고 싶어도 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계속 제가 하기로 한 작업을 이어 갔습니다. 일기예보가 오늘은 정확하기를 기대하며 모험을 걸었습니다.
시간은 지나가는데 하늘도 바람을 봐도 비가 올 것 같지 않아서 내심 걱정이 됐습니다. 정말 어머니 말씀대로 물을 줘야하나 했습니다. 그래도 바람이 불어서 일하기엔 참으로 좋았습니다. 목표했던 고랑 가운데 세 개가 남아서 잘하면 마무리하겠지 싶었는데 드디어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떨어져서 이런 비로는 안 되는데 하며 계속 일을 하는데 드디어 비가 좀 와서 일을 중단하고 들어왔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비가 멈췄습니다. 더 버틸 걸 너무 일찍 들어왔나 후회를 하며 샤워를 했습니다. 집안서 새참으로 라면을 먹는데 비 소리가 다시 커진 걸 듣고 이제 됐다 싶었습니다. 약비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 은혜로 하루하루 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