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9월10일(토)흐림
카프카즈 지역에 대해 공부하다. Kafkaz카프카즈를 영어식 표현으로 Caucasus코카서스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아도취자이다>
공감은 단순한 마음의 상태가 아니다. 공감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내가 정말로 남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내는 것이다. 우리는 남들을 한순간에 판단해 어느 한 유형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자아중심적 무지와 선입관과 편견 때문에 사람을 정확하게 볼 수 없을 거라고 가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바람직하다. 우리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자기 목적에 맞는 가면을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가면을 현실로 오인한다. 사람을 보자마자 판단하는 버릇을 이제는 그만 포기하라. 마음을 열고 새로운 시선으로 사람을 보라. 상대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거나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졌을 거라 가정하지 말라.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아주 특이한 심리 조합으로 구성된 미지의 나라와 같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탐구해야 할 대상이라, 뚜껑을 열어보면 틀림없이 깜짝 놀랄 것이다. 새로운 시선에서 본다는 유연하고 열린 태도는 창조적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다. 열린 가능성과 대안을 기꺼이 고려하려고 마음먹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에서
2022년9월11일(일)맑음
一時同觀滿月秋, 일시동관만월추
時人多思苦心憂; 시인다사고심우
南江依然流無窮, 남강의연류무궁
世情不墮願長久. 세정불타원장구
한날한시 모두 함께 보름달을 보건만
사람들은 생각이 많아 괴롭게 근심하네
남강은 의연하게 끊임없이 흘러가듯
바라건대 세상인심 타락하지 않고 오래가기를!
2022년9월12일(월)흐림
저녁에 강의하다. 몇 분은 결석했다.
2022년9월13일(화)맑음
미국 콜로라도 주 크레스톤 Creston에 있는 블레이징 마운틴 센터 Blazing Mountain Center를 인터넷으로 방문하다. 크레스톤은 전통적으로 인디언들의 성지였으며, 지금은 많은 영성 공동체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Primordial is perennial. 원시적인 것이 영구적이다.
Ancient & fundamental is ever fresh & new. 오래된 것, 근본적인 것이 항상 새로운 것이다.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화장을 하자니 불을 피울 나무가 부족하고, 매장을 하자니 땅이 얼어붙은 데다 바위가 너무 많은 티베트 산중에서는 수천 년 동안 천장을 해왔다. 불교 승려들이 시체를 위해 독경을 하고 나서, 그를 ‘로갸빠’라는 시체 부수는 사람에게 건네준다. 로갸뺘는 시신의 옷을 벗겨 살을 잘게 썰고 피부를 톱질하여 힘줄과 근육을 끊어 낸다. 신호를 하면 한쪽에 기다리던 독수리들이 격렬하게 땅으로 날아 내려와 시체를 파먹기 시작한다. 시체를 이렇게 처리하는 건 굉장히 고결한 방식이다. 죽은 몸을 다시 자연에 되돌려줌으로써 또 다른 쓸모가 있게 만드니 말이다. 나는 평생토록 동물의 살을 먹으며 살았다. 그런데 내가 죽고 나서 그 동물들이 반대로 나를 먹는 것은 왜 안 된다는 말인가? 나도 하나의 동물이 아닌가?
斜陽連雨下, 사양연우하
山影動蓮塘; 산영동연당
世事紛紛裡, 세사분분리
誰知不染腸. 수지불염장
해질녁 비는 지줄대고
연못엔 산 그림자 일렁거리네
세상사 어지러워도
물들지 않는 마음 뉘 알까?
2022년9월14일(수)맑음
오후에 혜광거사 인사차 들러다. 최근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자가격리 했다가 이제 해제되었다 한다. 광제스님께서 나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전화 주셨다. 58.4kg.
김간(金榦, 1646~1732, 조선 문인)이 조광조의 기개를 흠모하면서 지은 오언절구-연(蓮)
着根雖在土, 착근수재토
爲物不汙塵; 위물불오진
中通兼外直, 중통겸외직
持此想其人. 지차상기인
뿌리는 비록 흙에 붙어 있지만
인물 됨이 티끌에 물들지 않았고
속은 뚫렸어도 밖은 곧게 뻗어있네,
이를 잡고 그 사람을 생각하노라.
<뇌과학은 자아는 없다고 알려준다>
*서양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정신과 육체, 몸과 마음을 분리하면서 육체 안에 영혼, 몸속에 불변하는 정신통일체가 들어앉아서 우리를 관찰하고 통제한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아트만 설(즉 자아론)이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서 뇌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그런 자아설은 붕괴되었다.
기계속의 유령, ghost in a machine, 몸 안의 영혼 soul in a body, 데카르트의 극장, cartesian theater 은 없다. 우리 머리에 들어앉아 모든 것을 통제하는 나-자아, 작은 난쟁이 homunculus 호문쿨루스는 없다. 객석에 앉아 모든 것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자아는 없다.
*단일한 의식을 가진 행위자로서 자아는 뇌가 일으킨 착각이다. -인지철학자 데니얼 데닛(Daniel Dennet)
*과학철학자 줄리언 바지니(Julian Baggini)은 그의 저서 <에고 트릭(The Ego Trick)>에서 진주 이론과 다발 이론을 말한다.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총합해서 결론 내린다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주 같은 자아는 없으며, 한 다발의 묶음 같은 자아만 존재한다. 뇌 안에는 중앙통제소는 없으며, 의식의 소재지인 비물질적 영혼도 없다.
*신경과학자 샘 해리스(Sam Harris)의 저서 <Wake Up, 나는 착각일 뿐이다>에서는 단일하고 통일된 주체라는 느낌은 뇌가 조작해낸 허구이다.
*뇌과학자 김대식: 우리가 생각하는 자아란 우리의 뇌 속에 저장된 정보(기억)에 다름이 아니며 사실상 허구이다.
*신경철학자 토마스 메칭거(Thomas Metzinger): 기초적인 자아감은 진화의 산물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꽤 뚫어보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기기만까지도 진화의 산물이다. 긍정적인 환상을 스스로 만들면 확실히 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중의 자아>
가시나무 새-시인과 촌장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이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에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은 쉴 곳 없네
<업력대로 사는 인간은 기계에 불과하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인간은 유전자를 나르는 생존기계에 불과하다.
*구르지에프(George Gurdjieff, 1866~1877, 아르메니아 신비가) : 당신 눈에 비치는 사람들, 그들 모두는 기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외부로부터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기계이다. 인간은 기계로서 태어나 기계로서 죽을 뿐이다.
*우스펜스키(Ouspensky, 1878~1947): 그렇다면 인간이 기계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합니까?
*구르지에프: 그렇다!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인간이 기계이기를 그만두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계 그 자체를 알 필요가 있다. 진짜 기계는 스스로 알지 못하고 또 알 수도 없다. 기계가 자기 자신을 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 적어도 이전과는 다른 기계이다. 그 행동에는 진정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2022년9월15일(목)흐림
58.3 kg. 일진스님에게서 전화오다. 10월 초 정만스님과 함께 방문할 거라는 말씀.
밤에 지월거사 전화 오다.
2022년9월16일(금)맑음
57.8kg. 지월거사가 부탁해서 지은 상호 이름, <緣潭 연담> 인연의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