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풀려버린 날씨 속에 만보걷기를 열심히 하고나서 몸이 개운했는지 일요일인 오늘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준비를 합니다. '전국노래자랑'도 마다하고 나가려는 것보니 봄볕이 좋은건지 운동을 열심히 하고싶은 것인지 암튼 바람직한 서두름입니다.
준이까지도 덩달아 준비를 서둘러주니 이 녀석들 기특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 가파란 오름보다는 평탄한 걷기 코스로는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머체왓숲길을 가보기로 합니다. 선명하진 않아도 한라산 봉우리가 눈 앞에 잡히니 그것만으로도 오늘의 걷기는 의미가 있습니다.
준이는 물론 태균이가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오니 이제 주말마다 강행군을 해도 되겠다싶습니다. 머체왓숲길은 좌우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가운데서 만나게 되어있는데, 좌측 머체왓숲길이 6.7km, 소롱콧길이 6.5km이니 두 개를 다 돌기에는 무리가 있고 오늘은 머체왓숲길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머체왓숲길 절반은 제주도 특유의 식물천국이라 인간세계 못지않게 생존경쟁이 치열한 원시적 현장들이 발닿는 곳마다 펼쳐집니다. 옆에 있는 나무에 착붙어 상대진액을 빨아먹고 죽여버리기, 자신은 뿌리를 내리지않고 다른 튼실한 나무줄기에 파고들어 기생성장하기, 나무줄기 모양을 변형시키는 바이러스군들, 기존에 자리잡은 나무까지 밀쳐내고 자기줄기키우기 등등 생존의 흔적들은 경이롭기도 합니다.
머체왓숲길 전망대를 넘어서자 그 다음부터는 인공조림이라 삼나무, 편백나무 천지입니다.
보통 3시간 안짝으로 끝날 6.7km 걷기코스를 우리는 4시간 정도 걸려 끝내고 아~~주 뿌듯한 기분으로 녀석들 보상파티도 잊지않고 챙겨주었습니다. 매 주말 숲길만 걸어도 꽤 운동이 되겠다 싶습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숲길이 대부분 한라산 지류들이니 천천히 하나씩 걸어보면서 제주도를 즐겨볼 예정입니다.
자연이 주는 교훈과 의미는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다 가슴에 담아둘만 하거늘, 아직 원시적 형태가 꿈틀대는 제주도이니 그 의미가 더 각별한 듯 합니다.
첫댓글 원시숲은 전쟁같은 생존경쟁을 치루는군요.
준이가 숲길 걷기에 자발적으로 나섰다는게 넘 반갑습니다.
형님의 산책 루틴에 영향 받은듯 합니다.
거의 매일 바닷길 숲길 산책보다 더 나은 감통치료가 있겠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