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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래명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는 <이승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른바 <고교 얄개 시리즈>로 흥행감독 대열에 올랐고,
70년대 후반에는 멜로드라마를 몇편 발표하였는데 이 영화는 그 중에 한편이자,
그가 발표한 멜로드라마 중 최고의 흥행작이다.
화가인 동원은 생활고로 좌절에 빠져 죽음을 생각하다가
설악산으로 작품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작품에서도 만족을 얻지 못하자 그는 자살을 시도한다.
그 순간을 산장 주인의 딸 선희가 목격하고,
동원은 그녀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난다.
동원은 그녀에게 애정을 느끼고 작품의 영감도 얻게 되지만
선희 엄마의 방해로 선희와 이별을 한다.
산을 내려온 동원은 포크레인 운전수가 되어 생활인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동원의 현실 비관은 더욱 심해지고...
첫사랑(정윤희)의 여인과 현재의 아내(김자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남자주인공인 화가(신성일) 그리고 그 시대 멜로물에서 빠지지 않았던
“아이를 앞세운 슬픈 모성애”를 그린 그야말로 <미워도 다시한번>에서 보여준
멜로 공식에서 한치도 탈피하지 못한 쌍둥이 영화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한 영화와 다를 바 없었고
인상에 남는 건 최헌의 힛트곡 “가을비 우산속에” 뿐...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흘러간 영화를 볼 때면
내용이나 완성도에 상관없이 그 시절 향수에 빠져 들게 된다.
한창시절 정윤희의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던 모습,
<최헌>의 애절한 목소리, 대단한 연기파였던 <문정숙>,
70년대의 서울 거리와 설악산 풍경 등
이 영화는 참으로 볼꺼리가 많았다.
이 영화의 흥행 성공과 함께 최헌이 불렀던 주제가는
크게 히트하여, 그의 대표곡 중 하나가 되었으며,
그즈음 최헌은 방송사에서 연말에 제정하는 가수상에서
가수왕이 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가을비 우산속에>라는 노래나 제목만큼 영화는 멋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70년대를 생각할 때면 생각나는 영화 중 하나다.
故.최헌
가을비 우산속 - 최헌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때문에
흐르는 세월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속에
이슬맺힌다~
잊어야지 언젠가는
세월에 흐름속에
나 혼자서 잊어야지~
잊어봐야지
슬픔도 그리움도~
나 혼자서 잊어야지~
그러다가 언젠가는~
잊어지겠지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속에
이슬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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