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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소재의 운동복을 입어 보신적이 있으십니까?
요즘 들어서 등산, 레져용 의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속옷, 수건, 신발 등등에 이르기까지 널리 그 용도를 넓혀가고 있지요. ‘쿨맥스 (CoolMax)’ 원단이 그 가장 대표적인 예로, 땀을 흡수하여 빠르게 발산(증발)시켜 시원하고 쾌적한 몸상태를 유지시켜 준다는 섬유소재입니다. 혹 들어 보셨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나 광고 문구를 신뢰하시는지요?
‘쿨맥스’는 듀퐁이라는 섬유회사에서 처음 개발한 소재로서 (80년대라던가…?) 폴리에스테르 원사의 단면을 특이하게도 꽃무늬 (십자가?) 비스무리한 형태로 뽑아서 만든 거랍니다. 그 특이한 형상 때문에 흡습성이 떨어지는 폴리에스테르임에도 땀을 흡수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땀이 발산되는 표면적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기게 되어 면소재 대비 2배~3배나 빨리 수분이 마른다고 합니다.
전 땀을 좀 많이 흘리는 편입니다. 맞수라도 만나는 날에는 반팔 반바지 입고도 땀으로 목욕하고 말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편입니다. 이러하니 처음 이런 소재의 운동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지만 한 3년 전에 입어 본 N사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탁구복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가벼운 것 빼곤 몸으로 땀만 줄줄 흘러내리는 게 별로 좋은 줄 모르겠더군요…^^;) 아무리 원사를 특이하게 뽑는다고 폴리에스테르 소재가 성능이 개선되면 얼마나 개선되겠는가 하고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습니다. 땀 배출능력이 좀 나아졌나 보다 하고… 한편으론 한번 입어보고 싶은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4, 5만원 이상의 고가라는 점 때문에 ‘시험 삼아’ 입어보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대회 출전을 계기로 회사내 출전자들 유니폼을 단체로 구입하게 되면서 기능성 소재의 티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예의 그 ‘쿨맥스’ 원단을 사용한 티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입어 본 날… 단박에 반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보통 면티를 입으면 땀 흡수는 잘 되는데 수분 발산능이 떨어져서… 땀이 나면 날수록 점점 무거워지고, 천이 몸에 달라붙어서 몸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땀 흡수해서 진짜로 빨리 날려줍니다. 운동하는 내내 가볍고, 몸에 감김 없고, 수분 증발하면서 시원해지는 효과까지… 너무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하나 더 마련해야겠다… 자연히 관심이 가게 되더군요.
하나 더 사려고 보니… 쿨맥스가 히트를 치면서 온갖 섬유회사마다 내 놓은 유사제품들이 많기도 하더군요… 쿨론 (Coolon), 쿨에버 (Coolever), 에어로쿨 (Aerocool), 쿨패스트 (Coolfast), 등등등… 어이구…^^; 서로 좋다고 하니 어느게 제일 좋은지도 판단이 잘 안 서고… 그 누구도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스포츠 매장 상품들은 하나같이 4만원 이상이니 다 사 입어 볼 수도 없고…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보니 보이더군요…^^ 여름이 다가오면서 각 대형 할인매장마다 염가형 기능성 티가… ㅋㅋㅋ… 할인 매장 갈 때마다 마눌님의 눈총을 뒤로 하고 하나하나 사서 입어 보고 시험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제품마다 그 특징과 성능이 다 다르더라입니다.
다음은 그간 제가 구입한 염가형 기능성 티들에 대한 품평기입니다… 여러분의 즐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올려 봅니다…^^
1) 쿨맥스 (CoolMax)
대회 출전을 계기로 회사에서 유니폼 겸 구입한 첫 기능성 소재 제품 되겠습니다. 쿨맥스로 만든 아식스 제품으로서 4만원 좀 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접한 착용감과 기능성 덕에 최고의 몸 컨디션으로 시합 내내 방방 날아다녔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2) 쿨에버 (Coolever)
대회 끝나고 기능성 티에 매료된 사내 탁구 회원들이 뜻을 모아 인터넷 주문으로 단체티로서 구입한 것입니다. (사진 찍을 때 좀 잘 펴서 찍을 걸… 실제품은 좌우균형 잘 맞습니다…^^;;) 쿨에버를 사용한 티로서 (홈페이지에는 소재가 에어로쿨이라 되어 있으나 도착한 물건에는 쿨에버 딱지가 붙어 있었음) 색상은 8가지가 있었는데,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디자인이 단순하고 색상이 선명하다 못해 엄청 튑니다. 색상 때문에 할까 말까 무척 많이 망설였습니다만, 살인적인 가격, 단돈 6천원이란 이유로 단체 구입 결정을 내렸습니다.
쿨에버… 물건입니다… 얼굴에는 땀이 뻘뻘 흘러 연신 닦아내도 안경에 땀 떨어지고 난리인데… 상반신만은 움직임에 전혀 제한 가해지지 않고 쾌적합니다. 한창 땀 날 때 손을 대 봐도 살짝 젖어 있다고 느껴질 정도… 더욱 놀라운 것은 운동 마치고 올라와서 바람 쐬고 한 10분 정도 지나면 이미 거의 뽀송뽀송해져 있다는 겁니다. 다들 여기에 뿅가서 열심히들 입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 옷들 색상이 유별나게 선명해서 사람들 눈에 화~악 띕니다. 보는 사람들마다 옷 색깔이 그게 뭐냐고… 싼 티 난다고 다들 웃습니다… 그래도 사람들 꿋꿋이 입고 다닙니다. 왜?… 그걸 감수할 만큼 좋다고 느끼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이 녀석을 계기로 다른 회사 제품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기 시작했구요…^^
참, 인터넷으로 단체티 주문 시 주의점이 있습니다… 주문 제작이라 그런지 표기되어 있는 사이즈와 실제 사이즈가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확인 해 보아야 합니다. 티 105 사이즈면 XL를 주문하는 게 보통인데, 이번 경우 XXL도 좀 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XXXL을 주문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고 또 한가지는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목이 좀 좁아서 답답하다고 느껴집니다. 이건 주문시 목을 좀 넉넉하게 해 달라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맨 살에 입으실 생각이면 좀 예민하신 분들은 짙은 색으로 하십시오... 세가지 색깔을 입어 보았는데, 파랑, 주황은 괜찮았으나 노란 티는 젖꼭지가 비쳐보여 남사스럽습니다...^^;
3) 쿨핏 (Cool-Fit)
사실은 이 옷이 ‘쿨핏’이란 소재로 만들어졌지 어떤지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이 옷의 소매깃에 ‘쿨핏’이란 태그가 붙어 있어서 그런가 하고 추정할 뿐입니다. 이 옷은 까루프에서 만5백원인가… 하여간 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구입했는데, 종이에 씌어진 ‘쿨맥스 소재’란 말 믿고 덜컥 샀다가 피 본 케이스 되겠습니다.
이 옷… 흡습성 꽝입니다. 쿨맥스나 쿨에버의 경우는 손가락에 물 묻혀서 천에 대보면 스~~윽 하고 물을 흡수하는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 천은 흡수는 고사하고 대고 문질러야 겨우 흡수됩니다. 물에 담가서도 주물럭 주물럭 해 주어야 주무른 데나 젖어 들고 합니다. 통기성은 좋아서 입어 보면 시원하기는 한데, 땀 흡수가 잘 안되어 땀이 몸을 타고 줄줄 흐릅니다. 옛날 그 탁구복을 연상시키는 그런 놈 되겠습니다.
4) 에어로쿨 (Aerocool)
이마트에 갔다가 9천8백원 주고 샀습니다. 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다 젊어 보이는 목 부분 디자인 덕에 마눌님의 적극적 지지를 얻어 수월하게 산 놈 되겠습니다.
천을 만져 보았을 때 첫 느낌은 ‘좀 두껍다’ 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입어 보면 보온성이 (땀 안 났을 때의…) 앞서의 제품들 보다 좋습니다. 따뜻하단 생각이 듭니다. 물 묻혀 보았을 때 흡습성도 좋구요… 그런데, 이것이 한편으론 다른 제품에 대해 상대적인 약점으로 작용하더군요. 흡습성은 좋은데 천이 상대적으로 두껍다 보니 운동하다 보면 흡수한 땀의 양 때문에 좀 무거워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이 옷에는 탁구복으로 입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소매가 붙은 각도입니다. 탁구용으로는 소매선이 어깨선에 일직선으로 되어 있어야 팔의 움직임이 자유롭다는데, 이 옷은 소매가 약간 아래쪽을 향해 붙어 있습니다. 살 때 이 점이 마음에 좀 걸리기는 했지만 싼 가격 때문에 무시하고 구입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 정도 땀이 나니까 소매가 팔뚝에 자꾸 감기고 걸려서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옷은 현재 일상복으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5) 쿨텍스 (Cool Tex)
길거리에서 오천원 주고 샀습니다. 이상하게도 쿨텍스 딱지와 쿨론 설명서가 같이 붙어 있어서 도대체 어떤 소재인 건지 의심스러웠지만… 단돈 오천원이라는데…^^; 게다가 생김새가 TV나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쿨맥스 등산용 짚엎티와 같길래 에라 모르겠다 하고 사버렸습니다.
집에 와서 물 묻혀서 흡습성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ㅋㅋㅋ… 이 옷… 물그릇으로 써도 되겠더군요…^^; 어찌나 방수처리가 잘 되어 있는지 젖는 건 고사하고 물이 통과조차 안됩니다. 옷 한가운데 오목하게 물을 받아서 이리 저리 기울여 물 굴리며 놀았습니다…^^; 쿨텍스가 본래 방수를 주목적으로 개발된 것인지, 쿨텍스 중에도 목적에 따라 방수 처리를 따로 하는 게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딱지 보고 다 믿지 말고 하여간 구입시 신경을 써야 할 듯 합니다. 아저씨 몰래 슬쩍 물을 묻혀 본다든지… ㅎㅎㅎ…^^;
단, 통기성은 괜찮습니다. 등산용으로 적합할 듯 합니다만 탁구용으로는 절대 아니올시다입니다.
6) 에어로쿨 (Aerocool) 다른 제품
이것도 이마트에서 9천8백원 주고 샀습니다. 4)에서 소개한 제품보다 천 두께가 얇은데, 개인적으로 V넥을 별로 안 좋아해서 처음에는 살 생각 없었다가 소매와 어깨선이 일체로 되어 있는 점 때문에 구입했습니다.
땀 흡수력과 수분 발산 능력 모두 우수합니다. 쿨맥스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7) 쿨론 (Coolon)
위의 제품 산 날 나오다가 이마트 매장 내 Myclo Sports 코너에 전시되어 있는 걸 보고 색상도 맘에 들고 해서 만2천9백원 주고 구입했습니다.
이 소재의 가장 큰 특징은 최고의 흡습성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다른 소재들의 경우는 물을 묻혀 보면 ‘스~~윽’ 하고 일단 물 묻힌 그 부분만 젖는데 반해, 이 소재는 물 묻히는 즉시 ‘샥’ 하고 물을 빨아 들여서 점점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게 눈에 화~악 뜨입니다. 웬만한 면 수건보다 물을 잘 흡수하는 것 같습니다.
뛰어난 흡습성에다 물이 증발되는 표면적을 넓혀 빨리 마르게 한다는 기능성 소재의 속건성이란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만… 실제로는 마르는 부분에 있어서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는 개인적 의견입니다. 보통 운동을 하면 가슴부분이 가장 많이 젖게 마련인데, 이 옷은 다른 소재 옷들과는 달리 땀을 많이 흘리면 가슴에 물이 흥건하다는 느낌이 들고, 실제로 옷이 가슴에 척척 달라붙어서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빨래를 해서 (탈수 안하고) 널어 놓았을 경우에도 다른 소재에 비해 2배 정도 더디 마른다는 느낌입니다. 물을 잡아두는 힘이 강한가 봅니다.
이제 이정도로 신소재 탐험은 마치려고 합니다만… 글쎄요 모르겠네요, 아직 많은 소재들이 남아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될런지…^^; 어쨌든 지금까지 시험해 본 소재들의 성능을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면…
흡습성 : 쿨론 >> 쿨에버, 에어로쿨, 쿨맥스 > 쿨핏 >> 쿨텍스
속건성 : 쿨에버 ³ 에어로쿨, 쿨맥스, 쿨핏 > 쿨론
…정도로 주관적인 순위를 매겨 볼 수 있겠습니다.
이상으로 그 동안 입어본 기능성 소재들에 대한 감상을 마칠까 합니다. 서술의 편의성을 위해 소재별로 이야기 하였습니다만, 실상 한 소재에 대해서도 직조방식이나 두께 등등에 의해 어느 정도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섣불리 결론을 내려 버리는 것은 탁구용품에 대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능성 티에 관심은 있으나 가격 때문에 망설이시는 분들, 어떤 소재의 티를 사는 것이 좋을지 혼란스러운 분들께 기초정보로서 조금이나마 참조가 되시면 좋겠다는 바람에 적어 보았습니다.…^^
참, 간혹 기능성 원단을 사용했다고 광고하는 티들 중 몇몇은 100% 폴리에스테르가 아닌 면 혼방인 것들도 있었습니다. 면의 부드러운 착용감 때문에 혼방을 한 게 아닌가 싶은데, 기능성 운동복으로서는 면 혼방이 아닌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옷 안쪽에 소재 표시 딱지를 보고 100% 폴리에스테르인지 확인해 보시고 구입하시는 게 나을 듯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운동복으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흡습성과 속건성 중 어느 한쪽만 뛰어나다고 좋다 할 수는 없으며, 양쪽이 잘 균형을 이룬 경우에야 비로소 제 기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쿨에버, 에어로쿨, 쿨맥스, 쿨론, 다 비슷비슷하고 좋은 소재이지만… 적어도 땀 많이 흘리는 저의 경우에 있어선 쿨에버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