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ㅇ 날짜 : 2017.08.03(목) 23:52분 천안역 출발~08.05(토) 20:50분 귀가. 1무1박3일
ㅇ 일정 : 천안역-구례구역-성삼재-삼도봉(조식)-연하천대피소(점심)-세석대피소(숙박)
05:00 세석대피소 출발-촛대봉 일출-장터목(조식)-제석봉-천왕봉-로타리대피소(간식)-중산리(기사식당 중식)
14:50 중산리 출발-원지-함양 17:20발-대전 19:40분발-천안 20:30 도착
ㅇ 동행 : 이철
1. 지난 주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에 이어 이번주에는 ‘지리산 종주’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 두 산행은 등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로망이다. 일반 산행 중 가장 힘들고 산행 중 중간 대피소에서 숙박이 불가피하여 비용과 체력과 시간을 만들기도 만만치 않아 몇년 별러 한번 가기 어려웠다.
지금은 도로 교통의 발달,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노력 등 산행문화의 발달로 마음만 먹고 사전 준비만 하면 이렇게 쉽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난 참으로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하필 날씨도 경치도 좋은 봄, 가을에 산행을 하지 않고 연중 가장 뜨거워 집에 가만히 있기도 겁나는 날씨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땀으로 목욕을 할 수 밖에 없는 때를 골라서 갔느냐는 의문을 품은 분들을 위해 답답하지만 무겁게 입을 연다.
‘아니 내가 바보인가? 그런것도 모르게?’
평상시야 나의 중요한 업무인 외손주들의 경호업무를 수행해야 되니 여름방학인 이때 할 수 밖에....!
2. 나에게 코흘리고 이잡고 살던 어릴 때 부터의 시골 고향 친구가 하나있다.
지금 수원에 사는데 우연히 한번 만나 산행을 같이 한 후 한달에 서너번 씩 같이 산행을 하다가 지금은 피하고 있다. 왜냐? 속이 터지기 때문에.....!
산행 경력은 일천하나 능력은 나보다 뛰어나지만(그 점에는 존경심이 생긴다. 오랜 채소 사업으로 새벽 일찍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6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었는데 끈질길 재활 훈련 덕분에 그렇게 되었다.) 산행 중 쉴 새없이 말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 나는 전혀 관심 밖인 정치, 경제 등의 화제이고(깊은 상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다가 아는 소리를 많이 하는데 잘못된 정보가 절반은 되니 무슨 얘기를 해도 내가 믿기가 어렵다
고집은 왜 그리도 센지 내가 하라는 대로 잘 따라 하지 않는다.
대화라는 것이 서로 관심사가 같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쌍방 통행으로 소통이 이루어 져야 긴시간 대화를 나누어도 재미있을 뿐 지루한 줄을 모른다.
그 반대의 경우를 상상해 보시라!
특히 내가 이 친구와 산행을 같이 오래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이유는 대부분 바위가 많은 산을 같이 다니는데 암릉에 전혀 문외한이 이 친구가 경험 많은 나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아 추락을 할까 불안한 것이 첫째 이유이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주장이 강하며, 나와 달리 술을 몹시 좋아하여 가끔씩 술자리를 하게 되면 실수도 하여 내가 피곤하다.
그리고 산행 중에는 나름대로 상대를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는 일종의 문화가 있는데 이런 것도 나의 권고를 무시하고 멋대로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같이 산행을 한 이유는 이 친구가 원하고 친구니까 싫어도 일년에 한두번은 동행을 해 주어야지!
이 친구의 도덕성 만큼은 교사 출신인 나보다도 훨씬 우월하다.
3. 지리 종주
옛날에는 야영장비와 주부식을 배낭 가득히 무겁게 챙겨 며칠 씩 텐트를 쳤다 걷었다 하면서 밥을 해 먹으며 지리산 종주를 했다. 당연히 짐이 많으니 먼 거리를 걷기 힘들고 가다 지치면 아무데나 적당한 장소를 골라 야영을 할 수가 있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를 하는 지금은 환경보전 차원에서 야영은 물론 얼마 전까지도 허용하던 비박마저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여러 군데에 마련된 대피소에 예약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그날로 하산을 하도록 질서가 잡혀있다.
예약을 하고 온 사람들은 좀 여유있는 숙박과 취사를 할 수 있어서 좋지만, 옛날 처럼 누에 애벌레가 채반에 가득하듯 대피소 추녀 밑이건 마당이건 할 것 없이 김장 비닐 속에 침낭 하나만 가지고 죽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비박을 하던 낭만적인 풍경은 사라졌다.
그때는 비좁은 취사장 사용은 엄두 내기 어렵고 버너 불피워 밥해 먹을 장소도 만만치가 않도록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화장실도 지저분하기 짝이 없으며 음수대 근처에는 밥풀하며 김치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지금은 대피소 예약만 하면 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나의 경우 집에서 젓갈이나 장아찌 등 반찬 2종과 식수, 간식, 여별 옷만 배낭에 챙겨가고 식사는 대피소에서 햇반을 데워 달라고 해서 먹고 만다. 취침시에는 배정받은 숙소에 모포 한두장(여름에는 한장, 겨울에는 깔고 덮고 두장, 대여비 장당 2천원) 대여 받는데 숙소내에는 연중 별로 춥고 더운 줄 모르게 쾌적한 편이다.
뭐 그래도 숙박하려면 50리터 크기의 배낭 무게는 10~12kg 정도가 된다. 장거리 산행은 갈증과의 싸움, 중량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지리산은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 여러군데 있어서 1리터 정도의 물만 있으면 된다. 내가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것은 배낭 무게로 어깨가 아픈 것이다.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이유다. 산행 후 다리 통증은 미미하여 하루 지나면 대부분 끝이지만 어깨 통증은 4~5일 이상 가는 때가 보통이다.
젊어서는 배낭무게를 20kg 정도도 견딜만 하지만, 50세 이상이 되면 자기 체중의 20% 이하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과 동행을 해보면 다른 팀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라면을 끓여먹는 것을 몹시 부러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려면 짐이 훨씬 많아져 어깨 부담이 더 늘어난다.)
4. 해외 패키지 여행을 해 보면 여행의 즐거움을 크게 좌우하는 몇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가 날씨이며(아무리 절경이라도 비오고 안개끼면 밤길 걷는 것과 같다.)
둘째가 가이드이다. 가이드를 잘 못 만나면 관광안내는 소홀하고 쇼핑과 옵션 항목에 목숨을 걸고 실적이 저조하면 툴툴거리고 신경질을 내어 여행기분을 팍 잡쳐 버린다.
셋째는 같이 간 일행과의 분위기가 아닐까?
지난번의 설악산행과 이번의 지리산행에서는 최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중상 정도의 날씨를 만나서 쓸만한 사진 몇장을 얻었다. 지지난해에는 설악산을 여섯번을 올랐어도 운해 한번 만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각각 하루 씩 멋진 운해를 만나게 되었다.
나의 열정을 산신령님이 곱게 보아주신 것인가? 무척 기분이 좋다.
풍경에서 중요한 요소는 많지만 그 중 ‘안개, 구름, 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개가 너무 적으면 있으나마나 너무 무미하고, 너무 많아서 풍경을 모두 덮어버리면 아몌 없는 것만 못하다.
하늘에 구름만 가득해서도 맑아서 푸르기만 해도 별것 아니다. 흰구름 둥둥 적당한 곳에 떠 있는 것이 좋다.
아름다운 풍경에 야생화가 가득하면 금상첨화 더할 나위 있을까?
산행은 항상 나를 즐겁게 해 주지만 특히 올해 산행은 더 행복감에 빠지게 해 주었다. 비 피해가 다소 있었지만 대신 예년에 구경하기 어려웠던 짧은 계곡의 폭포도 여러 군데에서 보았고, 산행 후 계곡에 시원하게 몸을 담가 보기도 했었다.
거기다가 이번에 장거리 산행을 두건이나 실행에 옮겼는데 날씨 마져 좋았으니 이 아니 즐겁지 않을 수가 있는가?
‘야간 산행의 즐거움’을 몇가지 열거해 보면
1. 선선한 가운데 산행을 할 수 있다.
2. 훨씬 더 먼거리를 산행할 수 있다.
3. 밤하늘의 무수한 별, 아름다운 달빛을 만날 수 있다.
4. 산속 정령들의 대화도 들릴 듯한 적막감이 좋다.
5.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할 시간이 많아진다.
6. 길게 헤드랜턴 불빛을 비추며 줄지어 가는 낭만이 있다.
7. 능선에서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
8. 날이 밝아올 무렵 ‘쪼로롱 쪼로롱’ 들리는 산새소리가 좋다.
9. 하얗게 피어오르는 새벽안개를 볼 수도 있다
10. 나무 사이로 햇빛이 비추이는 빛내림이 환상이다.
11. 야간 산행에 동참했던 산벗들과는 더 진한 추억이 남는다.
더 찾아보면 100가지 이상 찾을 수 있겠지만 뭐 이 정도로....!
## 혹시 이 긴글을 참을성 있게 모두 읽어 보신 분 계신지?
님들에게도 앞으로 장거리 산행 기회가 있을 지 몰라 남은 잘 모르는 요령 몇가지!
국립공원에서는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 가도록 되어 있는 바 이것은 피할 길이 없는데, 설거지도, 몸을 씻지도 못하고 칫솔질 조차 못하게 되어있는데 어떻게 하나? 또 비좁은 대피소에서 남이 덮던 모포를 덮고 몇십명이 함께 자는 숙소에서 코를 골면 어떻게 자나 걱정이 되어서 감히 숙박 산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설거지는 물티슈와 화장지를 넉넉히 가지고 가서 해결.
쓰레기와 모포와 코골이는 피할 방법이 없고, 코골이는 남보다 일찍 잠들면 그나마 낫다.
어차피 다음날 산행은 보통 새벽 4시경 부터 일어나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찍 잠이 깬다.
칫솔질은 못하게 해도 수돗가에서 하는 사람도 많으나 보기에 좋지 않다. 칫솔과 생수병을 갖고 나가 생수병에 물을 담아 화장실이나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한다.(불법적 요소 있으나 불가피)
씻는 것은 아예 목욕을 할 만한 수량과 장소가 없으나 하루 종일 걸어 땀이 배어 끈적끈적한 몸으로 잠을 자려면 숙면을 이루기 어렵다. 방법은 수건과 2리터 생수병이나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갖고 가서 물을 담아 칫솔질이나 마찬가지로 화장실, 탈의실이나 숙소에서 좀 떨어진 사람 없는 곳에 가서 헤드랜턴을 끄고 상의는 벗고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문지른다. 하체는 벗고 같은 방법으로 하든가 불안하면 다리 부터 문지르고 팬티를 아래로 내린 다음(유사시 얼른 올릴 수 있도록) 중체를 닦는다.
제대로 된 목욕은 할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더러는 물티슈로만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으면 더 좋다.
이 방법을 원용하여 근교 산행 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도 씻기가 가능하다.
기타 궁금하신 내용 있으시면 가차없이 댓글을 바랍니다. 교과서는 아니니 아는 대로만 알려 드리겠습니다!
<산행 내용은 산행 순서대로 정리한 사진에서 설명 드림.>
# 새벽의 노고단 대피소
# 구름에 휩싸인 노고단 야생화(원추리)
# 산오이풀 꽃
# 드디어 종주는 시작되고 -- 나는 이런 새벽길을 걷는 것이 가슴이 간지럽도록 좋다!
# 지리산 등로 주변엔 야생화가 많은 편이다. 요즘은 일월비비추, 동자꽃, 산수국, 원추리, 모시대, 산오이풀 꽃, 참취꽃 등이 많다.
# 각 산행지마다 계륵 같은 존재가 있다. 오르자니 힘들고, 빼자니 섭섭하고...... 지리산에서 반야봉이 그렇다. 이번엔 망서리다가 생략!
# 원추리 꽃
# 동자꽃
# 물이 넉넉한 연하천대피소 - 점심식사 해결
# 형제봉 형제바위
# 성삼재에서 출발 14시간 만에 도착한 오늘 산행 종료이자 숙박지인 세석대피소 - 벽소령 대피소에서 숙박을 하면 걷는시간이 3시간 정도 줄어 들지만, 다음 날을 생각하여 세석에서 숙박하는 것이 좋다! 우선 촛대봉이나 더 일찍 서두르면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고, 중산리까지 8시간 정도 걸으면 되지만 벽소령에서 숙박을 하면 일출 볼 수 없고 지친 몸으로 중산리까지 11시간을 걸어야 된다!
# 촛대봉의 여명 - 일출을 보았으나 아래 위 사이 구름사이로 겨우 태양이 나타났다 사라짐
#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며 - 피어오르는 구름 사이로 보이는 반야봉
# 구름 너울을 쓴 천왕봉
#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 천왕봉에 걸렸던 것과 같은 모양의 구름이 남쪽 방향에.....
# 모시대 - 모시대, 잔대, 금강초롱은 꽃 색깔이 보라빛으로 아름답다.
# 장터목대피소 - 지리산에서 예약하기 가장 어려운 대피소. 왜냐? 천왕봉이 가까우니까! 사오십분 거리.
# 언제나 봐도 멋지고 사진 찍기 좋은 제석봉의 고사목
# 신령스러운 기운에 감싸인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1915m) - 남한에서 한라산(1950m)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 중말나리
# 통천문 - 하늘로 통하는 문인가, 천왕봉으로 통하는 문인가?
# 수시로 안개 구름에 덮였다 풀렸다 하는 천왕봉 정상 - 지친 구도자의 행렬같은 산객들!
# 로타리대피소 방향으로 하산
# 천왕샘 - 깨끗한 물인가? 글쎄이지만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니 믿음이 간다!
# '개선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웬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 법계사 - 로타리대피소와 이웃하고 있는 사찰. 구경할 만하게 잘 자리잡고 있다.
# 까치고들빼기
# 망바위 - 지리산공비 토벌작전 때 빨치산들이 올라가 망을 보았다는 바위
# 출렁다리 - 여기서 장터목대피소로 직접 올라가는 길과 로타리대피소를 거쳐 천왕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린다!
# 칼바위
# 등산로의 끝
# 함양 시외버스터미널 시간표 - 중산리에서 서울로 가는 방법은 서울직행도 있으나 하루 한번(15:35분), 보통 버스타고 진주로 나가서 진주에서 서울로 간다. 그러나 중간 '원지'정류장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탈 수도 있으나 진주에서 만차가 되어 오면 탈 수 없다. 집이 서울이 아닌 사람이라면 '중산리-원지-함양-각 지역'코스를 이용하면 좋다.(원지에서 함양행 버스 평균 15분 간격) 단, 막차가 일찍 끝나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천안의 경우 저녁 늦게 하산하면 '중산리-진주-서울-천안'코스가 좋다.(혹시 더 좋은 방법을 아시는 분 댓글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