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7조
진인 조은산 지음
매일경제출판사
초판1쇄 2021년8월20일
작년 8월경 우리는 어떤 글 하나로 큰 위안을 받았었습니다.
처음엔 글쓴이가 누군지 알려지지도 않았고
이름이 알려졌을 때도 인터넷에는 그가 누군지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가 스스로를 밣혔죠.
그가 좌도 우도 아니며, 전문 글쟁이도 아니고, 노무현을 지지했던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평범한 직장인이란 걸 스스로 밝혔을 때
모두들 저으기 놀랐습니다.
그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무7조>라는 상소문 형식의 글을 올리기 전에 이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었던 김현미의 다주택자 규제를 치킨 규제로 꼬집으며
<역적 김현미를 파직하소서>라는 청원을 먼저 했었다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시무7조>의 위력을 알아차린 파워는
공개의 조건을 훌쩍 넘어 동의가 1만을 넘겼어도 2주나 감추고 있다가
여론이 들끓자 어쩔 수 없이 공개했습니다.
<시무7조>는 43만개의 동의와 12만개의 댓글, 260회의 언론보도로 세상에 더욱 널리 알려졌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내 통합포인트가 곧 소멸된다는 카톡 메시지를 받은 날 오후에,
절친 무의대부와 전화로 이바구 저바구하는데 그가 <시무7조>라는 책 얘길 했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다른 책 한권과 같이 즉시 주문,
이틀 후 받아서 몇 시간 만에 다 읽었습니다.
저의 정신 세계가 좀 고루한 면이 있는 이유는
어린 나이에 한자를 배운 탓이라고 생각하는데,
<시무7조>를 쓴 진인 조은산이라는 젊은이는 그런 거 같진 않은데
어쩌면 이렇게 고루한 문장을 조자룡 헌칼 쓰듯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통으로 꿰고 있는 모양입니다.
자기 호인지 필명인지 모르겠지만
자기를 塵人 진인, 즉 나는 먼지 같은 하잘것없는 사람올시다 한 거부터가
하마 보통이 아니란 걸 보여줍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꾸몄는데
시무7조로 불리는 ‘국민청원 상소문 – 폐하, 일신하옵소서’로 꾸민 3장 말고
1장과 2장엔 그의 단상들이 있는데, 이 친구 정말 글 잘씁니다.
뭐랄까, 자기 하고픈 말 똑똑 끊어서 맛깔나는 단어로 버무려 짧은 단문으로.
책을 읽으며 ‘이건 전문 킬러의 솜씨다’ 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일곱가지를 진언했는지 이 책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걸 여기 다 옮기면 책이 안 필릴 테니까 말고,
무엇 무엇이 일곱 가지인지만 옮겨 적습니다다.
一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二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三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四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五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六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서서
七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참고>
시무 時務
1. [명사] 시급한 일.
2. [명사] 그 시대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일.
즐독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