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남 서해안 중부 고향 앞뜰에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2016년부터 산, 밭, 논, 묘지 등은 보상되었다.
아직도 남쪽 상장산을 깎아내려서 산 아래 논바닥을 높게 메우는 복토작업을 한다.
산 바위 구멍에 폭약 넣어서 폭파하고, 대형 포클레인으로 산을 뭉개지에 흙먼지가 갯바람에 늘 날리고 있다.
현지 북쪽 산 아래 마을에서 빨래를 걷으면 빨래에 누런 흙먼지가 뽀얗게 물을 때도 있고...
2018년 초부터 또 지방도로 606호를 넓힌다면서 내 소유 논이 70평이 추가로 토지수용된다는 우편물을 이틀 전에 받았다.
이의신청 서류를 양식에 맞춰서 내용증명으로 우송하려고 잠실5단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우체국에 들렀다.
여직원이 글자 하나씩을 대조하다가 내 주소지가 다르게 써졌다면서 똑같이 하지 않는 한 우송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똑같이 두 장 복사한 뒤에 내 주소지가 헷갈려서 볼펜으로 고쳐서 끼어넣었으니 우체국 여직원이 접수 거절하는 게 맞다.
호적 주소지가 있고, 주민등록 주소지가 있고, 도로명 주소지가 있기에, 내가 잠깐 헷갈렸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서류양식을 A4용지 1매당 50원 주려니 은근히 짜증이 난다.
산업단지 개발공사 보상사무실에 이의신청해 봐야 민원이 거의 반영 안 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냥 한번 질러보는 것이니까.
잘못 적었다는 주소지.
호적 주소지와 주민등록 주소는 다르다. 주택을 기준으로 되었기에 오래 전 지방행정관서에서 주택지로 임의변경했고, 더우기 새로운 도로명 주소지가 추가로 시행되면서 내가 헷갈린다.
도대체 일흔 살 먹은 내가 어느 주소지에서 사는지를 모르겠다.
졸지에 주소지가 3개.
호적상의 주소지
주택의 주소지
도로명의 주소지
오늘, 이 3개 주소지를 작성해서 우송했으니 지방 산업단지개발소가 받아본 뒤에는 헷갈리겠다.
지금은 춥다고 서울로 머물고 있으니 주소지가 하나 더 늘었으니 더욱 그러할 게다.
도로명 주소로서는 작은 우리 마을도 여러 골으로 분리된 지형이다. 직선이 아니다.
시골 지형에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는 이름으로 도로 명칭이 된 것도 많다는 증거이다.
예전에는 무슨 里, 무슨 마을이라고 알려주면 얼추 짐작할 수가 있었는데 비하여 새로운 도로명 주소지로는 짐작도 못한다.
하나의 도로명에는 여러 개의 읍, 면과 리 동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로명이 '무창포로' 길은 5개의 里가 걸쳐 있다. 출발점인 대창리, 중간 지점인 두룡리, 구룡리, 죽청리, 종착지인 관동리에 걸쳐서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 되었으니 나는 짐작도 못한다.
출발점이 어디인지도 짐작도 안 되기에... 현지에서 살지 않으면 더욱 헷갈릴 터.
위 '무창포로'는 인터넷 '지도'에서 지명을 검색하여 여기에 올렸다.
대천리의 구장터에서 기점을 잡았다는 것을 인터넷 지도를 검색해서야 알았다.
싫다.
이제는 나도 내 시골집 주소를 모르게 되었다니, 수첩에 적어서 지갑 속에 넣고 다녀야 할 판이다.
일흔 살 먹은 내가 평생 산 집, 시골집 주소지조차도 헷갈리면서 살고 있다니 이제는 치매 전초기인가 싶다.
겨울철 내가 머무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로 돌아온 뒤에 아파트 주소명을 확인하니까 이건 또 뭐냐고? 내가 기억하는 주소지가 아니다. 잠실로 88 도로명이다. 세상에나...
우편번호도 새로 변경되었다. 아내는 변경된 주소지, 변경된 우편번호를 쓴 종이를 벽에 붙여놓았더라.
도로명 주소 행정은 잘하는 짓이다. 이거 언제쯤이면 또 바꿀래?
2.
글 안 써진다.
화가 아직도 안 풀렸다.
3.
이 카페는 문학카페, 위 글을 어떻게 써야만이 문학글이 되는지를 모르겠다.
오늘은 더욱 화가 나서...
고쳐야 하는데...
첫댓글 화 푸세요.
최 선생님 !
박 선생님의 댓글 보고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서울에서 살자니 일흔 살은 나는 정말로 무기력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아무 것도 없네요.
무척이나 춥다는데도 유리창문을 열어제켜서 차가운 도시바람, 아파트바람을 끌어당깁니다.
차가운 속에는 시원한 게 들어 있어서 생기가 납니다.
예.
박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