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27]孤山遺稿7, 送勉夫之勉叔謫所[송면부지면숙적소] 五絶[5절]
고산유고 제1권 / 시(詩)孤山遺稿卷之一 / 詩
〔送勉夫之勉叔謫所 五絶○丙辰〕
勉夫。洪茂業字。勉叔。洪茂績字。
면부가 면숙의 유배지로 가는 것을 전송하며 절구 5수
○병진년(1616, 광해군8)
면부는 홍무업(洪茂業)의 자이고,
면숙은 홍무적(洪茂績)의 자이다.
1.陽春正屬蘇群槁。何事鶺鴒原上飛。
聖主應憐憔悴客。東風許作一行歸。
시든 초목 살아나는 따뜻한 이 봄날에 / 陽春正屬蘇群槁
무슨 일로 할미새가 언덕 위에 나는가 / 何事鶺鴒原上飛
성주가 응당 초췌객을 불쌍히 여겨 / 聖主應憐憔悴客
봄바람 속에 함께 돌아오게 하리라 / 東風許作一行歸
2.梅也先生甚愛之。盆中手種短長枝。
逢君應問花消息。爲報淸香似昔時。
매화를 선생이 매우 사랑하여 / 梅也先生甚愛之
화분에 짧고 긴 가지 손수 심었지 / 盆中手種短長枝
그대 만나면 꽃 소식 물을 터이니 / 逢君應問花消息
맑은 향기 옛날과 같다 일러 드리게 / 爲報淸香似昔時
3.洪君兄弟愛芳香。一樹寒梅置草堂。
應念去年春雪後。花邊相對屬淸觴。
홍군 형제는 꽃향기를 사랑해서 / 洪君兄弟愛芳香
한 그루 한매를 초당에 두었다네 / 一樹寒梅置草堂
응당 생각나리라 지난해 봄눈 뒤에 / 應念去年春雪後
꽃 가에 마주하여 술잔 주고받던 일 / 花邊相對屬淸觴
4.去年分手悲何奈。此日相逢樂更加。
夜雨寒燈蕭瑟處。還應忘却在長沙。
지난해 이별의 슬픔 얼마나 컸던가 / 去年分手悲何奈
오늘 상봉하면 그 낙이 또 더하리라 / 此日相逢樂更加
밤비와 찬 등불과 소슬한 소리 들리는 곳 / 夜雨寒燈蕭瑟處
장사에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으리라 / 還應忘却在長沙
5.吾君友愛得之天。此日鴒原淚到泉。
誰送靈龜言碧落。不敎腸斷越江邊。
그대 형제의 우애는 하늘에서 얻은 것 / 吾君友愛得之天
오늘 영원의 눈물이 구천(九泉)에 이르렀나니 / 此日鴒原淚到泉
누가 신령한 거북이 보내 하늘에 말을 해서 / 誰送靈龜言碧落
애끊는 슬픔 안고 강변을 넘지 않게 해 주려나 / 不敎腸斷越江邊
[주-D001] 무슨 …… 나는가 :
형제간에 우애하며 위급할 때 서로 돕는 것을 뜻하는 말로,
동생 홍무업(洪茂業)이 귀양 가 있는 형 홍무적(洪茂績)을 찾아가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시경》 〈상체(常棣)〉의 “저 할미새 들판에서 호들갑 떨 듯,
위급한 때에는 형제가 서로 돕는 법이라오. 항상 좋은 벗이 있다고 해도,
그저 길게 탄식만을 늘어놓을 뿐이라오.
〔鶺鴒在原 兄弟急難 每有良朋 況也永歎〕”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홍무적은 1615년(광해군7)에 이이첨(李爾瞻)이 인목대비(仁穆大妃)의
폐모론(廢母論)을 제기하자 생원(生員)의 신분으로 이를 극력 반대하다가
거제도(巨濟島)에 유배되었다.
[주-D002] 초췌객(憔悴客) :
귀양객과 같은 말로, 홍무적을 가리킨다. 전국 시대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소인의 참소를 입고 조정에서 쫓겨나
“강담에서 노닐고 택반에서 읊조릴 적에 안색은 초췌하고
용모는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遊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
”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楚辭 漁父辭》
[주-D003] 밤비와 …… 곳 :
형제가 다시 만나서 회포를 푸는 곳이라는 말이다.
소식(蘇軾)이 동생 소철(蘇轍)과 헤어지고 나서 그에게 부친
〈신축십일월십구일……(辛丑十一月十九日……)〉 시에 “찬 등불 아래 마주하고
떠올린 옛날의 일, 밤비 내리는 어느 때에 소슬한 소리 들어볼까.
〔寒燈相對記疇昔 夜雨何時聽蕭瑟〕”라는 말이 나오는데,
“일찍이 야우대상(夜雨對牀)의 얘기를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嘗有夜雨對牀之言 故云爾〕”라는 자주(自註)가 붙어 있다.
《蘇東坡詩集 卷3》 야우대상은 당(唐)나라 위응물(韋應物)의
〈시전진원상(示全眞元常)〉에 나오는 “어찌 알았으랴 비바람 몰아치는 밤에,
다시 여기서 침상 마주하고 잘 줄을.〔寧知風雨夜 復此對牀眠〕”이라는 구절을 말한다.
[주-D004] 장사(長沙) : 한 문제(漢文帝) 때 가의(賈誼)가 권신(權臣)의 배척을 받아
장사왕(長沙王) 태부(太傅)로 좌천되어 귀양 간 고사에서 유래하여,
유배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주-D005] 영원(鴒原) : 우애가 지극한 형제를 비유하는 말이다.
《시경》 〈상체(常棣)〉의 “저 할미새 들판에서 호들갑 떨 듯,
위급한 때에는 형제가 서로 돕는 법이라오. 항상 좋은 벗이 있다고 해도,
그저 길게 탄식만을 늘어놓을 뿐이라오.
〔鶺鴒在原 兄弟急難 每有良朋 況也永歎〕”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주-D006] 누가 …… 해서 :
당(唐)나라 한유(韓愈)가 자식을 잃고 슬픔에 젖은 친구 맹교(孟郊)를 위로한
〈맹동야실자(孟東野失子)〉 시에 “위로 하늘에 호소해도 대답을 듣지 못하자,
땅에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구천(九泉)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땅귀신이 비통하게 생각하면서, 몸을 움츠리고 불안하게 여기다가,
크게 신령한 거북이를 호출하여, 구름 타고 올라가 하늘 문을 두드려서
그 까닭을 묻게 하였다.
〔上呼無時聞 滴地淚到泉 地祗爲之悲 瑟縮久不安 乃呼大靈龜 騎雲款天門〕”라는 말이
나온다. 《韓昌黎集 卷4
》[주-D007] 애끊는 …… 주려나 :
형제가 함께 있지 못하고 다시 이별해야 하는 슬픈 일이 없게 해 주었으면 한다는 말이다. 당(唐)나라 유종원(柳宗元)이 동생 유종일(柳宗一)과 헤어지며 지은
〈별사제종일(別舍弟宗一)〉 시에 “영락한 잔혼이 갑절이나 암담한 속에,
이별의 눈물 흘리며 강변을 넘어간다.〔零落殘魂倍黯然 雙垂別淚越江邊〕”
라는 말이 나온다. 《柳河東集 卷42》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