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25%와 한국GM 원하청 노동자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과 로버트 트림 한국GM 노사협력 부문 부사장,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 등 노사 대표단은 3월 19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GM 본사를 방문해 실판 아민 해외사업부문 사장, 마이크 페레즈 북미GM 생산 및 노사관계 총괄, 젠슨 피터 클라우센 글로벌 제조 부문 부사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면담에서 한국GM 노사는 2027년 이후 생산 차종 계획 등을 핵심 의제로 삼고 한국 사업장의 역할을 강조할 계획이다. GM의 글로벌 전략 변화와 공장 방문을 통해 현지 최신 산업 동향과 생산 기술도 파악한다. 21일까지 엔진을 제작하는 GM 로물루스 파워트레인 공장과 전기차를 생산하는 팩토리 제로 공장 등을 견학하고 전미자동차노조(UAW) 지도부와도 만날 계획이다.
트럼프가 수입 자동차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GM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고용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은 "한국GM은 수출 물량의 87.5%를 미국에 판매하는 수출 집약형 기업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25% 이상 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GM의 운명은 생존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1. 트럼프 관세 25%가 한국GM에 미치는 영향
①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GM, 직격탄
한국GM은 전체 생산량의 85%를 수출하고, 그중 87.5%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2024년 한국GM은 총 49만9,559대를 생산했고 이 중 41만8,782대(약 83.8%)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주요 수출 모델 중 트레일블레이저가 2023년 3월 국내 출시 후, 미국 시장에서 연간 20만689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84% 증가하였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2023년 2월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였으며, 북미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며 지난해 국내 자동차 수출 1위(29만5,000여 대) 차종이 되었다.
25% 관세가 부과되면 차량 가격이 상승해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GM 차량을 선택할 유인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에서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 가격이 2만5,000달러라면, 25% 관세 부과 시 약 6,250달러가 추가되어 총 3만1,250달러로 상승하게 된다. 가격 상승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일본이나 멕시코산 차량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GM 본사는 생산지를 멕시코·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다. GM은 관세 부과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는 한국GM의 생산 축소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
② 공장 가동률 저하 및 생산 축소 가능성
미국 수출량이 줄면, 한국GM의 부평·창원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공장은 70~80%의 가동률을 유지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부평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소형 SUV)를 주로 생산하며, 창원공장은 크로스오버 모델과 경차를 생산하는데, 이들 차량의 미국 판매가 줄면 생산 축소가 불가피하다. 관세로 인해 수출이 감소하면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이나 공장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GM은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해왔으며, 관세 충격이 더해지면 신규 투자 중단도 고려될 수 있다.
2. 고용과 노조에의 영향
① 구조조정 및 일자리 축소 위험
GM 본사가 생산량 조정 및 인력 감축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이 10%, 20%, 30% 감소할 때마다 각각 약 4,000명, 8,000명, 12,0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2018년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로 약 3,000명 이상 감원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비슷한 구조조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정규직·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②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 타격
한국GM 협력업체는 약 300여 개, 직접 고용 인원은 약 1만 명 수준이며,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약 10만 명의 일자리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약 3,000명 이상이 해고되었으며, 이는 중소하청업체 노동자와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 공장 가동이 줄어들면 협력업체들은 부품 주문이 감소하고,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의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③ 노-사, 노-정 갈등 심화
한국GM 노조는 이미 구조조정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GM 본사가 미국과 멕시코로 생산을 이전할 경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2023년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과 강력한 협상을 벌인 것처럼, 한국에서도 노-사 노-정 갈등이 격화될 것이다. 만약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거론되면, 정부 개입 요구, 정부의 굴욕적 태도 규탄도 커질 것이다.
3. 대응 방안
① 한국GM의 역할 강조 (전기차 및 SUV 생산 기지화)
한국GM은 미국 중저가 소비자층을 위한 준중형 SUV 생산 기지라는 점을 GM 본사와 미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유치가 필요하며, GM 본사와 협의해 전기차 배정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② 정부의 자주 외교 및 협상 강화, 수출 시장 다변화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 또는 완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 개정 협상 활용 및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옵션 등을 통해 한국GM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혜택이나 연구개발 지원 등의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외의 다른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여 리스크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③ 노조의 대정부 대자본 투쟁과 협상 강화
한국GM과 노동조합이 신차 배정과 투자 유치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노조는 불평등 한미관계를 인식하고 미국의 경제압박 저지와 국가 고용 책임을 강력히 요구해 원하청 노동자 공동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정부에 자동차 산업의 구조 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전기차·미래차 산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한편, 자주성에 기초한 균형외교로 한국경제의 자립적 토대 강화와 다극화시대 수출 다변화를 촉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