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775)... 낙상(落傷)과 염좌(捻挫)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낙상사고 예방
조 바이든(Joe Biden, 78세)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추수감사절(11월 26일)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 델라웨어(Delaware) 별장에서 애완견(愛玩犬)과 놀다가 오른발을 삐어 정형외과 치료를 받았다. 주치의 케빈 오코너는 “당초 X-ray상으론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CT 결과 오른발 설상골(楔狀骨) 측면에 머리카락 굵기의 실금이 발견됐다”며 “몇 주간 워킹부츠(깁스 대용 신발)를 착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鄭銀敬, 55세) 질병관리청장은 12월 2일 취침 중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어깨 부위를 다쳐 충북 청주 한 종합병원에 골절상(骨折傷)으로 입원했다. 2-3일 치료가 필요하여 병가(病暇)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경 청장은 국내 최초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국내 방역 정책을 주도하며 ‘K방역’을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았다. 블룸버거(Bloomberg)통신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 50인’에 포함됐다.
흔히 ‘삐끗했다’ ‘삐었다’고 하는 염좌(捻挫, Sprain)는 손목과 발목 관절, 또는 허리에 주로 발생하며, 관절을 지지해주는 인대(靭帶)가 외부 충격 등에 의하여 늘어나거나 일 부 찢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흔히 일반인들이 ‘뼈가 부러졌다’라고 말하는 골절(骨折, Fracture)은 강한 외력(外力)이 작용하여 뼈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엇나가 뼈의 연속성이 소실된 상태를 말한다. 골절은 정형외과(整形外科)에서 흔히 치료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우리가 전통 한옥(韓屋) 온돌방에서 요를 깔고 이불을 덮고 잘 때는 낙상(落傷)은 일어날 수가 없다. 그러나 생활이 서구화되고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는 1964년에 준공된 서울 마포구 마포아파트이다. 처음 아파트가 지어질 때만 해도 지금처럼 고층(高層)이 아닌 저층(底層)으로 조성되었다.
필자의 경우, 1970년 가을에 결혼하여 불광동 소재 형님댁(단층 단독주택)에서 어머니(아버지는 1967년 별세)와 형님 가족과 함께 살았다. 결혼 6개월 후 1971년 봄에 정릉(貞陵) 청수장 인근 주공아파트를 구입하여 이사했다. 당시 주공아파트는 방 2개 10평 규모로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는 3층 규모 공동주택이었다. 약 4년간 거주한 후 서대문구 신사동 소재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노인의 경우 실외보다 실내에서 낙상(落傷)을 입는 경우가 많아 노인 10명 중 6명이 집에서 낙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안 내 노인 낙상이 가장 많은 곳은 침대(47%)였고, 그 뒤로 거실과 욕실(19%), 사다리(8%), 계단(5.9%) 순이었다. 노인의 경우 실외보다는 실내생활의 비중이 높아 실내 낙상이 실외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발생한다. 또한 집은 익숙한 공간이다 보니 부주의로 인한 낙상사고가 많다.
노년층은 대부분 뼈가 약해진데다 골다공증(骨多孔症)이 있는 경우가 많아 낙상은 젊은이들에 비해 매우 위험하다. 낙상으로 인하여 골절(骨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엉덩방아를 찧어 대퇴부(大腿部) 골절로 이어지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대한노인재활의학회(再活醫學會) 자료에 따르면 고관절(股關節, hip joint) 골절을 당한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1년 내에 사망하며, 80세 이상은 절반이 두 달 내 사망했다. 이에 만성질환보다 더 무서운 낙상을 주의해야 한다.
낙상으로 골절이 생기면 움직이기 쉽지 않아 병원 입원 등으로 오래 누워 있으면 근육이 마르고 심폐 기능이 떨어지면서 폐렴(肺炎)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골절을 겪고 난 뒤 치매가 오는 사례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한 번 골절이 발생하면 연속적으로 골절을 경험할 위험이 커지고, 건강이 도미노(domino)처럼 악화한다.
평생 건강의 동반자인 뼈(骨, bone)는 세포와 이들 세포 간에 존재하는 뼈 기질(bone matrix)로 이루어져 있다. 뼈 기질은 대부분 교원섬유(collagen fiber)로 구성된 유기질 성분과 주로 칼슘으로 구성된 무기질 성분으로 이루어진다. 뼈의 생화학적 구성은 세포 성분을 포함해 유기질(有機質) 35%, 무기질(無機質) 45%, 수분(水分) 20%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뼈 건강관리의 목적은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을 예방해 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소리 없는 뼈 도둑’으로 불리는 골다공증(骨多孔症, Osteoporosis)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5년 82만1,754명에서 2019년 107만9,548명으로 최근 5년 새 30% 가까이 늘었다. 골다공증은 여성에서 많이 나타나 2019년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15배 많았다.
골다공증은 그 자체로 증상은 거의 없어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골다공증은 뼈 자체가 구멍이 뚫린 스펀지처럼 약화되어도 모르고 있다가 골절(骨折)이 되고 나서야 발견될 때가 많다. 손목, 허리, 넓적다리뼈에서 골절이 많이 생긴다. 문제는 한 번 골절되면 4명 중 1명은 다시 골절이 된다.
건강한 뼈를 노년까지 유지하려면 30대 중반까지 골량(骨量)을 차곡차곡 저축해야 한다. 골밀도(骨密度)는 사춘기 무렵에 급격히 증가하고 20-35세에 최대에 이르는데 이때의 골량을 ‘최대 골량’이라 한다. 최대 골량이 많았던 사람은 이후 골 소실이 비슷한 속도로 일어나도 훨씬 유리하다.
최대 골량을 쌓기 위한 방법은 영양과 운동이다. 중요한 영양소는 뼈의 원료인 칼슘(calcium, 원소기호 Ca)과 비타민(vitamin)D이다. 우유와 유제품에 함유되어 있는 칼슘은 체내 흡수율이 높다. 한편 칼슘 영양제는 흡수율이 떨어지고,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다른 장기에 석회화가 생겨 심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칼슘은 되도록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비타민D는 야외 활동을 하면서 햇빛(太陽光)을 쬐면 주로 햇빛 속 자외선(紫外線)에 의해 우리 몸에 필요한 양이 충족된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일조량(日照量)이 줄어들어 자외선이 거의 도달하지 못한다. 또한 최근 확산하는 코로나19와 추운 날씨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햇볕을 쬘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비타민D 결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3년에 비해 3.8배 증가했다. 비타민D 결핍이 심하면 성인은 골연화증(骨軟化症), 소아는 구루병(佝僂病)이 발생할 수 있으며,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자주 발생하고 근력도 떨어질 수 있다. 나이 들수록 비타민D 합성 능력이 떨어지므로 비타민D 보조제 복용이 도움이 된다. 성인에게 비타민D 하루 권장량은 800IU이다.
운동은 조깅, 줄넘기, 구기(球技) 운동처럼 몸의 하중(荷重, load)을 실어 뼈를 자극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또한 뼈를 둘러싼 근육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근력(筋力)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운동은 일주일에 3일 이상,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강화 운동을 시행해야 한다.
넘어질 뻔한 상황에서 균형감과 근력의 차이로 젊은이는 넘어지지 않고 노인은 낙상을 한다. 이는 노화(老化)로 귀의 평형기능이 감소하고, 반사 신경이 느려져 양발과 양팔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균형감이 둔해진다. 귀(耳)는 청각과 평형감각을 관장하며, 평형장애는 노년에 병원을 찾는 원인 중 하나이다. 근육량은 70세가 되면 30세 때의 25%가 줄고, 90세에는 70세 근육의 25%가 사라진다.
평소 균형감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여 근력과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노년기 삶에 매우 중요하다. 우선 바로 서 있을 때 얼굴부터 발까지 정렬이 똑발라야 하며, 무릎과 발이 앞으로 똑바로 가리키게 하고 체중은 양쪽 발에 고르게 실려야 한다. 이 자세를 기준으로 몸을 움직이면 염좌와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ACSM)가 권장하는 ‘균형감(均衡感)을 올리는 운동’ 6가지를 1-3회 좌우 교대로 반복하여 5-30초간 유지하면 좋다. 균형감을 올리는 운동으로는 ▲발꿈치 올리기(발꿈치를 올려서 체중을 앞 발가락에 싣고 유지) ▲한 줄로 서기(앞 발 뒤꿈치가 뒷 발가락에 한 줄로 맞게 정렬하고 양팔을 벌리고 똑바로 서기) ▲한 발로 서기(한 쪽 무릎을 뒤로 굽혀서 한 발로 서서 버티기) ▲한 발로 서고 발목 돌리기(발목을 천천히 둥글게 10번 회전) ▲한 발 뒤로 들고 한 발로 서기 ▲한 발 앞으로 들고 한 발로 서기 등이 권장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발목을 접질린 발목 염좌(捻挫) 환자가 2015년 129만명에서 2019년에는 143만명으로 늘었으며, 근력이 약한 여성(75만명) 환자가 남성(68만명)보다 많다. 예를 들면, 넘어지면서 발목을 순간적로 안으로 접질리게 되면 발목을 지지하는 바깥쪽의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게 되어 발목 염좌가 발생한다.
발목을 접질리면 당황하지 말고 'RICE' 요법을 실시한다. 즉 휴식과 보조기 착용 등으로 발목을 안정(Rest)시키고, 냉찜질을 통해 손상 부위를 냉각(Ice)하고, 붕대나 깁스를 통한 압박(Compression) 고정을 하고, 누워 있거나 잘 때 베개 등을 사용해 발을 위로 올려서(Elevation) 부기(浮氣)가 잘 빠지게 해야 한다.
낙상(落傷)을 예방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헐거운 전선, 코드, 깔개 등 넘어질 수 있는 것을 정리한다. ▲계단, 출입구 및 통로를 밝게 유지하고 침실과 욕실에는 야간 조명을 설치한다. ▲물에 젖은 바닥은 즉시 청소한다. ▲밑창이 고무로 된 신발을 신고 걸어 다니지 않는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손이 닿기 쉬운 곳에 보관한다. ▲욕조 옆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욕실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깐다. ▲애완동물 위로 넘어가다 낙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애완동물이 근체에 있을 때는 조심한다. ▲복용하는 약물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지를 의사에게 문의한다. ▲균형감과 근력을 키워주는 운동을 한다. ▲정기적으로 안과에서 시력(視力)과 시야(視野)검사를 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775) 2020.12.9>
첫댓글 유익한 정보제공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