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고네루바이젠 클릭
1.
그녀를 만난 건 가을이 나의 마음에 자리를 잡을 무렵이었다. 그 가을이 오기전
나의 여름날은 오랜 장마끝에 오는 찌푸둥한 날씨처럼 늘 개운하질 못했고 마음
한켠으론 눅눅한 곰팡이가 듬성듬성 피어나기 시작했었다.
어쩌면 이런 나의 생활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릴 잡아갈까 두려웠지만 딱히 다른
방도가 떠오르질 못했다.흔히 40대에 겪어 나가야할 일들이 가을이 오기전 그 해
여름날에 한꺼번에 터지고,들이치고, 밀쳐대는 통에 그나마 실낱같이 호흡만 하는
정도인 나의 마음과 생활에 메스를 가한 셈이었다.찢길대로 찢긴 그 해 여름은 돌
이킬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말았지만 나의 생활 전부를 어쩌진 못했다.가장 힘들
어 하는 때 그녀를 만났다. 그런것이 말못할 미안함으로 늘 남아 있겠지만 미안함
만큼이나 조심스레 피어나는 훈훈한 미소는 애써 숨길 수만은 없었다.
2.
요즘,하루 하루가 새롭다
등허리를 타고 전해져오는 묘한 기분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아주 새롭고,독톡한
느낌이다. 이런 내 마음이 누구에게 들킬까 드러 내놓곤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견디기 어렵지만 가을 하늘이 자꾸 높아져 올라가도 이젠 예전처럼 외롭진 않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하루..이틀...삼일째 접어드는 날에 찾아드는 느낌치곤 제법 어
른스럽다. 그녀와 간간이 이야기를 나눈다. 사월이 주는 새콤한 향이 콧등을 스치
는듯한 그런 분이다.라일락의 순백한 이미지와 붉은 장미의 화사함을 섞어 놓은듯
한 정갈한 정원의 한 컷트를 보는것 같았다.그런 그녀가 영화를 보고 싶다고도 하
였고 갈비를 5인분은 먹어야겠다고도 했다.주루룩 주루룩 설사만하는 주식이 어서
올라 내 지갑을 두둑히 채워 넣어야 겠다는 생각이 요즘 문득 들었다.
3.
꿈은 늘 역동적이다.
기억은 희미하나 꿈은 늘 나를 새롭게 만들곤 했다.
예외없이 오늘 새벽도 꿈을 꾸다 눈을 떴나보다.창문을 열어 새벽의 신선한 얼굴이
보고 싶어져 창문을 열었다. 가끔 밖에 즐기지 못하는 새벽과의 만남이지만 그때마
다 대하는 새벽 얼굴은 사뭇 다르게 다가 오곤한다.오늘은 겨울이 내 몸 속으로 떨
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님도 잠에서 어서 깨어나 겨울 속살을 봤음 좋겠다.좋은것은
늘 같이 느끼고 만지고 싶어지는 이 느낌..사랑일까? 어쩌면 그녀와 보란듯이 살아
보는 꿈도 꾸고싶다.이런 터무니없는 내 생각이 한낮 꿈에 불과하다한들 나는 서운
해하거나 욕구불만에 시달릴것 같진 않다. 날고 싶단 욕망이 비행기를 만들었듯이
남자란건 어느땐 무모하다 싶을만치 도전적이기도하다.그러나, 돌아서서 자세히 꿰
뚫어보면 멕시코풍의 화려한 맛도 있을것이고 사라사테가 만들어놓은 찌고네루바이
젠의 선율처럼 부드러운맛도 우러러 나오는것이 또한 남자가 아니던가.
4.
바라보면 바라보는대로 만지면 만지는대로 내 마음이 정적인것을지나 이젠 그네에게
동적인 충동감을 일으키리 만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단 표현이 어색할것 같지 않
다.문득 문득,난 내가 알라딘 램프를 움직일 수 있는 왕자가 되었음 하는 생각을 하
곤한다..왠일일까? 하루만이라도 그녀가 원하는것을 무엇이든 다 들어 주고싶기 때
문이다.축하한다고,사랑한다고..라는 간단한 눈 인사마져 나눌 수 없는 이런 시간이
내겐 힘이 들지만 힘든 만큼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함박 눈송이처럼 쌓여만 간다.
그리움의 크기가 그렇게 큰 줄은 정말 몰랐다.34-24-34의 정형화된 치수가 아니라도
민트향이 날것만같은 그런 그녀를 사랑한다는건 내겐 엄청난 행운이었다.
5.
외로워 창문 열면
눈안 가득 들어오는 별처럼
나도 누군가에 빛이 될 수 있을까
지쳐버린 작은 가슴에
말라버린 눈물 몇 조각
그리곤 어깨위의 배낭엔
피보나치와 엘리어트의 자욱들
그런 내가 누군가에 사랑이 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