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끔거리는 시선을 지나쳐 소란한
카페를 나섰다.
식사 장소인 애니골로 향하는 도로가에는 황색 코스모스가 너울너울 춤추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꽃은 늘 그녀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을때
위안을 주고 마음을 고요 하게 하는 특별함이 있었다.
경쟁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 밤을 새워 연구실에 앉아
고민 할때면 공터 풀밭에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생전 아버지의 가르침이 가슴에 콕 박힐때도 있었다.
애희 아버지는 혈혈단신으로 서울로 상경
문래동에서 주물 공장을 맨손으로 시작으로 차츰 사업을 키웠다. 직원1명을 대리고 시작한 주물 공장은 기계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자동화 시스템을 거쳐
애희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에는 직원수가 5명으로 불어났다. 그때 부터 애희 아버지는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더욱 회사 일에 매달렸다.
퇴근한 아빠는 늘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엄마는 그런 아빠에게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당신은 왜 맨날 일만 해.
가끔 회사 일 생각 말고 당신 건강좀 생각해야지
그러다 진짜 병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엄마의 말에 아빠는 웃으며
이사람아 내가 열심히 머리를 써야
우리 가족도 살고 회사도 사는 거야.
애희가 생각해도 엄마 말씀이 맞았다.
회사 보다 아빠의 건강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아빠는 휴일에도 회사에 출근 하셨다.
애희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늘 바쁜 부모를 대신 그녀의 친구가 되어 준 것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낡은 헝겁 인형이었다. 텅빈 집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을때 헝겁인형은 친구도 되고
짝이 되어 신랑각시 놀이 할땐 신랑 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혼자 만의 조용한 시간이 허락 하면 어린시절처럼 상상 하는 것을 좋아 했다.
가족들의 뜻에 따라 회계학을 전공 아버지를 돕기 시작했다.